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내일 10만 대군(大軍)을 집결시켜 한 판 붙어보자고 선전포고를 하긴 했으나 악재가 만만찮아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어가는 모양이다. 10만 촛불 원군(援軍)들이 무사히 촛불을 지피고 임무 완수를 해 줄 것인지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게 고민의 내용이다. 그 첫 번째가 날씨로 전국이 폭염 더위로 열사병으로 사망자가 속출 한다니 그것이 고민이고, 다음이 동원되는 촛불 인원이 민주당의 염원대로 10만 여명이 집결하겠느냐 다.
만에 하나, 살인적인 더위에 10만이 모인다면 그 자체로 더위는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게다가 개인이 지핀 촛불의 화력까지 가세하면 어제 폭염 기록을 세웠던 울산의 40도 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러니 자칫하면 생사람 잡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뻔 하여 주체 측은 1급 비상사태로 대책마련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열사병으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민주화 열사로 둔갑시킬 수도 없고 주체 측이 법적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에 촛불 시위 자체가 마냥 민주당을 즐겁게 해줄 성질의 것만은 아닌 것이다.
10만, 하면 이율곡의 양병설이 퍼뜩 떠오르며 그때 이 병력만 모병(募兵)했더라면 임진왜란을 슬기롭게 극복했을 터인데 라는 생뚱맞은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그 현대판 10만 양병(養兵)이 서울 일원에서 촛불을 높이 들고 출정식을 갖는다 하니, 좋게 말해 양병이지 민주당이 오랫동안 갈고 닦아 놓은 촛불 사육병(飼育兵)들이며 식량으로 따지면 비상식량인 셈이다. 그 비상식량을 풀어 헤치겠다는 게 민주당의 야무진 정치혁신이다.
60년대 말 우리 군이 최초로 월남전에 파병, 전투 경험을 쌓았을 때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북한이었다. 한국군의 위용에 전 세계가 혀를 내둘렀다. 그 전투경험을 가진 파월장병이 있는 한 남침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게 김일성이며 한국군의 실전 경험이 치가 떨리도록 무서웠던 것이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파월 장병들은 이후 국토방위에 큰 보탬이 되어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것이다. 실전 경험 측면에서 보면 촛불 시위자들도 우쭐 될 만 하여 하는 말이다.
서울 일원에 모여드는 10만 촛불 군상 또한 최정예 시위꾼들이요, 촛불의 실전 경험만 놓고 보면 세계 어느 국가에서 이렇게 잘 사육한 집단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5년 전 위력에 세계가 놀랐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10만의 정예 촛불들이 또 까부수자고 모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5년 전 같이 이명박 대통령처럼 박 대통령도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을 부르게 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최고급 난이도의 프로젝트일 것이지만 상황은 예전 같지 않아 거의 실패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년 전과 같이 소고기 뒷다리라도 뜯어 먹을 게 있는 잔치면 몰라도,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이라는 화두에 촛불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은 게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친노 지도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김 빼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의 강성노조 친노가 표면상으로 진두지휘 하지 않고, 사측인 김한길 패거리만 징징 짜고 다니는 모습에 신바람 날 리가 없는 것이다.
‘대선 불복은 아니다’라는 김한길 파(派)의 어정쩡한 태도가 싫은 것이다. 화끈하게‘박근혜 out'이라고 외쳐야 직성이 풀릴 텐데 그 간판을 못들 게 하니 폭염더위에 미쳤다고 뛰어들어 개고생 하느냐고 불만인 것이다. 그러니 이번 장(場)은 시골 5일장보다 못할 게 뻔하다. 어쨌거나 민주당은 계획된 것이니 백지화 시킬 수는 없을 것이기에, 내가 보기론 사측인 김한길 파와 강성노조 친노간의 추한 싸움이 되거나 난장판이 될 개연성이 많다는 지례 짐작을 해 본다. 좌익 진영은 얼마 전에 일베 논객들은 ’일베충‘ 이란 표현으로 마녀사냥을 했다. 반대로 ’촛불충‘으로 매도당하지 않으려면 수준 높은 촛불 시위를 하고 더위 먹고 쓰러지는 일 없도록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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