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라도 자기를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 경영자도 대개 공을 세운 사람을 측근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어쨌튼 경영자로부터 특별히 발탁된다는 것은 측근에게는 여간 기쁨이 아닐 것이다. 가령 경영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의견을 물어 와서 기탄 없이 생각을 말한다. 그러자 경영자는 "그런가"라고 즉각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특유의 행동력을 발휘해 "그럼 내일부터 이렇게 하세"라고 태도를 고쳐든다. 이렇게 되면 자기가 측근이며 총애를 받는 부하라는 처지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경영자가 아무리 현장출신이라고 해도 간극은 있다. 그래서 현장 감각이 떨어진 경영자는 "아무개는 어떤가"라고 측근에게 일 솜씨를 듣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측근이 그 동료에 대해서 별로 눈여겨 보아오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틀렸어요"라고 잘라 말했을 때다.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그의 결점을 이것저것 말해버린다. 이것으로 동료의 운명은 결정나 버린다. 제3자는 "어떻게 저럴수 있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틀렸어"라는 눈으로 측근의 동료를 보기 시작하는 경영자가 현실적으로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이 전쟁 위협과 긴장고조 행위에 국제사회와 우리 여론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생트집을 잡고 있다. 지난 8일 "우리의 최고 존엄(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을 모독했다"는 구실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공단의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안팎으로 반응이 시큰둥하자 11일 "괴뢰도당(한국)이 우리의 중대 조치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태도를 계속하면서 장난을 치려 할 경우 더욱 만회할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재차 협박을 시도했다.
그런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반응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그날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북한측이 제기하기를 원하는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바란다"고 반응한 것이다. 청와대는 류 장관의 제의를 "(사실상)대북 대화를 제의한 것"이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여론이 싸늘하자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류 장관의 경우 "대화제의는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성격상 주관 부처인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는 자연스러운일이다. 하지만 전제와 조건이 우선되지 않으면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게 된다. 핵을 담보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통일부에서는 대화 제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청와대가 엉거주춤하는 혼선까지 빚고 있다.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 아무리 감각이 없는 국민이라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백번 양보한다 해도 도발 후 보상이 버릇만 길러 도발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사실을 그동안 똑똑히 지켜봐 왔다. 다시 그런 전철을 밟을 요량인가?
경영자가 측근의 말에만 귀를 기울릴 때 일이 생각치 않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평소 현장감각이 있다는 경영자 중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누구의 말을 듣느냐 누구를 측근으로 하느냐 하는 것은 경영자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측근은 공정한 판단과 조직 중심의 건설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더블어 경영자가 미처 모르고 있는 사실이나 전망을 지혜롭게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런 사람이 측근으로 있다면 경영자는 현장에 어둡더라도 큰 잘못이 일어나지 않는다.
김정은의 노림수는 이번 게임에서 한미, 특히 미국을 굴복시키는 일이다. 뜻대로 되면 밖으로는 입지구축에, 안으로는 체제구축에 힘을 싣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떤 사정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핵 협박으로 민감한 시기에 먼저 대화 제의를 했다는 것은 모양새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외교적인 접근법에서 조급중은 금물이다. 우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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