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없는 기억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아닐까?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경험이 쌓이면 이 경험이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을 변화시키지만 우리는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기억은 과거를 재구성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기억을 재구성하고 이런 재구성이 반복될수록 기억은 점점 사실에서 멀어진다. 계속되는 사건들, 타인들의 기억이나 암시, 새로운 환경 등이 우리의 기억을 변화시킨다. 기억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보면, 진실과 실제도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적 실재(實在)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의 기억은 실재로 정확하게 복사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어났던 일들을 잊어버릴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을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완전히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실제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믿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불완전한 생각들의 지뢰밭을 건너는 방법은 ‘파괴된 소문의 벽’ 에 갇힌 ‘불신의 벽’을 깨는 일 부터 우선되어야 한다. 가령 당사자의 증언으로 현장을 재구성시키는 방법도 그 한 가지가 될 수도 있다.
혹시 그동안 우리는 민주화라는 이름 앞에 없는 기억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았을까?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본질과 현상들이 왜곡되어 난반사되고 있지 않은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규칙이 없는 게임이 성립할 수 없 듯 전제를 무시한 논리와 주장은 궤변이요 억지에 불과하다. 5・18의 경우도 10・26에 따른 정치불안과 사회혼란의 틈새에서 역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정치공학적인 메카니즘이 작동되었다. 이에 맞물려 각종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는 등 많은 변수들이 뒤엉킨 한국사의 비극적 정치사건이었다.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이 제기된 광주의 진실은 무엇인가? 5・18을 두고 폭동이라 하고, 한편에서는 항쟁이라고 한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5・18 주변에는 유언비어만 무성하다. 반면에 해마다 드러나지 않았던 사실들도 양파껍질 처럼 벗겨지고 있다. 올해는 종편 채널A와 TV조선에서 5・18과 관련된 내용을 방영하여 북한군 개입설이 구체화되고 있어 색다른 풍경이다. 공공성 있는 방송매체에서 증인까지 내세워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구체화 시켰다면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공론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파장 커지자 강운태 광주시장은 “5·18 왜곡 더는 안 된다, 광주시민 전체가 폭도로 몰릴 수는 없다” “누가 5・18을 폄훼하고 비하 하는지 조사해서 법정 대응(민형사)을 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대해 시스템 클럽의 지만원 박사는 “북한특수군이 절대 오지 않았다고 하는 그 누구와도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고 싶다. 자신 있는 사람은 꼭 필자와의 공개논쟁에 나서 주기를 바란다. 입을 봉하려고만 하지 말고 공명정대하게 공론의 장인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자”라고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5・18은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진실과 허위가 공개된 시장에서 자유롭게 다투게 하라. 진실과 허위가 다툴 때 누구의 허위가 이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선과 악의 자유로운 경쟁에 어찌 선이 지고 악이 이긴다고 보겠는가. 다른 자유에 앞서 양심을 쫓아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토론할 자유를 다오” 영국 시인 존 밀턴의 말이다. 죄없는 역사는 없다. 회한에 차지않은 과거도 없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5・18 북한군 개입설, 진실규명을 위해 이참에 토론의 장을 국민에게 제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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