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13) - 사탕주기 -
“아무개야. 너 내 호주머니 손 한번 넣어봐.“
“네?”
“여기 호주머니에다 손 한번 넣어보라고.”
“왜요?”
하면서, 멈칫거립니다. 쌤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전혀 뜻밖인 상황이겠지요. 멈칫거리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면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을 넣습니다. 넣자마자
“?”
이게 뭐지? 하는 표정입니다.
“가지고 가고 싶은 만큼만 가져가.”
“와!”
무척 감격해 합니다. 호주머니 가득 사탕이 있고, 아무개는 가져갈 만큼 손에 사탕을 들고 행복해 합니다.
왜 사탕을 주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애들 유인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 때문이지요. 사탕은 우선 달콤합니다. 단 것을 먹으면 애들은 기분이 좋아집니다. 기분이 꿀꿀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사탕을 물고 있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표정을 보고, 뭔가 침울한 분위기의 애들이나 칭찬을 해주어야 할 때, 저는 사탕을 줍니다.
“아무개야, 사탕 줄까?”
당장 기분이 풀어집니다.
“네에, 쌤. 근데 어떤 사탕이에요?”
싼 것은 안 먹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교감교장님 책상 사탕은 인기가 없습니다.
“전설의 사탕이여.”
“예?”
“한번 입에 넣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녹지 않는다는 사탕. 무려 십리를 가도 녹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지.”
“와. 주세요.”
그래서 제 사탕은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완도장날이 되면, 그 전설의 왕사탕, 혹은 십리사탕을 사려고 갑니다. 만원어치면 10일은 갑니다.
또 다른 사용처도 있습니다. 우리 애들 대부분은 정리하는 습관이 부족합니다. 특히 사물함을 보면 기절할 정도지요.
“사물함 정리 좀 해라.”
“에이.“
싫다 이겁니다.
“사탕 넣어줄게.”
“오!”
당장 정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다음날이면 살펴보면서 넣어주지요. 몇몇 애들 것만 빼고, 지금 1학년 3반 사물함은 세상에서 가장 정리가 잘된 사물함일 겁니다.
사탕이 없는 사물함을 보는 애들의 상실감은 곧바로 습관의 교정으로 나타납니다.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애들은 없을 것이기에, 달콤한 사탕은 아주 효과적인 행동수정의 도구입니다.
그래서 사탕을 주는 것이고, 사탕을 주다보니 별 알도 많습니다. 애들이 저만 보면 우르르 달려듭니다. 애들 본질이 멧돼지떼들 같은데, 우르르 달려들면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는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이지요. 어떤 때는 한꺼번에 한 호주머니에 대여섯 개 손이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 호주머니가 찢어질 것 같지요.
요즘은 안되겠다 싶어, 안 넣어가지고 다닙니다.
“쌤, 사타앙.”
하면서, 손을 내밀면
“나중에 줄 거여.”
하고 도망칩니다. 이 녀석들이 보통내기들이어야지요. 우선은 살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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