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피곤함도 없이 연일 전쟁 협박을 해댄다. 매일같이 협박을 당하다보니 그저 일상이 되었고, 언제부터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북한의 협박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 협박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자칭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이가 일선을 너무 자주 방문하고 공개적으로 나다닌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고 지도자의 시찰 시점을 비공개에 부쳐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개된 것만 해도 이렇다. 김정은은 지난 7일엔 서해 장재도·무도 방어대를 시찰했고, 11일엔 월내도 방어대와 641군부대를 둘러보았고, 무인 타격기와 요격미사일 훈련 참관은 20일에 했고, 22일과 23일은 1973군부대, 24일은 1501군부대를 시찰했다는 둥 북한은 이례적으로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것을 조선일보는 통일부 당국자와 안보 당국자 그리고 정부관계자의 말을 빌려 "경호상의 이유로 북한은 김정일·김정은의 동선을 바로 밝히는 걸 꺼려 왔는데, 시찰 시점 공개는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가 이달 초부터 격렬해진 북한의 대남 위협과 관련된 것” "북한이 최고 지도자의 동선을 실시간 노출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고 엄중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고강도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보도 했다.
김정은의 저런 외출에 대한 정부의 분석이 틀린 것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완전 고개가 끄덕여 지지는 않는다. 정부의 분석을 넘어선 설명되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가 미국과 키리졸브 훈련을 하고 있는 이때에, 공격을 할 자기네도 아니면서 장시간 권좌를 비운 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거기다가 김정은의 동선까지 노출시킨다는 것은 더욱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키리졸브연습이 그들 주장대로 북침을 위한 것이다면 더욱 지하 벙커에 들어갈 것인데 오히려 밖으로 나돌아 다니니 보통 이상하지 않다. 북한이 공격을 하든, 공격을 받든 지나친 외출은 정상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비밀히 의논을 숙덕이는 것이 정상인 것이다.
혹시나, 북한의 권력층이 김정은을 속여 그를 외지로 몰아내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김정은은 이미 실권을 잃었고, 권력을 장악한 실세가 자기 등장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 걸림돌인 김정은을 변방에 떠돌게 하는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김정은이가 군부의 환심을 얻기 위해 자청해 저러는 걸일까. 하여간 오만 생각이 다 든다.
생각을 글로 옮겼으면 옳든 틀리든 결론을 내는 것이 글쓴이의 의무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민해서 그럴 능력이 없다. 다만 정부관계자의 분석이 좀 상식적이고 타성적이지 않나 하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정부관계자는 북한의 이상한 움직임을 "고강도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 했다. 이것은 누구나가 끄집어낼 수 있는 결론이다. 북한은 비상식이 지배하는 곳이니 우리도 비상식적 분석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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