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값진 삶을 살 것이며 마지막 생을 어떻게 거두느냐고 중요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끓고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철학적 삶이 베여있는 지도자임은 틀림없다. 아직도 그가 왜 그런 극단의 선택을 했는지는 밟혀지지는 않았지만 가문의 수치심이 주된 원인으로 보여 참사(慙死)로 보는 게 일견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삶의 비중에 비해 종국에 가서 유종의 미를 걷어 찬 것이 내내 안타까울 뿐이다.
흔히 옛 성현들이 말하기를 무릇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비중을 두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지만 우리 인간은 이름을 남기지 않는가. 이름값을 하는 삶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름값을 치자면 몇 손가락에 들 훌륭한 위인이다. 그런데, 자신이 선택한 자살이 이름값을 깎아 내렸으니 국격의 손실과 국가의 체통이 말이 아닌 것이다.
4년 전 노 전 대통령의 비보를 접했을 땐 방송사 자막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이라고 큼지막하게 보도 되었다. 잠시 후 ‘서거’라고 정정하여 웃어른의 죽음에 대한 최대한 예우를 갖추었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어른에게 깍듯이 경어를 사용하는 건 옳다. 자살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타계했으니 조선시대에 견주자면 임금이 세상을 떨 때처럼 승하(昇遐)한 걸로 보자는 것이다. 뒤끝은 개운치 않지만 말이다.
군인들이 전투에서 사망하면 꽃잎처럼 흩어지다는 뜻에서 산화(散華) 하였다고 했으며, 태평양전쟁 시 일본군들은 자살특공대란 변칙적인 죽음으로 전장을 공포로 몰고 가는 예도 있었다. 이 모두 국가라는 존엄 앞에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 버리는 숭고한 죽음도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도자의 죽음이 헛된 듯 하여 못내 아쉽고 원통하다. 그를 추종하고 열화 같은 성원을 보내는 국민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며칠 전에 노 전 대통령의 4기 추모식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경건하고 엄숙한 추모행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난데없이 오후 들어 민주당 대변인의 트위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골프 회동 소식을 넣으면서 때 아닌 논쟁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기일(忌日)에 염치없이 골프회동을 한 mb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된 것이다. 사려 깊지 못했다는 비판과 도대체 그 분의 제삿날에 불과한데 골프 회동한 것이 어쨌다는 것인지, 라고 여론은 엇갈린다.
보는 시각에 따라 민주당의 과잉반응일 수 있다. 그냥 골프를 치든 말든 넘어갔으면 mb가 골프를 친 사실조차 국민들은 알 필요도 없고 모를 것이었는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논란거리를 생산해 냈는지 부질없는 편견이다, 싶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역대 대통령의 기일에 행동의 제약을 받아야 할 것이고 공평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관례가 없다. 아마도 민주당의 입장은 mb 때문에 고인이 그렇게 된 것으로 간주하여 화풀이 질책으로 보인다. 모른 척 하고 mb가 추모식 때 참석을 했다면, 단번에 멱살 잡고 쫒아 냈을 사람들이 당신들인데, 이율배반적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골프는 이제 일상적 생활체육이다. 그러면서 친분도 쌓고 친화를 도모한다. mb가 추모식 행사에 초청을 했는데도 불참했다거나, 민주당의 어느 분들 같이 5.18 전야제 때 노래방에서 깨춤 췄다면 또 모르겠다. 골프라면 친노의 대부 격인 이해찬 의원의 화려한 전력을 빼고 이야기가 안 된다고 한다. 국무총리의 신분으로 3.1절 행사를 제치고 부산으로 항공편으로 날아가 골프 친 사건으로 결국 총리직을 사임한 그 분이 이번 추모식 행사의 중심에 버젓이 있었다. 그 분도 골프 친 mb에게 쓴 소리 하든가?
北의 유훈 통치는 전 세계에 알려진 불가사의 중 손가락 몇 안에 들어간다. 그래서 북은 우리 정부가 김정은의 선대에 흠집 가는 발언을 하면 존엄 손상이라고 당장 핵무기로 불바다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는 지경이다. 적어도 우리 남한에선 그런 존엄의 문화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게 인간이 사는 최대의 권위며 기본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노’의 파워를 지워야 할 것이며 망자(亡者)의 혼(魂)에 기대어 자생하는 그런 정치 구도를 스스로 타파하는 게 새 정치의 출발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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