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싫증나면 논두렁 길 걷다가, 정오가 되자 너무너무 무료했다.
"에이! 가을 산에 가서 밤이나 도토리라도 주우면서 산냄새 맡고, 계절을 느껴보자!"하며,
서둘러 베낭에 보온병에 뜨거운 물 채워넣고, 커피넣고, 먹을 건 가다 사넣자고 생각하며 등산을 가기로 했다.

이천시 신둔면 장동1리-원적산 천덕봉(634M)-원적봉(563.5M)-산수유마을로 코스를 잡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원적산 밑자락 장동리에 도착한 시각이 1:30분 이라 7시까지 하산을 하면 아주 여유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혼자이니 가다가 도토리도 줍고 산밤도 바를 요량으로 칼과 작은 집게까지 준비했으니.......
산 그늘은 벌써 서늘했고, 오후에 동북쪽에서 시작한 등산이라 계속 울창한 숲속 그늘로 이어졌다.
참나무 숲을 만나면 어김없이 땅에 떨어진 고운 진갈색의 도토리와 굴도토리가 땅에 흩어져 있고,
심심하면 주위에서 큰 돌이나 벌목해놓은 나무토막으로 참나무 밑둥을 두드리면, 정말 색갈 고운 도토리가 우두둑 떨어졌다.
얼마 오르지 않아 3되박은 됨직하게 줍다보니...... 줍는 재미에 산오르는 걸 잊었다.
마침 도토리를 줍는 아주머니 3분을 만나서, 그간 주운 도토리를 나눠가지시라 드리고 서둘러서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면서 하산을 마칠 때까지 산에서 마주친 사람은 오직 이 도토리줍던 아주머니 3분 뿐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한 참을 오르다가, 중턱에 주저앉아 뜨거운 커피 한 잔 만들어 커피향을 맡으며, "과일이나 초코렡이라도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며 베낭을 뒤졌지만, 아뿔사! 중간에 마트에 들러 과일 과자 초코렡을 산다는 것을 뭘 생각하다가 깜박한 걸 알았다.
점심도 안 먹고 출발했는데......먹을 건 아무 것도 없고, 겨우 커피 한잔 분의 뜨거운 물 뿐........
"할 수없지 뭐!! 하산할 때까지 쫄쫄 굶고 군입맛 다실 것도 없으니, 그냥 산에 묻혀보자..."
소나무 그늘 밑에 앉아서 쉬다가 오르고 하기를 몇 번 만에 등성이에 닿았다.
원적산은 정상인 천덕봉에서 등성이가 길게 뻗어 남서로 6-7Km 동원대학교에 이르고,
북동방향으로 6-7KM뻗어 이포에 이르는 여주군-이천시-광주시의 행정구역이 천덕봉에서 갈린다.
그러기에 등성이까지만 오르면 등성이따라 등산로가 있어 험하게 오르는 코스는 없다.
산 자체도 육산으로 악산과는 달리 숲이 우거져 있고 바위다운 바위는 없는 산이다.
다시 등성이부터는 여유를 찾으며 천천히 걸었다.
가다가는 쉬면서 서쪽에 펼쳐진 골프장들(보이는 것만 6개코스는 될 걸...)을 보고,
동쪽에 펼쳐진 가을 들판을 내려다보면서 걸었다.
광주시, 여주군,이천시가 한 눈에 들어오고 들과 산이 멋있게 전개 된다.
여유있게 천천히 초가을의 산내음도 흠뻑 마시며........
천덕봉 정상에 오른 시간이 4시.....
잔디에 누워 30-40분 정도 하늘을 보며 지내다가 일어나 등성이를 걸으면서 밤나무가 보이면 산밤도 따고,
매가 날면 매들도 한 참을 보고, 바위에 앉아 산 잠자리들이 바위에 앉아 하는 양도 바라보다가....
원적봉에 이르렀다. 주위를 둘러보다 시간을 보니 벌써 5시30분이다.
서둘러 하산해야 할 것 같았다.
요즘은 6시 반이면 해가 지고, 산이라 더 일찍지고 동편이라 더 일찍 어두어 지겠지......
오를 때와는 달리 방향은 거의 같지만 산수유마을 쪽으로 가파른 내이막길을 서둘러 내려오니,
어느덧 숲속엔 해도 져서 어둠이 깔리는 것 같기도 하다.
중턱 참나무 숲에 이르렀을 즈음.....
"끽 킥 킁~킁 컹!'하는 산짐승 소리와 부시럭대는 어수선한 소리에 골똘히 무언가 생각하던 난 정신이 퍼뜩 깨어 들고,
무슨 산 짐승 떼인가 호기심도 일고 무서움도 일어서 소리나는 쪽을 주시했다.

몇마리가 서로 뒹굴고 뛰어다니고 같이 움직이는 게 언뜻언뜻 보였지만 무슨 짐승들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주먹크기 2-3배는 되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들고 내달리면서 큰 소리로 "아-야라 차차!"를 외치면서 산짐승 쪽을 향해서
돌을 집어 던졌다.
5-6마리는 후다닥닥 산날맹이 위로 쏜살같이 "킥 킁 끽~크~"소리를 내며 앞다퉈 내닫고 뒤엉커 뒹굴고 뛰던 짐승들도 어수선했다.
난 당연히 멀리 모두 도망가리라 믿었는데.........
나머지 놈들은 아직도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킹~킹~소리 요란하고 골짜기가
소란스럽다.
머리털이 쭈뼛 섰으며, "아! 잘 못 건드렸구나.... 사나운 놈들인가 보다! 달려들면 어디로....."
그 때 벌써 큼직한 어미 산돼지 한 놈이 7-8M 떨어진 등산로 언덕을 기어올라 앞 두발을 등산로에 걸치고 날 킹~킹대며 노려보고 있었다.
기절할 정도로 섬뜩했다-그 노려보는 눈초리가.....위험을 직감했다.
나무에 오를 시간도 어디로 피할 시간도 없이 맞닥뜨려 버렸으니..........
바로 몇발자국 앞의 이 정표 푯말둑을 잽싸게 끌어안고, 손에 스틱대신 주워들었던 도리께 나무 지팡이를 손힘을 다주어 잡고선,
둔덕에 올라 앞발을 등산로 갓길에 버티고 선 놈과 눈을 마주해 눈을 맞추었다.
공포감보다는 오히려 이 상황에서 호승심이 일고 있었으니....
아래 쪽도 둘러보니 돼지 떼가 조용해 지며.....꾸~쿠 ~큭 ~꾸 작은 소리로 바닥의 도토리를 찾는 소리만 낸다.
긴장감이 흘렀다.
필리핀에서도 푸에르토 아줄 뒷 산으로 산돼지 사냥을 갔다가 어미돼지 한 마리에 줄무늬 난 새끼돼지 9 마리를 거느린 산돼지 식구와 마주쳐서, "어미를 쏴 말아?"망서리며 아름드리 나무를 얼싸안고 휴대용 SMG를 매만지며 한 참을 대치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노련한 사냥꾼이었던 Jony와 Grace가 "멧돼지는 줄무늬가 가시지 않은 갓난 새끼들을 거느린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사람에게 덤비지 않으니, 너무 산돼질 무서워하지 말고 사냥하라!"고 사냥 시작 전 조언하였지만 차마 갓난 새끼들을 거느린 엄마돼지를 향해 난사할 수는 없었다.
대치는 길어지지 어미돼지는 노려보지.......어쩔 수 없이 공중으로 공포탄을 한 방 쏴올리니, 그제사 새끼들이 달아난 방향으로 내닫던
어미돼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떄는 손에 강력한 SMG라도 있었지만....지금은 오직 도리께나무 지팡이 하나.........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지 않고 큰 맷돼지 눈을 응시하니, 흑갈색 붉은 기가 도는 목등털을 곤두세우고 공격태세다.
흑갈색이라지만 색각이 흉칙하고 참 더럽게 기분나뿐 흑갈색이며 붉은 기도 돌았다.
나는 막대기를 앞으로 뻗으면서 "와라! 짜샤!"하고 버럭 소릴 지르니, 이 놈이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언덕아래로 방향을 서서히 튼다.
그러더니 아주 천천히 비탈을 따라 내려 간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닌 지도 몰라...획 되돌아서서 공격해오면... 멧 돼지는 직선으로 돌진한다고 했으니.....요렇게 살짝 피하고...."
난, 등산로 이정표 푯말뚝을 얼싸안고 한 쭉 푯말 가로대위로 얼굴을 내밀고 아랫 쪽을 주시했으나, 30-40m 떨어진 거리에 산돼지 떼들이
모여있어서 몇마리인지 구분도 안 되고, 다큰 어미 몇마리고 중퇘지 몇마리인지 구분도 안 되었다.
몇 분이 흐른 후에.....살금살금 등산로 건너 비탈 위에 서있는 참나무를 얼른 얼싸안고 섰다. 왠지 어떤 물체든 얼싸안으면 안심이 된다.
와! 많다! 큰 놈(굉장히 크다. 필리핀 어미 산돼지 2배는 되겠고 적어도 100Kg은 나가겠다.)3마리에 중퇘지들(40-50Kgs)은 계속 움직여 숫자를 세기가 어려웠지만 10여마리(산 날맹이로 처음에 도망갔던 놈들도 돌아왔나 ......?)는 되겠다.
그래도 한국에서 제일 좋은 시설을 갖추었다는 이천 금나라농장(2500마리를 년 3회전으로 육류용 돼지를 길러내는 현대시설을 갖춘 목장임)의 돼지박사가 가르쳐준 돼지보는 법이 유용하게 씌여지고고 있었다.
개울 건너 큰 참나무들이 우거진 밑에서 산돼지 떼들은 저희끼리 엉켜 뒹굴고, 발로 낙옆을 짓흩고 입으로 거칠게 바닥을 파고 야단 법석이다. 소리도 요란하고, 뛰는 놈 좇는 놈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산돼지 떼의 노는 어수선함에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 것도 잊고 뚫어져라 놈들의 난장판에 빠져들었고, 얼싸안은 참나무기둥은 충분히 놈들의 불의의 공격에도 나를 보호해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한 참을 넋을 잃고 산돼지들의 소란하고 거친 행동거지를 구경하다가, 저물어 어두어지는 시간도 걱정이 되고, 내가 움직이거나 뛰면 또 성난 산돼지들이 공격은 해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이젠 내려가야 하는데........."깜깜해 지잖아?? 아이고메...."
살금살금 발자국소리도 죽여가면서 개울을 건너면서 윗 쪽을 흘끗 올려다보니 아직도 놈들은 어수선한 도께비들의 난장판을 벌리는지, 킁~킁대는 소리와 낙옆 흩으는 소리만 요란하지 도무지 보이진 않는다 어둠에 감싸여서....
발걸음을 빨리하여 내려오니 길이 넓어지고 표장된 도로가 보이고, 등산 안내도가 있는 곳까지 이르렀다.
이젠 안심이다.
놈들과 거리도 멀어 골짜기에 울리는 울음소리도 멀리들리고, 아랫 동네의 불빛도 반짝반짝 숲사이로 얼비치니.......
버스가 다니는 대로변 두메산골 식당에서 순두부정식을 시켜놓고 산 위에서의 산돼지 떼들을 다시 떠올리며 혼자 멍한 상태가 되었다.
점심 걸르고, 주전버리 할 거 하나도 없이 겨우 먹은 거라곤 하도 배가 곺아서 먹어본 아직 설익은 날밤 몇 알과 씹다가 뱉아버린 떫은 도토리 몇알 뿐이었으니..
허기진 배를 이끌고 식당에 이른 것이 8시 이니, 긴장과 초조와 피로와 배고품이 겹쳐 녹초가 된 자신을 그제사 새삼 느꼈다.
순두부정식에 밥을 하나 추가하고 나온 반찬은 싹싹 긁어 치웠으니.......
엄청 배도 곺았었나보다.
P.S.
야생 짐승에 놀란 옛날 기억들도 되살아 난다.
20여년전 북예멘 사나 근처 고산지대에서 만났던 그 사납던 들개 떼들.......
현지 한국인이 "고산지대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들개 떼고, 생명도 잃은 사람들이 있으니, 경치를 감상하더라도 차에서 너무 떨어지지 말고,
놈들이 나타나면 일단 차에 올라서 시동걸고 경적을 울려야 한다."는 충고를 받고도, 계곡과 계곡에 아름답게 펼쳐진 파란 농장과 아름다운 경치에 팔려 차에서 멀어졌다가 20여마리 들개 떼들을 만나서, 바위를 등지고 겨우 1.5M정도의 몽둥이 하나 갖고 허옇게 이빨을 든러내며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악따구니로 달려들던 들개 떼들과 사투를 벌렸었지.........
놈들이 멀어져 간 후 난 거의 실신해서 그 바위에 널부러져 버렸었는데......
한 번은 평일 홀로 골프를 치다가 만난 필리핀에서의 원숭이가 떠올랐다.
Puerto Azul 15번홀(Par 5)을 치다가 Third Shot On Green Chance에서 갑짜기 쏟아진 소나기로 망고나무 거목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저 멀리 숲속에서 덩치가 큰 원숭이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Fairway로 걸어나와 내가 있는 곳으로 접근해왔다.
나는 다가오는 덩치큰 원숭이를 좇을 요량으로 Driver를 꺼내서 들고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 나가니, 당연히 도망가야 하고 도망갈 줄 알았던 원숭이는 오히려 나를 노려보고 멈춰섰다.
뒷걸음 질로 제자리에 왔을 땐 Caddie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없고.........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또 한 마리 또 한 마리 숲에서 나와 9마리가 되도록 빙 둘러 원을 그리곤 fairway 가운데서 천천히 원을 그리듯 돌다가 반대 방향으로 다시 또..를 반복하던 원숭이들.....
나는 날 노려보던 그 덩치 큰 원숭이 놈을 "몽식"이라 이름 붙였고, 15번 홀을 지날 때면 "몽식아!"하고 버릇처럼 외치곤 한다.
더러는 나무 잎 사이로 광채를 빛내는 몽식이와 눈을 마주치기를 그 후에도 몇 번을 했다. 그 놈 몽식이도 보고 싶네...
(***요 Puerto Azul은 천연 원시림 속에 9hole,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9hole을 가진 아주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한 때는 안에 Hotel과 cottage & villa와 갖은 위락시설을 갖추고 운영했던 유명한 콜프클럽이었는데.......지금은 관리도 엉망이고 호텔도 문닫고...그러나, 경치는 예나 지금이나 아름답다.)
사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돌이나 막대기로 좇으면 야생 짐승들은 도망가줘야 정상이고 우리의 상식인데.........
원적산 산돼지나 필리핀 원숭이처럼 전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면,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나아가서 예멘의 들개 떼처럼 사납게 공격을 해오면 정말 난감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야생동물의 눈을 응시하고 절대로 짐승인 너희에게 무서움을 안 느낀다는 스스로의 최면을 걸면 공격은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다--잡으려고 사투를 벌리지 않는 다면........
****나무를 오르지 않는 필리핀 원숭이==보통 나무를 오르는 루손 섬의 원숭이들은 덩치가 청솔모 정도로 아주 작다. 그런데, 우거진 숲속엔 많지는 않지만 덩치가 크고, 움직임이 느릿느릿한 소년(7-8살 정도 아이)크기의 덩치 큰 원숭이들이 있고,
필리핀 사람들은 이 놈이 작은 원숭이도잡아먹고 다른 짐승도 잡아먹으며, 사람도 공격한다고 믿는 원숭이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있는 동안 사람을 공격하거나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특히 Puerto Azul 15번 홀 왼 쪽 산 숲속엔 이 놈들이 옮겨가지 않고 살고 있으며, 가지사이로 열심히 골프치는 것을 구경하기도 한다.
사람이 소리르 지르고 돌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공격자세를 취하면 도망가 주는 동물이 정상이고,
내가 만난 들개/원숭이/원적산 멧돼지 같은 사나운 동물은 비정상으로, 아주 나를 당황스럽게 하고 황당하게 했다.
아이.....흉칙한 원적산 멧돼지들아....
"진실과 영혼" 2009. 9. 11.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