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용 선생의 동주(東周) 열국지(列國志) 맨 첫머리는 아래의 시로 시작한다.
도덕삼황오제(道德三皇五帝): 도덕은 삼황오제요
공명하후상주(功名夏后商周): 공명은 하후상주라
영웅오패뇨춘추(英雄五覇鬧春秋): 영웅 다섯 일어나 춘추시대 소란 했으나
청사기행명성(靑史幾行名姓): 겨우 청사에 이름을 남겼을 뿐
경각흥망과수(傾刻興亡過手): 경각간에 흥하고 망했으니
북망무수황구(北邙無數荒丘): 북망산도 황량하다
전인전지후인수(前人田地後人收): 전 사람이 가졌던 땅을 뒷사람이 차지하려고 싸우니
설심구쟁묘투(說甚狗爭猫鬪): 개와 고양이가 다툰 걸 일러 무삼 하리오.
주(周)나라는 주무왕(周武王)이 은나라의 폭군 주(紂)를 쳐 물리치고 천자로 즉위한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씌어 있다.
주나라는 서주(西周)와 동주(東周)로 나뉘어 약800년의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장수 국가로 군림 했으나, 여느 봉건왕조가 그러했듯 말년에 왕실이 쇠약해짐으로서 중앙집권체제는 무너지고, 각지에서 군웅이 할거함으로써 사회는 극도의 혼란 속에 빠져, 중국 역사상 가장 오랜 분열의 시기가 시작 되었으니 이른바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개막을 가져오며 다시 550년간 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혼란기를 마감하고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 했던 것이다.
이번 주말 조선[사설]의 제목은‘끝없는 系派 싸움, 이러려면 제1 야당 간판 내려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고질적 계파 싸움이 갈수록 가관이다. 처음에는 문재인 대표의 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가 편을 갈라 공방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1년이나 남은 총선 공천권을 서로 갖겠다는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하략)
대통령 질이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 질이고 간에 그것을 하려는 순수한 목적은 소위 국정(國政)이라는 이름 아래 보국안민(輔國安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의 행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 같이 제 밥그릇 지키는데 급급한 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 패배 이후 국민들의 생활과는 관계없는 문제로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무슨무슨 계파라는 사람들이 밤마다 모여 서로 헐뜯고 윽박지르는 게 예사이고, 전직 의원들까지 나서 각기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며 원내 130석을 가진 제1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편안에 국민연금을 연계시키자고 하더니 다시 법인세 인상을 걸고 나오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고, 여야가 합의를 해놓고도 지난 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50여건의 민생법안도 저희들의 내부 싸움에 골몰하느라 제대로 챙길 리가 없으니 이 달 말경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라고 조선[사설]은 통탄하고 있는 것이다.
뭐, 솔직히 친노(親盧)와 비노(非盧)가 편을 가르고 무슨무슨 계파로 다시 갈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를 방불케 하며 대갈빡 깨지게 싸우는 꼬락서니를 보고 내심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인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이 저희 밥그릇을 지키겠다며 GR염병을 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 사회와 백성이 먼저 혼란을 겪으며 나라가 흔들린다는 사실인 만큼 마냥 음흉한 미소를 입 가로 흘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우선 나 부터도...)
옛 시인은, 영웅호걸이라고 자처해 일어났지만 결국은 이름만 덩그마니 남았고 순식간 흥하고 망하여 겨우 쓸쓸한 공동묘지의 뼈다귀 조차도 찾을 수 없으니 명예와 부를 좇아 개와 고양이 따위가 이전투구를 해 본들 허망하다고 노래했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큰 밥그릇, 보다 호화로운 밥그릇을 차지하겠다고 자중지란으로 대갈빡 터지는 꼬락서니가 김구용 선생의 동주(東周) 열국지(列國志) 맨 첫머리에 나오는 옛 시와 너무 흡사해 해 보는 소리다. 그나저나 이 혼란기를 마감할 폭군 진시황 역할을 할 놈은 과연 누구일까? 도 궁금하긴 하긴 하고....
덧붙임,
원래는 설심구쟁묘투(說甚狗爭猫鬪)가 아니라 설심용쟁호투(說甚龍爭虎鬪) 였으나 본인이 약간 개사를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