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평론가 이어령 교수에 의하면‘글’은‘긁다’와 그 뿌리를 같이 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어원적으로 볼 때‘글’은 ‘긁는 것’뜻에 연유한다는 의미다. 억지가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긁는 행위와 다름없이 때문에 설득력이 더한 것 같다. 그 연관성 여부인지는 몰라도 문인들이 원고를 쓰는 것을‘긁는다’라고 한 것으로 봐도 억지스러움 없이 그럴듯 해 보인다. 박박 긁는 사람들의‘긁는 미학’일까? 그러고 보면‘그림’이란 말도 그 어원이‘글’이나‘긁다’와 같은 뜻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글씨를 긁으면‘글’이 되고 모양을 긁으면‘그림’이 된다.‘그리움’이나‘그리다’라는 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나 모습을 긁는 것이 곧‘그리움’이다. 그리움이란 말은 종이가 아닌 마음 속에 쓴 글이요, 그림인 것이다.
역시 글은 '그리움'을 그릴 때 더 빛을 발한다. 현재에 없는 것을 찾는 것이 그리움이다. 사라진 과거나 앞으로 올 미래, 언제나‘그리운것’과‘그리는것’그 동경은 눈 앞에 없는 것이다. 글은 바로‘눈앞에 없는 것’을‘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힘’이다. 그래서 글은 긁는 것이며, 문자로 쓴 그림이며, 과거의 그리움과 미래를 그리는 행위라 했을까? 그럴듯 하게 긁는 창작의 미학이다.
글 작가는 글로 그림을 그리고, 화가는 그림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여 낭만이 사라져가 안타깝지만, 비록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릴 망정 글을 쓸 때는 그것이‘긁는 것’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치 여인네들이 바가지를 긁듯이 문사(文士)들도 문자로써 긁어야 한다. 가려운 데를 긁어 주어야 한다. 논객 글도 부정이나 불의를 박박 긁어야 시원한 글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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