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1) - 만남 -
2월 말 발령을 받고 부임 인사를 하러갔을 때, 꽃샘바람이 푸른 바다에 하얀 파도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햇빛은 부드러워지고 있었으나 아직 겨울 끝자락 추위가 남아있는 학교는 스산한 풍경이었지요.
“애들이 참 씩씩합니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첫인사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들이 씩씩하다? 아니, 남자애들도 아니고 여학교인데? 저는 지금까지 여학생들이 씩씩하다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그 말을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와, 정말이지 이건 씩씩할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첫날1교시 후 쉬는 시간, 우당탕 뛰어다니는 복도엔 여학생이 아니라 멧돼지떼가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괴성을 있는 대로 지르면서 달려가는 여자아이들.
“끼야호.” 그리고 우당탕.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선생님 한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건 약괍니다.”
수업을 들어갔지요. 인사를 받고 아이들을 바라본 나는 첫인상을 정리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일단 얼굴빛은 하얀색깔이 아니라 대부분 검은빛이 도는 거무잡잡한 얼굴이었고, 또 대부분 힘깨나 쓸 것 같은 등치들. 허벅지가 내 허리만 한 아이들도 있고. 그리고 무슨 화장은 그리 했는지 빠알간 입술들. 청초하다거나 가련하게 느껴지는, 시집을 읽는 문학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간단한 소개 끝에 질문을 받기로 했습니다.
“묻고 싶은 것 있어요?”
한 학생이 번쩍 손을 듭니다.
“쌤, 결혼했어요?”
그때 제 나이가 무려 환갑을 바라보던 때입니다. 근데, 결혼하셨냐고?
“손주 볼 나이다.”
“에이.”
그리고는 질문이 없습니다. 볼짱 다 봤다는 뜻이지요. 쌤이고 뭐고, 결혼한 남자한데는 관심없다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하나둘 책상 위에 엎드려 잡니다. 교무실로 돌아와서,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건 김빨스타일이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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