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날, 유사한 여성편력으로 도마 위에 오른 또 다른 남자의 기사(記事)가 눈에 띈다.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의 내연(內緣) 남(男)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그녀와는 수차례 육체관계를 했을 뿐 남녀 간 교제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업무상 협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우관계를 맺었고…1999년 말부터 모텔 등지에서 수차례 육체관계를 가진 것을 사실이지만…차영과 남녀 간의 교제관계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물론 차영이란 여인은 모두 새빨간 거짓이라고 펄쩍 뛴다.
인터뷰 내용만 보면, 조 회장의 여성관이 과히 카사노바 빰 치는 수준이다. 남녀 간의 교제에서 이루어진 성관계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남의 여인을 탐했을 뿐인데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는 뉘앙스다. 혼외자로 태어난 아들은 ‘모르는 사실’이라고 한 대목에서 숨이 탁 막히는 느낌이다.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면서 채동욱 총장이 던진 말이 오버랩 되어 희한한 날, 같은 발언이 묘하다 싶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니 남녀 간의 애정 행각을 무슨 수로 찾아 낼 수 있겠냐마는 지금 대한민국은 혼외자 문제로 벌집 쑤셔 놓은 듯 웽웽 거린다.
조 회장은 친자(親子) 확인 소송 건으로 연루되어 법정 다툼에 서 있는 자(者)로 명망(名望)있는 집안의 2세다. 상대 여인‘차영’역시 공인으로 불륜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으니 백번 지탄(指彈) 받아 마땅하다. 다만 조 회장의 여성 비하 발언과 그녀와의 육체관계를 단순 노동?으로 생각하는 오만불손한 태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일말(一抹)의 양심과 도덕적 책임을 저버린 말종(末種)의 변(辯)이요, 변종‘슈퍼 갑’임이 틀림없다. 불륜도 품격이 있을 터인데 이들의 불륜은 그야말로 3류 통속 소설 감이다. 그런 뜻에서 물러나는 채 전 총장은 카사노바의 커밍아웃 아니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제는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떠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빼놓고 대화가 안 되는 그런 뜻 깊은 날이다.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가 있은 지 1시간 여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또 정치 쟁점화 될 조짐이 감지된다. 총창은 고별사에서 직무상 업무는 원칙과 소신대로 추진했기에 뜨뜻하며 사생활 문제는‘사실 무근’이라며‘한 점 부끄럼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하등 물러날 이유도 없고, 억울함 점이 있으면 당당하게 밝히면 될 것을 의혹의 여운만 남기고 떠난 그의 처세가 결코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불을 붙여놓고 또 지피고 떠난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했거늘 감찰 지시가 있자, 떠난 그를 두고 켕기는 게 너무 많다. 더 이상의 비리를 덮기 위해 떠났다는 설(說)과, 또래집단에서는 정치 탄압, 외압으로 치부하여 정치적 이슈로 확대하는 좌파 세력들의 목소리다. 늘 그렇듯 좌익 성향 정치인들과 평론가들은 또 이렇게 항변하며 트집을 잡는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장관 감찰 지시는‘사상 초유’라며 검찰 흔들기라고. 그럼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사상 초유가 아닌가? 사상 초유의 조치가 검찰총장의 사퇴와 무슨 역학 관계인지 쉽게 납득 안 된다. 그리고 역대 자신들의 좌파 정권에서 드러난 사상 초유가 어디 한 둘인가.
노무현 정권때 법무장관 천정배는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된 동국대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조치의‘지휘권을 발동'도 사상 초유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고, 지금 문제가 되는 이석기의 사면 복권의 경우도 사상 초유의 혜택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일이 나열하면 끝이 없는 게 좌파정권이다. 문재인이 변론한 동의대 사건의 주역 피의 학생들은 단속 경관을 7명이나 화살(火殺) 시키는 사상 초유의 발생하지만 노무현 정권때 모두 사면 조치하여 보상금은 물론 민주화 열사로 둔갑 시켰다. 이런 집단이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권을 놓고 검찰 흔들기라니, 기가 찬다.
국정원 댓글과 대선 개입의 사건도 사실 그 출발이 아주 잘못됐다. 민주당에서 첩자를 매수하여 드러난 사건이 일차적 본말이고, 그 뒤에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여부를 따져야 함에도 원인제공의 직원 매수 사건은 증발해 버리고 없는 상태다. 그들의 지론대로라면 국정원 직원 매수는 민주주의 꽃이며, 댓글 사건은 민주주의 실종인가. 민주당의 민주주의 회복구호가 너무 공허하다. 지금의 검찰총장 사퇴와 얽힌 것도 본질은 혼외자 문제다. 혼외자 의혹은 제쳐두고 검찰총장의 사퇴가 전면에 등장하여 또 정쟁(政爭)의 소재(素材)가 된 것이다.
이 문제로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채 전 총장이 직접 나서서 유전자 검사만 실행하며 모든 게 끝난다. 그 결과를 놓고 사실이 아닐 경우 그때 가서 항변하면 될 것 아닌가. 유전자 검사는 불과 며칠 이면 판결 날 것이라는데 왜 주저하나. 사건의 단초였던 임 모여인과의 얽힌 혼외자 문제에 대해 궁금증만 증폭시킨 것도 그렇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반드시 결백을 밝히겠다는 핵심을 빼고서는 그 어떤 것도 이유가 될 수 없다.
정치적 논란의 여지도 임 모 여인에 얽힌 혼외자 진실 여부만 명확히 밝히면 모든 해결은 깔끔하게 정리된다. 총장직에서 물러났으니 해결 됐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국민들의 냉담한 정서를 무마시킬 수 있는 칼자루는 채동욱 전 총장만이 쥐고 있어 그의 결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조희준의 변명처럼 그런 구차한 인간이 안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