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중 개성공단의 역할은 북한 경제 규모에서 공단의 경제적 의미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툭하면 개성공단이 마치 남한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몰아 세우고 때론 공단을 자신들이 붙잡은 인질인 양 취급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한미군사훈련을 핑계를 댔지만 저들은 핵을 만들어 협박하고 있지 않았던가? 남북경협의 분위기가 한창 고조에 이를 때도 공단에 상주하는 직원 620명을 억류시킨 사실도 있다. 남북경협의 물코를 트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던 현대아산의 직원 류모씨까지 장기간 억류 시킨 사실도 있었다. 어쩌면 개성공단의 한계는 이때부터 싹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남북경협의 취지는 통일을 대비하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경제 협력사업이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김정일간 정상회담에서 민간교류의 확대를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마련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당시 두 정상간 주요 합의내용은 ① 경의선 철도, 동해선 임시도로 연결 ② 개성공단 건설 착공 ③ 임진강 수해방지와 임남댐 공동조사 ④ 4개 경협합의서 발효와 북측 시찰단 방문 ⑤ 대북 식량과 비료 지원 등이 큰 줄기다. 하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 근로자들이 경우에 따라서 잠재적 인질이 될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합의사항의 불투명성 이유가 크다.
사실 남북경협은 불투명성 때문에 대북 퍼주기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컸고, 그런 일들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족끼리'라는 감성에 접근시켜 국민의 입을 막아 왔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었다. 어쨌튼 정부가 바뀌었지만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근로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잠재적 인질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트집잡기에 볼모가 되고 있는 것이다. 툭하면 상호 통신선을 차단시키고 육로 통행을 차단해 버리지만 아직까지는 정부가 한 일이라곤 선처(?)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개성공단 때문이다. 이것이 남북경협의 현주소다.
잠시 필름을 돌려 보자. 기억도 새로운 2008년 7월 11일, 이날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피살된 날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대북 강경기조를 누그러뜨리는 입장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대통령 주재로 대북기조의 전환과 고수 여부를 놓고 긴급 대책회의가 열리고, 일부 참석자는 북한군에 의한 관광객 피살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해 원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사건의 정확한 진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큰 대북정책 골격 변화를 즉흥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관광객이 사살된 상황임에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나가버렸고, 때문에 임기 내내 많은 비판을 받아야 했다.
대북지원도 타이밍이 있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 통일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남북당국간 책임있는 대화를 재개하고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비롯한 남북간 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남북대화의 주관 부처인 통일부가 올해 추진 과제로 남북교류, 협력, 대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북한이 남북간의 마지막 공식 접촉 채널인 군 통신선을 끊는 날이었다고 한다. 개성공단 출입에 필요한 통신선을 차단해 버린 날 통일부가 대통령에게 공단 국제화 추진을 보고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것인가. 단순한 타이밍 미스였을까?
최근 김정은의 잇따른 공포 분위기 조성과 맞물려 노동신문은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전날 밝힌 '전투 1호 태세와 실제적인 군사행동'에 대해 "핵 선제 타격이 포함된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 말은 대한민국과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와 다름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유엔 안보리는 올 들어 두 번이나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미국 정부는 유엔 제재보다 수위가 높은 별도 대북 금융 제재 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통일부 외교부 장관과 간부들이 모여 '남북 교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이 나왔다. 아무리 감각이 없는 국민이라 해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2005년 발효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 규정된 선언적 성격의 신변안전보장 조항만으로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남북경협이 계속성을 유지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 근로자의 신변안전이 100% 보장이 되어야 하고 국제 룰에 따른 신분 안전보장까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에 변하는 것이 없다면, 변하지 않는 북한만을 탓할 일도 못된다. 대선 당시 종북의 득세를 우려해 투표장으로 향했던 민심을 읽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여부에 대북정책도 포함되어 있다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어야 한다. 차제에 가슴보다는 이성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발상의 전환에 고민해야 한다. 개성공단, 언제까지 잠재적 인질로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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