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일 한라산 선경을 걸으면서..... (2012년 6/14일 영실-윗새 오름)

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지자요수 인자요산 지자동 인자정 지자락 인자수/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는 걸 어진 사람은 고요함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기고 어진 사람은 오래산다.)는 공자의 말씀이 옳다면 우리는 산과 물, 움직임과 고요히 머묾을 좋아하면서 즐겼으니 지혜롭고 어질어서 오래 살 것이다.
영혼이 머무는 영실에서 영혼을 일깨워 같이 한 산행은 6월 산록의 푸름과 까마귀 소리 더불어 괴암 5백 나한들과 빙 둘러친 석 절벽 병풍 어우러진 계곡에 오름과 내리흐름이 함께하며 운무를 일으키니 완벽한 어울림 모두 우리의 아우름 되어 삶과 죽음을 펼쳐내서 생사열반상공화(生死涅槃常共和)를 이뤄 생기 잃어 허옇게 된 구상나무 괴목과 붉디붉은 6월의 한창 제철 철쭉이 한라산에서 우리와 함께 했다. 15명 어우러진 우리가 훨씬 선계에 외로이 쓸쓸한 신선들보다 즐겁고 편안하여 우리가 대신 한라산 신선이 되고 한라산 신선은 선계를 우리에게 양보하고 물러서 부러운 눈길로 시샘하지 않았는가? 까마귀 까악 깍 울음에 두던 바둑판을 엎어버리고 우리의 산행을 뒤따르지 않았는가...
영실에서 잠깨 같이 한 영도 초목의 싱그런 푸름도 천태만상의 5백 나한과 우리를 맞은 석 절벽 병풍도 분위기 돋운 운무 안개도 우리를 부러워 두던 바둑을 멈췄던 신선들도 다 돌려보내고 우린 다시 평온과 트임이 펼쳐진 평원에서의 식사와 휴식 후, 친구들 마음 마음을 지난 추억으로 침 발라 엮어 꼬면서 민둥산 지나 만세동산 거쳐 다시 숲을 뚫고 어리목에 이르니...... 별천지 한라산행은 꿈이었나?
제2일 : 올레길을 걸어보세요!(6/15일 올레길 제 7코스)

마음이 울적하면 올레길을 걸으세요!
귀여운 손자 손녀 손을 맞잡고 올레길을 걸으세요.
지난 세월 살아온 인생이 벅차면, 휑하니 텅 비면 올레길을 걸으세요.
아내에게 말 못한 사랑의 고백이 있거들랑 함께 손 다정히 꼬옥 손잡고 올레길을 걸으세요.
긴긴 얘기 들어줄 사람이 없더라도 혼자서 쉬면 가면 올레길을 걸으세요...새소리 파도소리 솔바람소리와 바다 하늘과 바람과 바위를 듣고 느끼고 보고 생각하면서 올레길 걸으세요.
생각을 펼치고 추억과 기억과 애틋한 사랑 그리고 마음을 섞고 얽고 엮고 싶으면 올레길을 걸으면서 다듬고 보듬어 시간 속에 모두를 녹여내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파도소리 솔바람소리 뒤덮인 칡과 검푸른 바다와 주상절리대와 잠녀의 물질이 그려지면 올레길을 걸으세요..... 쉬면 가면 뜨거운 커피 한 잔, 막걸리 한잔의 정취가 그리우면 오세요 올레길로....비오는 날이면 비가 와서 해맑은 낮엔 해가 밝아... 마무리 못한 얘기가 있다면, 벅찬 환희, 북받치는 슬품과 허무가 있으면 올레길에서 파도와 솔바람과 나무와 시간과 더불어 무작정 걸으세요. ......끝없는 얘기를 들어줄 짝이 있으면 더욱 좋고, 같이 웃고 울어줄 짝이 없으면 없는대로 걸으세요 올레길을- 바다 이야기, 솔바람 얘기, 아직도 아쉬운 못다한 얘기가 있으면 함께라면 좋고 홀로라도 좋아요......얘기가 있고 마음이 있고 그리움이 있으면 세월을 잡고 소리쳐 보세요!
제 3일 :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사려니 숲(6/16일 사려니 숲길 산책)
이 태고의 숲과 계곡과 언덕을 나뭇꾼도 사냥꾼도 숯굽는 사람도 화전꾼도 버섯따고 딸기 따던 사람들도 걸었습니다. 노루, 오소리, 족제비, 산토끼... 산짐승들과 까마귀, 찌르레기, 꿩, 산비둘기, 묏새 뻐꾸기.....날짐승들도 사려니 숲에 살았습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그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흘러 내렸습니다. 사려니 숲 속에는 삶이 있었고, 얘기가 있었고, 또한 오름이 있었고 벅찬 지축의 몸부림과 아픔과 환희도 있었습니다.



비오고 안개 낀 날의 사려니 숲길
자욱한 안개에 덮인 사려니 숲길은 이 모든 숲속의 얘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감미로운 바람, 실비, 안개, 나무냄새 숲 속을 휘돌아 가는 산바람이 새로운 얘기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펼친 수 십 년의 얘기들이 오늘 사려니 숲길에 스며들었습니다. . 어젯밤 비에 불어난 6-7개의 계곡 물은 뭔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힘찬 숲의 용틀임을 우리에게 전하고 싶어 하였습니다. 심층에 쌓인 우리의 생각들을 서로 나누고 싶어지는 사려니 숲길....
꿈같은 신선 여행이었습니다.
영원한 이방인 방랑자 되어 홀로 떠돌던 세월 중에, 진실과 영혼이 가장 절실히 꿈꾸던 친구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가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2박3일의 제주 여행이 바로 외톨이로 외로웠고 고독했던 수십 년 이국의 떠돌이 생활 중에 원하고 꿈꾸던 대화가 있는 친구들과의 여행이었습니다. 내색하지 않고 숨기고 쌓으면서 살아온 우리 삶에서, 누군가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누군가의 얘기를 가슴을 열고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여행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