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
여중일기 20- 영상시
시 감상과 이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자기 작품에 영상과 음악을 입히는 일입니다. 단순히 문자로 표현되는 시적 단면에서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화려한 입체적인 다면을 느껴 본 학생들은 시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수준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저도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를 ‘영상시 만들기’로 합니다. 그러나 1학년 학생들에게는 버거운 작업이지요. 과제가 나가면 거의 울상입니다.
“쌔앰, 영상시 어떻게 만들어요?”
“2,3학년 언니들한테 물어봐.”
하고는, 가만 뇌둡니다.
아주 열심히 물어도 보고 자문도 구하면서 만들었겠지요. 반애는 선도하는 학생이 반드시 있습니다. 용감하게 먼저 만든 아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오, 만들어 온 거야? 그럼 한번 보자.”
컴퓨터 화면 가득히 시가 흐르고, 화려한 영상이 비춰지고 음악이 들리면, 애들 눈에 탄성이 젖어듭니다. 잘 만들었든, 못 만들었든 애들에게는 자극제가 됩니다. 아, 저렇게 만들면 되는구나.
다음부터 나오는 작품은 한결 수준이 높아집니다. 물론 모방작도 있지만, 애들이 너나없이 만듭니다. 드디어 개성과 독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도 보입니다.
그런데 작품 발표가 시작되면, 대부분 교탁 밑으로 숨습니다. 부끄럽다 이거지요.
‘엄마야, 부끄러워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다 끝날 때까지 교탁 밑에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지적해 주어야지요.
“에이, 요기 맞춤법이 틀렸는데?‘
하면, 뭐가 옆구리를 꾹 찌릅니다. 발표하는 녀석이 눈을 부릅뜨고, 손가락을 입술에 댑니다. 조용히 하라는 뜻입니다. 안 그래도 부끄러워 죽겠는데, 흉까지 보면 안 된다는 뜻이지요. 어쩌나 보자고 한번 더 지적합니다.
“또 틀렸는데?”
그러면
“쿡!”
또 옆구리를 찌릅니다.
이쯤 되면, 저도 장난기가 발동하지요.
“에이, 또또 틀렸다.”
그러면 이번에는
“쿡 쿡.”
두 번 찌릅니다.
다음부터는 ‘에이’ 소리만 나오면 마구 찌릅니다. 한 3분 그렇게 찔리다보면 어느덧 작품이 끝납니다. 이 녀석은 기분 좋아서 희희낙락 USB 빼들고 가지만, 저는 옆구리가 쑤십니다.
이렇게 1학년 1학기 수행평가 영상시 발표가 대부분 끝났습니다. 그리고 1학년 1반에서 내일 공개수업으로 그 영상시가 발표됩니다. 학부모님들도 애들이 만든 영상시를 보면서 좋아할 게 분명합니다. 지금 1학년들은 중학교 올라온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4개월 중학생이 만든 영상시. 부모님들도 아마 자기 아이가 만든 영상시를 보면서, 부쩍 성장하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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