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나 상탔쓔!”
책보(책가방이 아니고...보자기)를 옆에 끼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밭으로 뛰어가면서 일제고사 상장을 높이 들어 흔들면...
엄니는 오뉴월 뙤약볕 밭이랑 사이에서 뛰어 나와 나를 껴안아 주시면서....“역시 내 새끼야... 또 일등이구나! 엄마가 저녁에는 너 좋아하는 누룽국(칼국수)을 애호박 넣어 맛있게 만들어 줄께. 아이구 내 새끼! 어이구..."하시면서 나의 볼에 엄니의 얼굴을 부비시고...앞치마로 나의 흘린 땀과 콧물도 닦아주시곤 하셨다.
타온 상장은 꼭 액자를 사다가 자랑스레 타온 상장들을 벽에 걸어서 진열을 하셨다. 그러다가 밑에 동생들의 상장까지 모두 진열하기 어려우면, 일제고사 상장은 최신 걸로 한 장만 액자에 넣고 지난 것들은 모아서 액자 밑에 실로 꿰매서 걸어주셨다.
이런 엄니의 칭찬과 응원으로 계속 일제고사는 1등을 하다가, 딱 한 번 5학년 때 컨닝을 한 친구에게 1등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 시험 중에 표준전과를 책상 밑에 펼치고 컨닝을 하는 걸 보고, 옆에 친구를 연필로 찔러서 눈짓으로 컨닝하는 친구를 가리키자 친구는 ‘야! 승주 너 컨닝구하지 마라! 정정당당하게 하자!’라고 말하다가 시험 감독 선생님한테 친구만 대나무 뿌리로 만든 막대기로 얻어터졌다.
나 때문에 친구가.... 그런데 결과는 컨닝한 친구가 일등이었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엉엉 우는 날 달래면서....“그래도 네가 일등인 겨! 컨닝구해서 한 일등은 일등이 아녀!”라고 말씀하시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달래주셨다.
엄니는 한 번도 칭찬과 응원을 거르시지 않으셨다. 더러는 상장을 타온 후 일요일에 부강이나 조치원 장날이 닿으면 꼭 내 손을 잡고 시오리길 장에 가셔서 얼음과자도 사주고 난장에 솥을 걸고 파는 선지국밥도 사주셨다. 선지국밥에 더러 든 비갯덩이 내장은 참 고소하고 맛있었는데...치알친 귀퉁이 맨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먹는 순대국밥은 참 맛있었다.
당신은 배가 부르다고 맛있게 선지국밥을 먹는 날 바라만 보시고....초등학교 4학년 때는 시장거리 국밥 대신 동네 친구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장면도 맛보고 돌아와서 동네 친구들에게 자장면 맛을 장황히 설명하면서 자랑도 했다. 처음 맛본 조치원 중화루 자장면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졸업 때 받은 도지사상장, 대전중학교 우등상장, 대전고등학교 우등상장 등은 돌아가실 때까지 사랑방 입구에 액자에 넣어 걸어놓으셨다. 이제 그만 걷어두시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도....엄니는 항상 자식들의 상장이 그토록 자랑스러우셨나 보다. 모처럼 책장과 짐을 정리하다가...우연히 한 장 앨범 사이에 낀 빛바랜 초등학교 일제고사 상장을 보면서 아련히 떠오르는 어린 날의 추억과 엄니를 생각해봤다. 밭 이랑 사이에서 뙤약볕에 일하시다 뛰어 나오시던 수건두른 엄니의 모습이 왠지 코끝을 찡하게 하고...빛바랜 초등학교 상장이 왠지 나의 목젖을 뻐근하게 하여...나도 모르게 방울져 맺힌 눈물을 어린 아이처럼 얼른 손등으로 훔친다.
손자가 '할아버지는 왜 우셔요?'라고 할까봐서...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데....엄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으니....
엄니는 항상 대전중고등학교에서도 일등을 못하는 것은.... 기차통학에 지치고, 전기가 안 들어오는 호롱불 때문이라시며, 전답을 팔아 대전으로 이사를 가시겠다고 소재동 언덕받이, 부사동 골짜기로 집을 보러 다니시기도 하셨는데...말리느라 진땀도 뺐다. 대학 입학시험 발표에 합격이래도...나의 손을 붙잡고 '가고 싶은 대학을 가정형편으로 못가는 너의 마음을 내가 안다'시며... 뒷받침을 제대로 못해서 미안하다고.....엉엉 우셨는데....아들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너무 크셨던 거 같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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