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죽는구나 생각했지. 당시 전이된 간암에 효과적인 항암제는 없었고, 그나마 항암제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이 있긴 했는데, 나도 그렇고 의사도 이 방법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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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집사람이 암을 극복한 의사들에게 연락해서 암에 좋은 음식을 물었나 봐. 한 의사는 굼벵이를 먹고
암이 나았다고 하자 집사람이 제주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굼벵이를 구해왔어. 삶아서 내 앞에 내미는 거
야. 입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버리라고 했지. 의사가 굼벵이를 권할 정도니 일반인은 오죽 그런 식품을 찾겠
나. 또 내 친지는 아가리쿠스라는 버섯을 먹어보라고 권했어. 일본 교수가 암에 특효약으로 검증하고 책까지
썼다고 했다나. 그 책을 읽어보니 순 엉터리인 거야."
그는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피하는 만큼 나쁜 음식도 멀리했다. 비타민, 오메가-3, 녹즙, 특정 버섯 등 건강
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라면, 통조림, 병 등에 들어 있는 가공식품을 먹지
않았다. 항암 식품이 없듯이 발암 음식도 없다는 게 한 박사의 지론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어. 비가 오는 것은 사람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건
데, 우산을 쓰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암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암을 극복할 힘을 기르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지. 나는 암에 걸린 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었어."
한 박사는 신선한 음식을 강조했다. 한꺼번에 음식을 많이 만들어두고 냉장고에 넣었다 뺐다 하며 먹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그때마다 만들어 먹는 것이 핵심이다. 제철 나물 2가지, 김치 2가지는 기본이다. 김치는
배추김치에 요즘에는 나박김치를 곁들인다. 물론 그 외 반찬도 골고루 먹는다. 그는 고기를 좋아해서 일주일
에 몇 차례씩 먹는다. 특히 아침 식사를 정성스럽게 챙긴다. 항상 그의 아침 밥상에는 소스(드레싱) 없는 생
채소가 오른다. 달걀과 우유도 빠짐없이 먹는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하는 데 달걀과 우유만큼 좋은 식품은 없어. 달걀에는 생명을 만드는 성
분이 다 들어 있고, 우유는 생명을 기르는 성분이지. 달걀은 삶거나 수란으로 조리해 먹고, 소금 등 간을 하지
않아. 어떤 사람은 노른자를 먹지 않는데 노른자를 먹어야 해. 달걀 프라이는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좋지
않아."
아침에 죽이나 떡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러나 빵은 피한다. 밀가루보다는 쌀을 먹는 게 좋다고 한다. 같은 탄수
화물이라도 쌀이 칼로리가 적고 변비에 좋기 때문이다. 노인은 변비가 문제인데 그는 하루 1번 화장실에 갈
정도로 배변 활동이 양호하다. 그렇다고 집 밖에서까지 까다로운 식성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달걀 프라이도
먹고 단 케이크도 즐긴다. 다만 무엇을 먹든 밥상을 깨끗이 비우려고 노력한다.
“상하수도 시설이 좋지 않았던 그 옛날, 집에 물을 길어다 주는 물장수가 있었어. 함경도 북청 출신이 많아서
흔히 북청물장수라고 불렀지. 단골집은 고맙다며 그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는데, 힘을 많이 쓰는 북청
물장수는 먹성이 좋아 밥과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어. 음식은 북청물장수처럼 먹어야 해. 골고루 양껏 먹
어야 체력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거든.”
한 박사가 암에 걸리기 전에도 그런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역 의사 시절에는 아침밥 먹을
시간에 잤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출근하기 바빴다. 술과 담배도 했다. 미국에서 3년 동안 연구원으로 있을 때
B형 간염에 걸렸다. 그런 데다 본래 술을 좋아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 술을 마셨다. 간염과 술 때문에 간암
에 걸린 것 같다고 한다. 암에 걸린 후 술과 담배를 끊었다. 요즘 술은 반주로 포도주 한 잔 마실 때도 있고
안 마실 때도 있다. 식습관을 바꾼 것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일반인에게 권할 수 있을까.
“암 예방은 몰라도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암 등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지. 체력과 면역
력이 높아 병에 걸려도 몸이 견디는 거야. 특히 나는 암에 걸린 사람에게 일단 체중을 3kg만 늘리라고 해. 수
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체력을 떨어뜨려. 그래서 버틸 체력을 평소에 길러둬
야 하는 거야. 이를 위해 하루 세끼를 챙겨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해.”..........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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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청 박사가 말하는 암과 친구가 되는 5가지 원칙
1. 사귀기 전에 충분히 알자
암 치료는 연애와 같다. 어설픈 정보를 가지고 남 하는 대로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대체의학이니 민간요법이니 하는 정보나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꼭 전문 의학서를 보고 담당 의사와 대화를 나누어라. 아는 것이 힘이다.
2.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말아라
'실험은 사람을 속인다.' 혹시 검사 결과 비정상 지수가 나왔다 해도 그것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아라. 수치는 시시각각 변한다. 암은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할 존재이므로 매일매일 달라지는 몸의 변화에 매달리는 것은 체력 손실일 뿐이다.
3. 잔수로 사귀지 말아라
암투병은 지구전이다. 단 한 방에 끝내려는 생각을 버려라. 전립선암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2연패를 한 랜스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기적에 대해 들을 생각은 아예 마십시오. 내가 프랑스의 언덕과 산들을 날아 올라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언덕을 날 수 있습니까. 언덕이나 산은 천천히 고통스럽게 힘을 써야만, 게다가 아주 열심히 노력해야만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겁니다.”
4. 거리를 두고 차분히 사귀어라
먼저 싸움을 걸어 분노와 적개심을 보이지 말라는 얘기다. 친한 친구도 서로 싸우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암이 끈질기게 위협하면 “오냐, 네가 그렇게 나오는구나. 좋다. 하지만 나는 우선 나를 다진 후 너를 대하겠다' 하고 마음을 다져라.
5. 언젠가는 돌려보낼 수 있는 친구라고 여겨라
얼마 못 산단 말에 미리부터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암 자체만도 고통이 만만치 않은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지면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지옥이다. 단언컨대 '암=죽음'이 아니다. '최후에 웃는 승자는 암이 아니라 나다' 하고 되뇌는 순간 암은 '이놈은 내가 붙어 살 수 없는 놈이구나' 하고 돌아갈 채비를 한다.
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