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타기’란 희석의 의미로 물리적으로 간을 맞춘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말은 시대 상황과 문화에 흐름에 따라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며 사회에 회자되기도 하고, 유행어가 되어 존재하다 효력이 떨어지면 가차 없이 소멸되는 특정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권에의 ‘물 타기’ 용어는 화학적이다. 그 시작을 찾기도 어렵지만 앞으로도 사라질 개연성이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치가 있다. 때론 산삼(山蔘)같이 약효를 자랑하지만 잘못될 경우 독약이 되어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야누스의 두 얼굴과 같은 것이다.
정치권에서 ‘물 타기’란 하나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쟁(政爭)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의 언어무기가 된다. 지금 정치권은 또 물 타기 공방이 시작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연일 공세를 펴던 민주당이 느닷없이 새누리당의 ‘nll녹취록’ 공격에 된 통으로 한 방 쥐어 박힌 것이다. 그래서 즉각 국정원 사건 물 타기 공세로 규정하고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전투태세 진영을 갖춘 것이다. 이와 같이 정치권의 물 타기 공방은 진영논리에서 보면 최정예 무기인 셈이다.
아마도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연일 공세를 펼치는 민주당이 자당(自黨)의 꽉 막힌 출구 전략과 박근혜 정부의 흠집을 도출하여 땅에 떨어진 黨의 지지율 반등에 계기를 삼고자하는 발상에서 물 타기를 했을 개연성을 주장하고, 반대로 민주당은 nll 녹취록으로 국정원 사건 정국을 희석시키는 물 타기라고 반박하는 구도(構圖)다.
어는 한 쪽이 물 폭탄을 덮어쓰고 큰 데미지를 입게 될 소지가 있어, 이유야 어쨌든 우리 정치권은 상생이 아닌 살벌의 물 타기 정쟁(政爭)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런데 그 정쟁의 진원지를 보면 국정원이란 곳에 귀결이 된다. 여야 모두가 국기를 흔들만한 사안으로 초점을 맞춰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어 국론 분열의 새로운 단초가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긴 하지만, 우리는 냉철하게 이 문제를 직시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대통령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지속적인 공세를 펼쳤지만 지금까지 선거개입의 뚜렷한 단서가 될 만한 증거 확보가 안 된 상태여서 ‘국정조사’ 모드로 전환하여 재야 세력까지 총 동원하여 전방위 공세에 올인 한 상태다. 이에 여권에선 국정운영 전반에 산적한 사안 처리에 진력을 해도 부족한 시점에 국정조사로 국정원 사건을 호도하여 정국을 어렵게 끌고 간다고 판단한 것인데, 그렇다면 같은 국정원 사건을 놓고 nll 문제도 명명백백하게 드러내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기 문란에 대해 국민의 심판을 받자고 맞대응 한 것이다.
민주당 측에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당시 nll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왜 현 남재준 국정원장은 녹취록을 공개했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여야가 정식절차를 밟아 공동으로 녹취록 내용을 검토하자고 여당이 수차례 제의했지만 그때마다 민주당은 강한 거부를 하며 생떼를 썼다. 생떼를 쓴 이유가 백일하에 밝혀진 셈이다. 보도된 녹취록이 사실일 것 같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추종 세력들도 모두 정치권에서 떠나야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20일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뒤 밝힌 소감이다. 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해 굴욕감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면서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기 문란의 정도가 아니라 국권을 송두리째 갖다 바치려는 최대의 이적 행위로도 볼 수 있다.
이런 국권 포기에 관한 중대한 사안은 물 타기 운운 하며 덮고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야권도 차제에 모든 걸 드러내 놓고 한 판 붙자고 태세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옳은 접급 방법으로 보인다. 두고두고 꼬리를 물고 다닐 민주당으로써도 이번 기회에 털고 가지 않으면 매번 발목 잡힐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녹취록 대담 여부의 진실공방에 적극 동참하길 기대한다.
물 타기 공방도 나름의 규칙과 선이 있는 법이다. 어제께는 물 타기를 즐겨 애용하는 세력들은 박지성선수의 여친 과의 기자회견 건도 국정조사를 물 타기하기 위해 긴급 새치기 보도한 것으로 몰아넣은 철면피들이다. 대한민국의 국보적 존재의 축구선수 인격을 그렇게 매몰차게 패대기칠 수 있다는 비인간성에 치를 떨게 된다. 물 타기가 심하면 물 퍼붓기가 되고 도를 넘게 되며 그게 모두 부메랑이 되어 쓰나미가 되어 되돌아오게 됨을 왜 모를까? 아울러 유치한 네거티브 또한 이젠 접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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