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장을 열어보니 오랫동안 먼지로 덮힌 법정의 무소유를 보았다. 난 한포기로 무소유의 경지를 깨달은 대단한 법정스님이지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그깟 난초 하나 뽑아 버리면 되지 꽤나 고민하고 살은 것 같다. 인상깊게 읽었던 옛생각을 하며 책을 들쳐보는 순간 “개 돼지 만도 못한 삶을 사는 북한동포의 삶에 비한다면, 그 중 한명만 구할 수 있다면 그깟 난 천만개는 못 뽑아 버릴까. 그깟 난으로 고민하지 말고 북한동포 걱정이나 하다 가지 그러셨소 법정스님”이라고 생각을 한다. 세상사 발에 밟히는게 풀이고 잡초인데 난초 또한 잡초에 불과한 것, 난이라고 고결하게 된 것은 인간이 만든 허영일 뿐이고, 법정스님은 수행자 답지 못한 난에 대한 집착을 보인 것이다. 내 기준으로는 난은 입맛 돌려주는 쌉사름한 취나물 한포기 보다 못한 잡초일 뿐이다.
천안함 음모론으로 호국영령에게 저주를 퍼붓던 싸가지 없는 종북단체 40여곳이 단 한번도 인양 된 천안함을 찾지 않았다는 조간신문 기사를 보고 하루종일 기분이 언짢다 보니 법정의 무소유와 난까지 화풀이를 하게 된다.
법정스님은 세상에 더 이상 말 빚을 남기기 싫다며 자신의 저서 일체를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법정스님 같은 수행자의 말 빚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저 필부에 지나지 않는 나로서는 뭘 그리 복잡하게 살다가는지 반문하게 된다. 어쩌면 글 쓰는 것 처럼 쉽고, 말과 같이 떠들기 쉬운 것이 세상에 없다. 나도 꽤 오랜 시간 제 멋에 사는 논객이로 할 말, 못할 말 많이도 했다. 불구대천지 원수라도 만난 양 격한 논쟁을 벌리기도 하고, 감정을 못이겨 본질을 벗어난 닭싸움도 참 많이 했다.
성철스님이 조계종 종정이 된 후 자신을 찾는 참배객에게 “나 종정을 만나려 거든 삼천배를 하고 오라”고 하자 법정스님은 “성철스님은 삼천배를 하라 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이나라 조계종 종정은 부처님께 삼천배를 한 후에 만날 수 있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부처를 믿던, 증오를 하던 대한민국 내노라 하는 정치인은 한번쯤 조계종을 찾아 깍뜻하게 예의를 표하는 권력이고, 한 솥밥 먹으며 그 권력의 정점에 실랄한 공격을 퍼부은 법정스님이다. 훗날 성철스님은 “바른말 하는 중생은 이나라에 법정 한사람 뿐이다“라고 했다. 어쩌면 선문답 같은 당사자의 설화의 끝이 아름다워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불귀의 객이 되었고, 죽어 우주 한 공간을 유영하며 너털웃음을 지을지, 니르바나에 이르고 극락에서 배두드리고 있을지 따져보는 것조차 나에게는 귀찮은 일일 뿐이다. 도인이 지껄이듯 안개처럼 왔다 바람처럼 가노라며 유유자적 호기도 객기도 없는 필부라 오늘도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 생활인일 뿐이다. 다가오는 카드결제일이 징그럽고, 대출금은 갚아도 갚아도 늘 제자리고, 고기 몇 저름 주서 먹고 퍼마신 깡소주에 취한날만 쌓여간다. 이렇게 살다 가더라도 종족보존도 못한 성철이나 법정 보다야 세상에 한 일이 많지 않은가.
한 동한 절필하고 먹고사는 문제에 골몰하다 요즘 몇 일 늦은 시간 자판 두드리는 횟수가 늘자 여편네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싸우고 돌아와 상대편 부모가 난리를 쳐서 한바탕 회오리가 지나간 언저리에 아버지라는 자가, 가장이라는 자가 하는 짓이 가관이 아니라고 타박이다. “거참 여편네라곤, 여지껏 살면서 내 주제가 그것 밖에 못되는 걸 이제사 알았나. 그리고 아이들이 크다보면 싸울수도 있는 것이지, 껄” 그러나 아이가 머리한대 때린 것으로 상대방 부모가 종합병원 가서 뇌진탕으로 CT찍고 난리 피우는 통에 꼼짝 없이 몇십만원 날리게 생겼다. 뇌진탕 환자가 CT찍고 바로 퇴원했는데 뇌손상이 어쩌고 참 말도 많다. 한마디 했다. “가서 내일 입원해서 검사 받을 것 다 받고 치료할 것 다 하세요. 자식 잘못 가르친 내 탓이니 집이라도 팔아 책임 지겠습니다”. 그러자 학교는 꼭 보내야 한다는 앙칼진 소리에 기가 막힌다. 뇌손상까지 비약된 아이들 싸움으로 온갖 호들갑을 떨던 사람이 학교 타령이다.
난이나 키우며 그토록 집착하던 법정은 아이 키우는 재미나 애간장 녹는 애닮음은 모를 것이다. 말 빚이 많은 나는 애새끼라도 까질렀으니 이 세상에 큰일 했다. 법정스님의 말 빚이 주는 무게감 보다 세상사 탓하던 어린 나에게 "너도자식 낳아 키워보면 그런 소리 못한다"라던 배우지 못하고 가난했던 내 어머니 말씀이 더 큰 무거움으로 자리 잡는다.
아이가 성장하며 홍역을 치루듯 논객은 말 빚을 치르며 성장하고, 부딪힘과 깨짐으로 단단해지는 것 같다. 논객넷에 귀한손님이 모여들고, 주옥같은 글들이 쌓여이는 것을 보니 그래도 논객넷 오기 잘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논객사회에서 이런 저런 사연 모여 답답함에 한동안 치룬 마음고생이 씻겨나간다. 감사합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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