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축제연습
어느덧 이곳에도 눈송이들이 하나 둘 내리고, 헐벗은 나무들이 시린 겨울바람 앞에 서면, 학교엔 축제 연습이 시작됩니다. 우리 애들 전공이 시작된 것이지요. 평소에도 애국가 가락에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들인데, 얼마나 좋겠어요. 게다가 기말고사 시험도 끝났겠다. 이거 뭐 걱정할 것도 없어졌고.아주 신이 납니다. 더구나 축제 연습한다고, 평소보다 용돈도 많이 타고, 집에 늦게 들어가도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열심히는 하는데, 좀 수준이 낮습니다. 한번은 학급 카페 한다고 어떤 반 애들이 장사를 하더군요. 메뉴가 식빵 등 먹거리였습니다. 어떻게 만드느냐 궁금해서 봤더니, 이거는 돼지도 안 먹겠더라구요. 식용유 엄청 두르고, 설탕 범벅 가득 넣고, 요상한 햄 집어넣고 만들어놨는데, 누가 그걸 먹겠어요.
어쩌나 보자 했는데, 파장 무렵 웬 학부모 한 분이 반으로 올라오시더군요. 그리고는 만 원짜리 몇 장을 내고 그 놈의 식빵을 가득 사서 돌아갔습니다.
그러니까, 팔리지는 않고, 처치는 해야겠고 하니, 아빠를 부른 것이지요. 그 아빠가 무슨 죄로 돼지도 안 먹을 식빵을 사서 먹을까 싶으니, 갑자기 그 아빠가 불쌍해지는 겁니다.
담임선생님들이 축제 기획할 때 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준을 높여야 창의도 나오는 법이고, 예술성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어요?
하여튼 축제는 열심히 신나게 준비합니다. 어떤 반은 무슨 큰 비밀이라고, 창문에 신문지 덕지덕지 바르고 남모르게 준비합니다.
공부를 저렇게 한번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도록 열심히 합니다. 반 전체가 빠지는 아이 없이 힘을 모아, 대열을 맞추고 춤을 춥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별놈의 꼴 다 본다 싶지만, 당연히 응원은 해주어야지요.
“애들아, 너희는 참 좋겠다. 우리 때는 학예회라고, 그저 그런 게 좀 있었지. 지금처럼 음악이 있었냐. 신나는 춤이 있었냐? 열심히 해라. 파이팅!”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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