▲옛날 봄의 농촌 풍경 - 모내기 전 소를 몰아 논 바닥을 고르는 써래질
나 ‘진실과 영혼‘이 초등학교 다니던 50-60년대에는 농어촌인구가 전 인구의 70%이상이었고, 도시에 산다고 하더라도 친할아버지 외갓집 큰집은 거의 다가 농촌에 있었으니 전국민이 농어촌 생활과 그 시절을 모를 수는 없다. 그래서 잊혀져가는 옛날 얘기를 기억하며 밀때기 - 개구리 뒷다리 구이 - 콩때기 - 얼음판 고구마구이로 춘하추동 잊혀져 가는 아련한 어릴적 옛추억을 얘기로 풀어보고자 한다.
(내 또래 독자들은 비슷한 옛 추억 얘기를 댓글로 달아주세요!)
그 시절에는 철봉, 농구대와 맨땅 운동장 그리고 축구장이 있는 초등학교 외에는 마땅한 놀이 기구가 없었다. 학교를 벗어나면..... 재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딱지치기, 빠치치기, 구슬치기, 못치기, 연날리기, 윷놀이, 씨름, 기마전, 싸움, 미밀가생, 좃가생, 헤엄치기, 물고기 잡기....등 농촌 일손 돕기에 벗어날 수가 없어서 그렇지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놀이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스릴(thrill)넘치고 재미나는 놀이가 밀때기, 개구리 뒷다리 구워먹기, 콩때기...등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놀이다. 고픈 배를 채우고 긴장과 흥분도 느끼며, 오손도손 모닥불에 둘러 앉아서 구운 밀, 개구리 뒷다리, 콩을 나누는 1거3득의 놀이로 어린날의 잊지 못할 추억이다. 60대 이상의 노년들은 아련하게 옛추억이 되살아날 것이다.
밀때기하기에 딱 알맞게 여문 밀, 살이 통통 오른 찰머구리, 아직은 콩이 꽁때기하기에 덜 익은 콩밭
보리와 밀이 추운 겨울을 나고 따뜻한 봄에 벚꽃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고 철죽이 산을 덮을 무렵이면 밀과 보리가 패고(이삭이 나고) 산에서 산도라지 잔대를 캐어 고사리 원추리 등으로 봄나물을 풍성하게 묻혀먹을 무렵이면, 동네 개구쟁이들도 신나는 계절이 되었지만, 보릿고개의 배고픔은 자연스레 밀때기를 즐기게 한다. 밀과 보리가 패어 완전히 익지 않고 알이 영글어 갈 무렵이 밀때기의 적기다. 어른들 몰래 불피워 구워먹는 밀때기, 콩때기, 찰머구리 뒷다리 구이, 군고구마 얘기를 4개절에 따라 춘하추동으로 엮어 내려가보자!
이 밀밭 저 밀밭의 이랑 사이에서 드문 드문 밀이삭 달린 밀대를 잘라 한 웅큼씩 가지고 모이면..... 연기가 나지 않는 낙엽과 싸리나무, 소나무 삭정이를 각자 한 아름씩 모아 와야 밀때기가 된다. 감춰둔 성냥으로 낙엽에 불을 붙이고, 마른 삭정이 섶을 놓으면 연기도 거의 없이 잘 탈 때, 그 위에 모아두었던 설익은 밀이삭을 얹어 놓으면 밀이삭에 붙은 수염이 타고 좀 있으면 노릿노릿한 밀때기는 된다. 더러는 불 속에서 바싹 타서 재가 되기도 하지만, 나무젓가락으로 잘 가려서 옹기종기 둘러 앉아 개구쟁이들이 입술이 온통 까맣게 될 때까지 양 손바닥으로 불에 까맣게 탄 밀 이삭을 비벼 입에 털어 넣으며 허기진 배를 채웠다. 동네 개구장이 친구들과 나눠 먹던 그 맛과 재미는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나은 잊지 못할 맛이었다.
밀때기 철이 지나고 7-8월 한 여름이 오면, 더위를 피해 오후 2-3시쯤에는 집집마다 한 마리씩 있는 농우(큰 일소), 중소, 송아지를 끌고 산으로 소 풀띁기기를 하러 간다. 산에 갈 때까지만 고삐를 잡고 산 골짜기에 소를 몰아놓으면 소들이 저희끼리 풀을 뜯는다. 이때 초동들은 쉴 틈을 이용하여 찰머구리(산개구리)를 잡아 또 밀때기하듯 구워먹는다. 개울이나 논 물가 개구리는 닭을 주고 산에 펄쩍뛰면 1m이상을 뛰는 찰마구리만 잡아 뒷다리를 당기면 껍질까지 모두 말끔하게 벗겨지고.....이런 껍질벗긴 통통하게 살이 오른 뒷다리를 철사에 꿰어 걸고 불을 지펴서, 가져온 소금과 구워먹는 것이 또한 소풀띁기기 할 때의 흥미진진한 놀이였다. 또한 나는 어른들 몰래 소의 맨 등에 타는 승우(乘牛/승마대신...비법이 있는데 생략!)를 즐겼는데....이 때 익힌 승우실력은 승마와 열대지방 물소타기에도 유용했다. 여하튼 산골짜기에서 구워먹는 찰머구리(꽤 크고 엄청 잘 뛰는 산 개구리) 뒷다리 맛은 또한 천하일미였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면서 논두렁의 동부, 밭두렁의 팥과 콩이 영글어 갈 무렵이면...또 초여름 밀때기와 같은 요령으로 약간 설익은 동부, 팥, 콩을 조금씩 조금씩 여러 곳에서 뽑아다가 삭정이 불에 구워먹는 것이 콩때기인데.....역시 천하진미였다. 설익은 통을 부랄친구들과 구워먹던 그 추억은 저 세상에서라도......그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맛과 함께 어이 잊을 수가 있을까?
또한 겨울이면 썰매를 메고 집에서 나오면서 2-3개씩의 고구마를 호주머니에 감춰 나와서 공동으로 불을 피워 고구마들을 고주배기와 삭정이 군불속에 넣어두고 썰매를 즐기다 언 손발도 녹이고, 얼음판에서 장치기, 썰매 빨리 달리기, 싫증나면 논두렁에서 연날리기를 즐기다가, 적당한 시간에 고주배기 삭정이 불을 젖히고 고구마를 꺼내면 김이 모락모락나고 맛있는 군고구마가 되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는 집에 점심 먹으러 갈 것도 잊고 어른들이 부르러 오지 않으면 온 종일 썰매타기, 장치기, 불놓기...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또한 점심 끼니를 거르는 또래 친구들이 반 이상이나 되던 50년대 후반 60년대 초반의 얘기니.....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부랄친구들이고 군고구마의 추억이다.
이것이 봄, 여름, 가을 , 겨울....그 시절 부모 일손 돕기나 궂은 일하기, 새끼꼬기...등 고된 노동의 추억들을 뺀 틈틈이 즐긴 농촌 어린이들의 즐거운 추억들이다. 밀때기, 콩때기...등은 남의 곡식을 훔쳐 먹는 밀서리, 콩서리, 참외서리, 수박서리와 같은 맥락의 짓궂은 장난으로 더러 곡식 주인들에게 들켜 혼쭐이 나기도 했지만, 한 밭에서 몽땅 서리를 해다가 밀때기나 콩때기를 하지 않으면 그리 혼나지도 않았다. 메밀가생, 좃가생은 온 동네 금을 그어놓고 모두 옷이 찢어지도록 밀고 끌고 두재비질을 하던 놀이였는데....오늘은 이쯤으로 밀때기 콩때기와 더불어 산개구리(찰마구리) 뒷다리 구워먹고, 썰매장 고구마 구워먹던 추억 얘기로 줄여서 끝내야 하는 아쉬움도 있다.
긴 얘기를 줄이고 줄이다 보니.....어색한 부분도 있는데...독자분들이 이해하세요!
P.S.;
밀때기, 콩때기...등 남의 밀이나 콩 등의 곡식을 몰래 훔쳐서 구워먹는 밀서리나 콩서리 등을 의미하는 이 말이
“불을 지펴 타게 하다”는 불때기에서 온 말인지, 사투리인지 사전에도 없다. 아니면 밀떼기, 콩떼기...등 ‘붙었던 것을
떼어내다’는 귀퉁이 떼기나 우수리 떼기에서 연유된 우리동네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때기인지 떼기인지? 요즘은 가능하면
표준말로 글을 쓰려하지만..... ㅔ와 ㅐ의 구분이 혼동되어 자주 실수를 합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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