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엄이(盜鍾掩耳) 혹은 도령엄이(盜鈴掩耳) 라는 말이 있다.
진(晉)나라 때 어떤 명문가가 있었는데, 몇 세대를 거치다 보니 점차적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자연히 집안이 어수선하였고 도둑들의 목표가 되었다. 어느 날 그 소문을 접한 도둑 한 놈이 그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왔다가 들보에 매달린 큰 종 하나를 발견했다. 종으로 말하자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였던 것이다.
이게 웬 횡제냐? 며 도둑놈은 그 종을 등에 지고 가려고 했으나 워낙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종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하는 수 없이 종을 깨뜨려 조각을 내어 가져가기로 하고 커다란 망치를 가져와 힘껏 종을 내리쳤다. 그러자 갑자기 천지를 진동하는 듯 한 종소리가 울렸다. 깜짝 놀란 도둑놈은 누군가 소리를 듣고 달려와 종을 놓고 다툴 것만 같았다. 당황한 나머지 놈은 재빨리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고사다.
여야를 막론하고‘공무원연금 합의안’을 놓고 벌이는 행태가 도령엄이(盜鈴掩耳)하는 꼬락서니와 여합부절이다. 여야의 두 수장은 물론이고 소위 국해의원이라는 정치권 전체가 차기 총선이나 나아가 대선의 票퓰리즘에 함몰 되어 민의는 병아리 오줌만큼도 반영이 되지 않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내 걸고 큰 업적을 세운 것처럼 생색을 냈으니 이거야 말로 거센 민심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며 귀를 막은 도둑놈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도령엄이(盜鈴掩耳) 혹은 도종엄이(盜鍾掩耳)라는 말은 귀를 막고 방울 또는 종을 훔치는 것으로, 자신을 속여서 세상도 속일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이름이다.
오늘의 썰은 짧기도 하려니와 기왕 도둑놈 얘기가 나왔으니 보나스로 하나 더 보태 보자. 개문즙도(開門揖盜)라는 말도 있다.
손책(孫策,)자는 백부(伯符)이며 양주(揚州)오군(吳郡:강소성)사람이다. 훗날 오나라 황제에 오른 손권의 형이다. 조조와 원소가 관도에서 결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손책은 허(許)를 기습, 헌제(獻帝)를 옹립하려 하였으나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 허공이라는 자를 붙잡았다. 허공은 손책을 맹렬하게 비난하며 손책을 잡아 죽여서 없애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헌제에게 보내다가 손책에게 잡혔는데 손책의 불같은 성격에 허공이 용서받을 리가 없었다. 결국 허공은 참수 당했으며 이에 앙심을 품은 허공의 식객 허소 라는 자가 손책이 홀로 사냥을 나간 것을 알고 습격을 하여 큰 부상을 입고 부중으로 돌아와 치료를 받았으나 상처가 덧나 죽게 되었다. 그해가 서기200년(단기2533년, 중국 漢헌제 건안5년, 신라 내해이사금5년, 고구려 산상왕4년, 백제 초고왕35년)이다.
손책이 죽기직전 동생 손권을 불러 국새를 주어 후계자로 삼는데, 손권이 곡을 하며 심히 가슴아파하자 아랫사람 하나가 손권에게 국사의 일은 막중함으로 지나치게 슬퍼하는 것은 마치 대문을 열어 놓고 도적을 청하는 것과 같아 나라에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간언했다.
명색 국민의 대표로 선출 된 자들이 저희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도둑처럼 행동 하고 있으니 나라는 점점 누란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주둥이로는 국민을 위하여 정치 한다는 자들이 오로지 다음 총선이나 대선만 대갈빡 속에 들어 있으니 국정은 정체되어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오죽 했으면 대통령 입에서“경제 활성화法 붙잡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냐”고 일갈을 했을까? 여야를 막론하고"대문을 열어 놓고 도적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 놈들이 몽땅 도적 놈들이다. 그것도 종이나 방울 훔치는 작은 도둑이 아니라 나라를 훔치려는 국적(國賊)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