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진퇴(出處進退), 출처란 세상에 나서는 일과 집안에 들어 앉은 일을 말하며, 진퇴란 말 그대로 나감과 물러섬은 말한다. 북송(北宋)의 정치가이며 사학자인 사마광(司馬光)은 이런 말을 했다. “군자란 직책을 내려 줘도 사양하고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리를 떠나도록 지시 받으면 지체하지 많고 물러나 진퇴가 명확하다. 하지만 소인은 그 반대로 행하니 한 번 얻은 지위에 끝까지 집착해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만일 그것을 억지로 내 놓도록 하면 반드시 한을 품어 마침내 원수가 되고 만다”
백성들은 어리섞은 듯 하면서도 현명하다. 군웅활거하던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은 정치의 요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정치가 만인의 희망이 되지 못하면 이미 패배한 것이다. 백성들이 '어, 어' 하는 사이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을 해 나갈 때 비로소 백성들이 열복하고 따라온다. 그렇지 못하고 백성들이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할 때는 이미 무엇을 해 줘도 후수가 되고 마는 법이다” 이 말이 주는 교훈은 민심을 잘 파악하여 국민이 희망하는 바를 선수를 쳐 나가야 잘하는 정치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는가? 최근 우근민 제주도 지사의 재출마에 대한 하마평이 설왕설래하고 있어 우 지사의 선택과 집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 출마설이 사실이라면 지난 지방 선거 당시 도민과 유권자들에게 '마지막 출마'라는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차제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제주 사회 인물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제기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변혁의 폭풍시대와 글로벌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길목에서 역동성을 가진 젊은 인재들을 위한 기회 배려의 용단이 아쉽다.
정치에 몸 담았던 사람이 정치에 다시 뜻을 두는 것을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 아니면 안된다'는 집착이라면 짚고 넘어갈 여지는 있다. 역사에서는 자기에게 다가온 삶의 고비에서 어떻게 출처진퇴(出處進退)하느냐에 따라 영욕이 엇갈리게 되는 경우는 많다. 원래 어진 자는 자리를 주어도 그 자리가 자기에게 맞지 않으면 사양하고, 녹을 주어도 받을 자격이 없으면 되돌려 주는 것을 생명처럼 여겨왔다. 즉 출처진퇴가 말이나 행동처럼 분명했다. 유감스럽게도 요즘은 그런 사람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사람이나 그런 생각을 배척하며 걸러진다.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그 집단이나 조직 사회는 그늘이 지기 마련이다. '후생(後生)은 가외(可畏)'라는 말도 있다. 후생은 뒤에 난 사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말한다. 즉 ‘후생은 가외’라는 말은 이제 자라나는 어린 사람이나 수양 과정에 있는 젊은 사람들이 두렵다는 말이다. 이 말은 '논어' 자한편(子罕篇)에 있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뒤에 난 사람이 두렵다' 어떻게 앞으로 오는 사람들이 지금만 못할 줄을 알 수 있겠는가?
21세기는 무한경쟁 세상이다. 총성없는 전쟁터에서 제주의 성장동력 개척을 위해 제주호를 이끌고 세기의 바다를 향해할 선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지향점이 상실되어 가는 오늘날, 눈앞의 이익보다 먼 안목의 생존을 가르쳐 줄 지략이 요구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제주를 대표해 내세울만한 인재를 길러야 한다. 유네스코 3관왕의 자랑스러운 제주가 아닌가? 내친김에 차기 제주 도백도 초유의 유네스코 등재까지 노려볼 수 있는 훌륭한 인재, 출처진퇴가 분명한 그런 인물이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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