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중국출장을 갔습니다. 이제 웬만하면 비행기를 덜 타려고 작심을 했는데(여행은 제외하고...)지난번 샌프란시스코 활주로 사고를 겪은 아들놈이 그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당분간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하는 관계로 어쩔 수없이 이 늙은 아비가 출장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뭐, 솔직히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약15년을 중국에 상주했고 수년 전 아들놈에게 가업(?)을 넘겨 줄 때까지 아니 지난봄까지도 한 달에 또는 최소한 두 달에 한 번은 출장을 다녀와야 했습니다. 100% 넘기기에는 아직 모자란 듯 하기에...

어딜 가든 늘 묵는 곳이 있습니다. 이른바 단골 호텔입니다. 무엇을 하든 단골은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단골을 찾지만. 이번에도 늘 묵는 호텔로 갔습니다. 세계가 다 그런 현상인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결혼풍습도 주로 주말(토. 일요일)을 이용합니다. 또 저 역시 주로 주말을 이용해서 출장을 갑니다. 남들 놀 때 같이 놀면 돈 벌 수 있겠어요? 남들 놀 때 일 하러가는 겁니다. 어쨌든 단골호텔을 들어서는 순간 자주 목격을 하는 장면이 그날도 연출 됐습니다. 결혼식이 거행(정확하게는 피로연이 열리는...결혼식은 따로 하고 호텔의 뷔페에서 피로연을 연다.)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나발 불고 북치며 연주할 뮤지션 같지는 않다. 갑자기 얼굴을 뵤쭉이 내미는, 저 아이가 신랑이다.
제가 자주 목격했다는 장면은 다름이 아닌 중국식 결혼식에 꼭 등장하는‘브라스 밴드’입니다. 호텔 입구에서 신나게 마치(거의 행진곡이고 가끔은 계절에 상관없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분다.)를 연주합니다. 보아 하건데‘브라스 밴드’단원은 대체적으로 아줌마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남녀혼성이었습니다. 사실 남녀혼성이든 아줌마 부대로만 결성된 밴드이든 오늘의 주제는 그게 아닙니다.

부조 돈 들고 올 손님을 기다리는 신랑 신부.
그날 그곳의 날씨가 6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섭씨 42도를 기록한 날입니다. 그럼에도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계속해서 나팔과 북을 치며 연주를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대단한 것은, 아저씨나 아줌마(늘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가졌다)밴드를 볼 때마다 아무리 봐도 음악을 연주할 생김 생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농사나 지으며 살아갈 장삼이사의 평범한 사람들로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악보도 없이 악 단장(?)의 지시에 따라 수십 가지의 마치와 캐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축의금을 신랑 신부에게 직접 준다. 그리고 받는 즉시 아래 가방에 챙기고... 워낙 날씨가 뜨거워 결혼인동 뭔동..
신랑 아버지는 난닝구 바람으로 돌아 댕기던데... 우째 그 사진이 없어졌다.
그날 그 삶을 듯 뜨거운 그날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연주하는 농사꾼 같은 밴드를 보고 문득 느꼈습니다. “저것이 중국의 저력이다. 저 모습이 오늘의 중국을 일으킨 모태다.”라고 크게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부럽고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딴에는 넥타이와 모자까지 눌러쓰고 성장을 한 상태에서 그 뜨거운 열기를 참아가며 연주하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저들의 저런 저력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하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만디...결코 서둘지 않는 중국 특유의 만만디가 저력의 핵심이었습니다. 만만디는 단순히 기다리거나 참는 것이 아닙니다. 부단한 노력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참고 기다리는 것이 만만디입니다.


이것도 배워야 한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의 스크린(?)용 나무가 높다. 밤에 맞은 편에서 오는 자동자들의 헤드라이트 불 빛을 가려주고 눈부심을 감소 시킨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덤은‘만리장성’입니다. 만리장성을 축조하며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 되었겠습니까? 그러나 수천 년 지난 지금은 거대한 무덤이 세계 제일의 으뜸가는 문화유산 중 하나인 것입니다. 자금성, 병마용갱,...상상을 초월하는 문화유산이 그들에게는 널려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만들어 질 때 많은 희생이 따랐겠지만 결국은 그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소산물인 것이지요.

중국의 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 호텔 옆의 아파트 단지 내의 주차장. 그러나 이들은 주차시설에 관한 거의 무지한 듯 하다. 지하주차장이 전혀 없다시피 한다.
중국의 정치는 또 어떻습니까? 등소평이 개방정책을 택했을 때 그는 어떤 치적을 우선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강택민, 후진타오가 그 뒤를 이었지만 자신들의 업적을 위한 억지 국정을 펼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반면 인민들도 당장의 어떤 혜택이나 결과를 얻으려 난리 피우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아니 만만디 기다려 온 겁니다.
우리는 어떻든가요? 나라의 최고지도자들이‘대통령’이라는 이름 하나에 집착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고지도자라며 거들먹 거리기만 합니다. 동교동이니, 상도동이니, 친노니, 친이니, 친박이니 하며 붕당과 파당을 만듭니다. 그리고 5년을 버티다 내려가면 그게 끝입니다.

인천공항에 여행객이 많다기에 걱정을 했는데 장기주차장에 주차 된 차가 별로 없다. 우리 경제현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민은 어떻고요. 전혀 기다릴 줄을 모릅니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가만히 누워있어도 입혀주고 먹여주는 줄 압니다. 아니 그렇게 해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도대체 참을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수자원 확보와 홍수를 대비한 4대강 사업을 했습니다. 난립니다. 죽일 놈 됐고요. 좀 기다리면 안 돼요? 대역사(大役事)는 시간과 역사(歷史)가 가름해 주는 겁니다. 인천공항을 만든다며 첫 삽을 뜰 때 얼마나 큰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습니까? 경부고속도로는요?

떠 오르는 붉는 태양만큼 욱일승천하는 중국이 부럽고 두렵다.
섭씨42도를 기록한 날 우리나라 최고 더웠던 곳이 33도 전후였습니다. 만약 42도에 나발을 불라고 누가 시켰으면 당장 인권유린이라며 제소 했을 겁니다. 그 뜨거운 삶을 듯 뜨거운 그날 정장을 하고 나발을 부는 중국의 브라스 밴드를 보고 저들의 부단한 노력과 기다림의 미학 만만디를 떠 올리면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모습이 그냥 공짜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기다립시다. 막연히 기다리자는 게 아니라 부단히 노력하며 기다립시다. 우리도 만만디의 저력을 벤치마킹해야겠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젠 중국을 배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