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있다. 사실 보수할 것이 없으면 혁신할 것도 없다. 혁신은 무엇이고 보수이고자 하는 세계관, 사회관의 구체적 대상물은 무엇일까? 원래 보수주의의 사상적 근원은 구라파에서 비롯한다. 엄밀히 한국에는 구라파와는 달리 보수주의라 할 만한 통일적 이념체계의 내용물이 아직까지는 없었다. 보수와 혁신은 서로의 성격을 규정하는 불가결의 변수이다. 또한 보수는 혁신의 도전을 받았을 때 비로소 그 모습과 색깔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해방은 한국정치에 있어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해방공간은 한국정치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까? 해방과 함께 일제히 분출되어 지표면에 나타난 정당들은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다양한 것이였다. 당시 해방공간은 식민당사국이 이 땅을 떠났기 때문에 겉모양새는 정치적으로 보수할 것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침은 없다. 하지만 자신들이 일제 하에서 누려왔던 사회 경제적 기반의 혜택에 대한 애착과 그에 부합되는 자본주의적 세계관, 보수적 성품을 지녔던 계층은 극우 또는 우익정당으로 집결했다. 그리고 그에 상반되는 계층과 맑시즘적인 성향을 띠었던 일부 지식계층은 극좌 또는 좌익정당으로 집결됐다.
그 계보을 이은 오늘의 한국정치는 어떤 모양새인가? 우선 정치체제의 변화의 수용, 안정유지를 위해서 개념정리가 시급하다. 혁신의 독립적 위치가 정치과정 속에 확립되어 보수와 혁신의 상호 경쟁적 보완적 관계가 정립되어야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혁신주의와 종북주의는 반드시 구별되어야 한다. 종북주의자들은 혁신의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김일성의 주의와 주장을 공공연하게 외치며 일자일획의 수정도 없이 선전물을 살포, 선동하고 있다. 체제가 다름에도 이런 현상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지 않는 사회의 방관적 풍토는 고민해야 한다.
그 원인은 비단 정치환경의 변화무쌍함 때문만은 아니다. 보수주의가 보수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어제의 혁신 내용이 오늘에 와서는 보수의 내용이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혁신을 수행하는 혁신적 보수주의와 보수를 수행하는 보수적 혁신주의의 존재가 가능하는 것도 그 이유다. 보수주의를 수구적인 개념으로 폄하시키는 것이 무리가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개방과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며 종북주의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오픈마인드로 보면 오히려 진보적인 개념에 더 접근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틀(프레임)의 착근이 우선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가 건강해 지려면 정치구도가 진정한 보혁체제의 프레임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일단 혁신의 가면 뒤에 숨은 종북주의자들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한다. 종북주의자들을 혁신과 진보라고 부르고 있다. 보수를 수구라고 함부로 말하고 있다. 어떤 이념이 정치적인 도그마에 접목되면 상황인식을 오판시킬 가능성이 높다. 진보를 수구라 하고, 수구를 진보라고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정상의 비정상화' 구도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일탈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정치가 건강해 지려면 이념성에 걸맞는 정치집단으로 해쳐모여야 한다. 정치의 속성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라 할지라도 이념 프레임은 존재한다. 일단 우익에서 반동세력을 배제하고 남은 보수세력과 혁신세력에서 친종북세력을 배제시키면 남은 혁신세력에 의한 새로운 보혁체제의 정치구도를 펴나갈 수 있다. 정치색깔이 선명할 때 국민의 판단과 선택도 현명해질 것이다. 이념의 비빔밥식 이합집산으로는 기회주의 정치꾼들만 득세해질 뿐이다. 한국정치가 건강해 지려면 분단의 특수상황도 그렇고 각각의 이념 색깔대로 '해쳐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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