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국은 이미 법치국가가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소리에 내가 말한 무법천지 대한민국의 실체가 손에 잡히는 듯 느껴진다.
박 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했다는 말이 이렇다.
“헌법을 수호하는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는 오직 헌법에 따라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법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
“헌법을 지키고 그 참뜻을 구현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해 국민 여러분의 믿음에 부응해 헌재가 맡은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기에서 박 소장의 ‘국민 여러분의 믿음에 부응해’라는 말의 진의는 무엇일까.
이 기사를 올린 동아일보 기자는 ‘국정 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에 반하지 않게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라고 해석하면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9일 전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1031명(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재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2%였다고 부언했다. 쉽게 말해서 촛불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헌법재판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내가 기사를 보고 해석하기로는 그렇다.
법은 어떤 외압에도 불구하고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법이다. 여론에 흔들리거나, 영향력 있는 그 누군가의 압력에 굴복하면 그것은 이미 법이 아니다. 장식품에 불과할 뿐이다.
박 소장이 말한 국민의 믿음이 무엇을 뜻한 것인지 모르지만 법을 집행함에 있어서 그 무엇인가의 뜻에 부응하겠다는 인식이야말로 법관이 가장 경계해야할 논리다. 대한민국의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조차도 국민의 믿음에 따라 공산주의로 둔갑시켜 판결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법을 이런 식으로 임의 해석해도 그것을 법이라 할 수 있는가.
설혹 우리 국민들이 공산주의를 선호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헌법재판관이라면 헌법을 고치기 이전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법정신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뭐라 하든, 그 누가 압력을 넣든 법정신에 따라 판결해야할 헌법재판관이 국민의 믿음에 따라 판결하겠다니 무엇이 박 소장으로 하여금 정치모리배들이나 할 수 있는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도록 하였을까.
헌법재판관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어느 때든 법관이라면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동아일보 기자가 박 소장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여론조사내용을 부언하며 엉뚱하게 왜곡하듯 언론이나 특정 세력이 이용할 수 있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기자가 말한 의미의 발언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재 소장 “국민 믿음 부응… 탄핵심판 신속 결론”
배석준기자 , 권오혁기자
입력 2016-12-31 03:00:00 수정 2016-12-31 03:00:00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3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헌법을 수호하는 최고기관인 헌법재판소는 오직 헌법에 따라 그리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법 절차에 따라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염원하는 국민의 뜻에 반하지 않게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박 소장은 “헌법을 지키고 그 참뜻을 구현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해 국민 여러분의 믿음에 부응해 헌재가 맡은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29일 전국의 휴대전화 가입자 1031명(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헌재가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2%였다. 법재판관 9명은 마지막 준비기일을 앞둔 30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박 소장은 방명록에 “헌법은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입니다”라고 적었다. 한편 헌재는 박 대통령을 불러 당사자 신문을 하도록 해달라는 국회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에 따라 내년 1월 3일 열리는 첫 변론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헌재는 두 번째 변론기일부터 증인신문을 본격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