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3) - 화장하기 -
교실에 들어서면, 드문드문 화장을 한 애들이 보입니다. 우리 애들 속에서도 참하게 느껴지는 그런 단아한 애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니까, 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애들이 화장을 하는 겁니다.
당연히 교칙은 이를 금합니다. 얼굴들이 하도 울긋불긋하니까, 좀 참해지라고, 그리고 학생은 성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금하는 겁니다. 그런데 애들이 말을 들어야지요. 당장 이뻐야 하는데, 그리고 학원에 가면 남학생들도 있는데, 어쩌라고요. 그래서 우리 애들은 화장을 합니다.
문제는 화장의 기초를 잘 배워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애들은 그냥 얼굴 하얗고 입술만 빨갛게 하면 이쁜 줄 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숨어서 저희들끼리 몰래몰래 하니까, 더욱 괴상망측하게 합니다. 하여튼 주둥이만 빨갛다고 보면 됩니다.
어느 섬마을 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땐데, 학급 장래 희망을 적은 란을 살펴보다가 누군가가 장래 희망을 ‘다방레지언니’라고 써 놨더군요. 깜짝 놀라서, 데려다가 물어보니 이렇게 답하더랍니다.
“얼마나 멋있는데요?”
하긴 그 아이가 섬마을에서 무엇을 봤겠습니까. 대부분 섬마을 여학생들 손은 거칩니다. 어릴 때부터 바닷일도 하고, 논밭일도 해야 하니, 당연히 손이며 피부가 거칠고 험하지요. 근데 마을에 다방 아가씨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옵니다. 얼마나 멋져보였겠어요? 그러니 누군가는 장래희망이 ‘다방레지언니’였겠지요.
바로 우리 애들 화장도 그 ‘다방레지언니’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김 색깔 나는 얼굴 감추느라 하얗게 칠하는 것이고, 당장 이뻐질 것 같지 않으니까 주둥이에 빨간 루즈만 칠하면 되는 줄 압니다. 대체로 ‘다방레지언니’흉내를 내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우리 여선생님들처럼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 옅고 품위 있게 하는 법을 좀 가르쳐야 할 것도 같습니다.
하여튼 이런 애들이 반에 대여섯 명은 되니까, 반 전체가 요상하게 보입니다.
“화장은 왜 하는 거냐?”
뻔한 걸 물어봅니다.
“이뻐 보일려구요.”
“뭣 땜에 이쁘게 보이고 싶은 건데?”
“그냥요.”
곧 죽어도 남학생들한테 이쁘게 보이고 싶다는 말은 안합니다.
“내 보기엔 화장 안하는 아무개가 더 이뻐 보이는데?”
그러면 멀쑥하게 쳐다봅니다. 다들 웬일이야? 하는 표정입니다. 한 마디 더해 주지요.
“그게 뭐여. 다방레지처럼 주둥이만 빨개면 다여? 어이고, 누가 그런 걸 화장이라고 하냐? 천박해 보인다야.”
그러면, 물휴지 꺼내서 싹싹 닦습니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엎어지지요. 누구처럼 이뻐져야 하는데, 이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 제가 찬물을 끼얹어버린 거지요. 속으론 훌쩍거리고 있을 겁니다. 며칠은 저만 보면 눈 흘겨가며 삽니다.
아침 교문 앞에서 그 애를 만납니다. 또 한 마디 해줍니다.
“오, 오늘은 참해 보이는데? 완존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여.”
반응이 어떨 것 같습니까? 그 녀석,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얼굴이 확 펴집니다.
“나도 쌤이 좋아요.” 하면서 룰루랄라 왼발 오른발 Two 스텝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친해집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행복과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손을 내밉니다.
어때요? 우리 김빨스타일들, 다루기가 너무 쉽지 않습니까. 그러나 안심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약도 없다는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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