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들어와! 왜 마루에 걸터앉아서 그러고 있냐? 뭐가 이상해서 그리 두리번두리번 거리고 그래? 어서 들어가자. 너 데리고 오면 어머니가 떡볶기도 해주신다고 했으니... 어머니! 좀 매콤하게 떡볶기 좀 해주셔요! 본출이는 매운 걸 좋아 한다니....자~ 들어가자!”
“어! 그래~ 잠깐만....너의 집에 막 쓰는 걸레 좀 있냐?”
두리번거리면서.... 마당가에 수돗물도 찾고 세수 대야도 찾고, 다 찾았는데, 마른 걸레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난감한데..... 얼굴 닦는 수건에 발을 닦자고 할 수도 없으니.....
깡 촌놈 [진실과 영혼]이 대전중학교가 제일 좋다고 해서 말만 듣고 대전중학교에 입학한 후 느껴야만 했던 엄청난 문화의 차이에 대한 낯설은 충격들도 많았지만...항상 지저분했던 농촌 초가집과 너무나 다르고 깨끗한 대전 친구들 집에 갈 때면 항상 겪었던 고민 중에 고민이 있었다. 집에서 간이역 내판까지 3Kms, 대전역에서 대전중학교가 3Kms로, 하루에 최소 왕복 12Kms는 걸어야 했으니..... 운동화를 매일 빨아 신는 것도 아니고, 양말을 매일 갈아 신는 것도 아니니...거기다 내 발은 땀이 좀 심했으니.....항상 토요일 친구들 집에 초대받아 갈 때면......발 냄새가 고민 중 고민이었다.
시골 농촌 우리 집 같이 허름한 집들도 아니고 말끔하고 먼지 하나 없이 반들반들하게 걸레질한 대청마루와 콩기름 발라 윤이 반들반들한 장판이 된 방들이 있는 대전 도시 친구들 집에 가면 언제나.....이 지독한 발 냄새가 고민 중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리고 발까지 씻으면, 잠깐 들른 것이 아니고.... "이 깡 촌놈이... 기차타고 왔다 갔다 하기 싫어서 아예 빈대 붙어 하룻밤 자고 가려나?“하는 인상을 줄까 겁도 났고......더러 기차를 놓치면 찾아들던 보준이네 집이나, 몇 번 들른 태홍이네 집에 가면, 미리 알아서 가자마자 대청 마루턱에 가방을 놓고 발부터 씻고, 돌아 올 때는 양말 한 켤레도 얻어 가지고 왔지만......지금도 발에 땀이 많이 나고 발 냄새가 심한 나는 중학교 때부터 항상 신경을 썼던 발 냄새 때문에.....지금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식당이나, 남의 집 방문은 좀 거북하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
매일 12Kms를 걷던 조그마한 깡 촌놈으로, 도시락 반찬은 항상 된장이나 간장에 박았던 무 짱아지 .... 반찬통에서 짱아지 소금기가 스며 밥의 1/3은 짠 된장/간장에 맛이 갔던 양은 도시락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반찬을 나눠 먹기를 부끄러워 하고 쑥스러워 하던 [진실과 영혼]이었지만....그보다도 더 나를 난감하게 하고 망설이게 했던 건 바로 장거리를 걸어야만 했던 꼬마 기차통학생의 발냄새였다.
그나저나 무짱아지 도시락반찬 때문에 굳이 혼자 점심을 먹는 나에게 슬며시 다가와서, 멸치조림이나 계란 후라이를 건네주곤 하던 양인배와 이규연이는 어디에 있는지? 시골 나의 어머님에 비교하여 그리도 깨끗한 용모에 곱고 아름답기만 하시고 매콤하고 맛있는 떡볶기를 만들어 주시던 권태홍이 어머님과 저녁 통학열차를 놓치고 허기진 배로 찾아들면 밥을 사먹었다고 해도, 벌써 아시고 밥을 새로 지어 더 먹으라고 사양하는 나의 다 먹어가는 밥그릇에 밥을 더하고 물까지 부어주시던 친절했던 이보준이 어머님은 지금도 살아 계신지?
발 냄새 얘기하다가 인배 규연이가 슬며시 내 도시락에 얹어주던 계란 반찬과 멸치조림이 생각나고, 태홍이 어머님의 떡볶기와 보준이 어머님의 물 말은 밥과 함께 내가 받기만 했던 친구와 어머님들의 친절과 배려가 새삼 떠오르네....친구들과 어머님들의 친절과 배려를 되갚지 못하고 감사 표시도 못하고 세파에 떠밀려 살아온 내 삶에.....목젖이 뻐근하고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아서 이만..... 어머님들은 지금 살아계신지도 모른 채 .....




권태홍 이보준 양인배 (둘은 귀엽네!) 이규연...
세월은 흘렀어도...... 그 곱디 곱던 마음은 남아 내 가슴에 오늘도 기지개를 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