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응보(因果應報)
국정원 댓글사건, 더 정확히 말하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로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을 무력화 시키는 대열에 서있던 검찰 수사팀이 완전 해체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법무부와 마찰을 빚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파문으로 쫓겨나듯 사퇴했고,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은 수뇌부(조영곤 중앙지검장)와 대립하다 징계처분을 받고 대전고검 한직으로 좌천된 후, 지난 6일 검찰인사이동에서 다시 대구고검으로 전보됨으로서 주요 요직 복귀는 물거품이 됐다.
또한 그동안 원세훈 국정원장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의 부 팀장으로 2년 넘게 공판을 이끌어 왔던 박형철(사법연수원 25기) 검사가 사표를 냈다. 현재 원세훈 전 국정원의 파기 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표를 낸 것은, 윤팀장과 함께 지시 불이행으로 대전고검으로 좌천된 후 이번 인사에서 만큼은 일선 수사라인 복귀, 즉 복권을 기대했으나 다시 부산고검으로 전보 발령되자 옷을 벗을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윤 팀장과 마찬가지로 박 부 팀장의 복권을 거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원세훈 원장의 파기환송심 공판 방청을 통해 그동안 검찰이 이 사건을 보는 시각과 그로 인한 수사의 혼선이 존재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으며, 검찰의 무리한 증인심문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대북퍼주기,김대중의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했지요?”
“김대중 노무현의 대북정책은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옹호했지요?”
“평화는 퍼준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했지요?”
“천안함, 제주해군기지, NLL문제 등에 대한 한총련, 민노총 등 단체의 대북옹호발언의 이적성을 이슈화하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지요?”
이런 질문이 공안검찰의 입에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고, 자괴감에 소름이 끼쳤다.
좌익정권의 정체성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어떻게 다른가를 모르거나, 그들(좌익정권)의 정책에 말없는 지지자였거나 둘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국가 정보원 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대북심리전에 임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거늘, 오히려 “왜
그렇게 했느냐?“고 추궁 한다면 국정원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며, 공안검찰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더 나아가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원초적 물음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과학과 합리적 상상력으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가에 대한 무한의 충성심을 더해 벌이는 심리전을 왜곡 폄훼하고 축소시키려 하는 세력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전력을 다해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징계를 받고 지방으로 좌천된 때문인지, 검찰은 신경이 날카로웠으며 재판부의 재판진행에 수시로 불만을 제기했다. 우리(나)는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재판을 보아 왔지만 검찰이 변호인 보다 더 많은 말을 하는 재판을 본 것은 이 재판이 처음인 것 같았다.
윤석열 팀장이 배제된 후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의 공소유지를 이끌어온 박형철 부장검사의 사퇴로 검찰은 동력을 잃게 됐고, 따라서 더 이상의 공소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 변호사는 “원 전 원장 사건의 복잡한 내용, 그동안 모든 수사의 흐름을 꿰고 있는 사람이 물러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공소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의 무죄선고(?)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검찰의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검찰의 패인이라면,
이거야 말로 인과응보가 아니겠는가?
2016. 1. 13
광야의 외침. 민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