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 이야기 한토막이다. 중국 진(晉)나라에 범씨(笵氏)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집에는 가보로 내려오는 종(鐘)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그 종을 훔치려 했으나 가져갈 수가 없었다. 도둑은 고민 끝에 종을 쪼개 가져가려고 망치로 힘껏 내리 치기로 했다. ‘꽝’ 소리에 깜짝 놀란 도둑은 두 손으로 귀를 꽉 막았다. 혹시 종소리를 듣고 집안 사람들이 나올까봐 자신의 귀를 꽉막은 것이다. 도둑은 자신이 종소리를 듣지 않으면 남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엄이도령(掩耳盜鈴), '귀를 가리고 방울을 훔친다'는 말인데 ‘남들이 모두 알고 있는 허물과 잘못을 듣지 않으려고 혼자 자신의 귀를 막는다’는 뜻이다. 흔히 어리석은 사람을 지적할 때도 쓰는 말이다.
세상에는 엄이도령이 아니라 해도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일들은 많다. 자연스러울 때 더 아름답게 보인다. 허물을 감추려고 그랬을까? 지나친 미화들이 볼썽사납다. 바로 노무현 추모행열에 나타난 풍경 때문이다. 노무현 4주기 추모제에서 노빠에 의한 김한길 봉변도 그렇고 쾌도난마 박종진까지 아우성이다. 두 정치인의 말을 보면 거의 우상화 수준이다. 문재인은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노무현의 말을 실현시키자. 노무현의 꿈인 ‘사람 사는 세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박원순의 말은 더 가관이다. “세월이 갈수록, 절망이 깊을수록 그분(노무현)이 더욱 그리워진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깨어있는 단결된 시민이 되자”고 했단다.
과연 그럴까? 대선 당시 김대업을 앞장 세워 공작선거로 당선된 뒷맛을 남긴 불명예는 차치하고라도 이른바 박연차리스트 검찰 칼 끝이 노무현을 겨누고 있을 때를 기억하는가? 당시 노무현은 "마당에서 산책할 자유만이라도 주라"고 호소할 정도로 취재경쟁은 집요했고 뜨거웠다. 노무현이 자살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되지만 팩트는 '범죄인 노무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범죄자 취급에 열 올렸던 언론이 자살하면서 일순간 동정론으로 돌변해 버렸지만 불명예스러운 자살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럼에도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하게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여론몰이는 무엇이며, 누구의 얼굴인가? 자살로 어쩔수 없이 사건의 심층취재 역시 실종되고 말았지만 어쨌튼 그 본질은 변할 수는 없다.
결국, 노무현의 자살행위는 무책임한 현실도피일 뿐이다. 우리사회의 양극화 현상의 책임론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비록 범죄혐의를 받고 견딜 수 없었다 해도 신중했어야 했다. 대통령 자리는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자리다. 권리를 행사했다면 그 의무도 마땅히 다 해야 한다. 한 사람을 상(賞)함으로써 천만인이 힘쓰며, 한 사람을 벌(罰)함으로써 천만인이 두려워 할 수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정치쑈 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겸손한 자세가 우선이다. 엄이도령 납시었나? 부패혐의로 조사받고 있던 노무현은 자괴감을 못 이기고 자살했다. 역설적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자살이 무슨 잘한 일이라고 이리 호들갑들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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