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영혼님의 글에 보니 당구치는 사진이 올려져 있다. 글에서 보니 자기는 '황홀경(Ecstasy)'을 위하여 취미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요번에 송년모임에 만났을 당시에 자기는 웬만한 잡기는 어지간히 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도 했었다. 그리고 그날 송년모임 밤에는 '잡기에 능한 진실과영혼'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송년모임이 끝나고 2차 호프집으로 이동했을 때였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졸음이 밀려왔다. 올해도 무사히 송연회를 치뤘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는 이유도 있었고, 새벽부터 제주에서 출발하여 하루 종일 강행군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렇게 졸릴 수는 없었다.
정작 졸리는 이유는 그 전날밤에 1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내일 송년행사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에 전전반측하다가 졸지에 날이 밝았고, 새벽에 약간 눈을 붙이고 상경한 터였다. 그래서 2차를 파하고 얼른 쓰러질 생각에 1박할 5명이 모텔에 찾아 들었을 때가 밤 10시경이었다.
그런데 밤 10시라면 주로 심야에만 글을 쓰는 논객들에게는 초저녁도 아닌 해가 중천인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는 모처럼 서울로 올라온 촌놈들이 아니던가. 촌놈이 아닌 사람은 유일하게 진실과영혼님 뿐이었다. 진실과영혼님은 논객넷 행사때마다 최후까지 남는 생존자 중 한사람이었다.
자기엔 시간이 너무 이른지라 그래서 순전히 인사말로 건넸다. 일찍 자고 싶다는 갈등도 있었기 때문이다. 행님, 아직 초저녁인데 호프 한잔 더할까요, 아니면 당구라도 한판 할까요? 그래서 당구장에 가게 된 사람이 나와 진실과영혼님, 오동추야님이었다. 보인님은 방에 있겠다하고, 우익대사님은 옆에서 맥주잔 기울이고,
진실과영혼님은 딱부리님의 표현에 의하면 '뿅반장'이다. 뿅반장님의 당구는 250이었다. 이 정도면 고수급이다. 오동추야 행님은 물다마에, 나는 물다마를 약간 벗어난 수준이었다. 그래도 고교 시절에 당구장에서 돈 없이 일단 당구부터 치고 나중에 주인에게 빠따 맞고 당구비 대신 청소하며 배운 실력이었다~^^
논객넷 행사 때마다 서울에 오면 그때마다 '뿅출이 형님'(비바람의 표현)과 부지기수로 새벽까지 이런저런 애기로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았지만 오락이나 게임을 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당구를 쳐보니 자기가 잡기에 능하다는 발언이 그냥 나온 발언이 아닌 것이 확실해진다.
우리 뿅출이 행님, 덩치는 작지만 확실히 잡기에 능하고 고집도 있고 자존심도 쎄다. 게다가 서울 S대 출신에, 영어도 능통하고 박근혜 저서까지 내었다. 이만하면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다. 그리고 뿅출이 행님이 머지않아 @@세를 향해 달린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놀랄 것이다. 그런 행님을 그날은 옆에서 직접 겪을 수 있었는데 그날따라 우리 뿅출이 행님이 예전 같지 않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
허기사 가만 돌아보면, 논객연합이 벌써 5년차에 접어든다. 그 햇수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세월은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니. 나와 뿅출이 행님은 처음 논객연합이 출범할 때 회장과 사무총장으로 출발했다. 태초에 혼돈이 있었으니 뿅출이 행님과 나는 논객연합에서 궂은 꼴, 험한 꼴 다 봤다. 게다가 나는 성깔이 좀 있었고 행님은 자존심이 있었다. 그래서 논객들을 규합해 만든 것이 논객넷이다.
논객넷 모임에 잠을 못 이룬 것이 어디 2016년뿐이랴. 초창기 논객넷 모임 당시에는 당일 회의 시작시까지 나는 항상 좌불안석이었다. 회원들 참석이 저조해서 모임의 뽀대가 안 나면 어떡할까, 또 회원들이 너무 많이 와서 식비가 과다 초과되면 어떡할까. 이런 된장헐, 논객넷의 회장은 잠 못 드는 자리였다. 논객넷의 모임 공지는 회장단에게는 항상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래 맞다, 뿅출이 형님과 그렇게 부대낀 시절이 5년이었으니, 안 늙었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힘들던 시절을 전우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의지하며 버티며 부대끼다보니 뿅출이 형님은 항상 서너살 위의 형님처럼 느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제 나이를 느끼지 않으면 안되는 세월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다.
본출이 형님, 세월이 무참합니다. 논객넷에서 그렇게 피와 땀을 뿌렸건만 아직은 이뤄놓은 것도 없고, 박빠로 십 수 년을 살았습니다만은 무너지는 박근혜 정권 앞에서 세월만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이제 박빠가 부끄러워지는 시절이 올 것 같으니 우리 형님의 주름살은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합니까?
이제 또 세월은 무정하여 2016년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또 얼마만큼 안개를 헤치고 나아가야 등대불을 볼 수 있을까. 등대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는 법. 오로지 전진 하는 것만이 우리 논객들과 우리논객넷에 드리워진 운명이다. 그 불확실한 운명을 알면서도 확신에 찬 전진을 하는 것이 우리 논객들의 운명이다.
2017년에도 힘차게 갈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논객넷에 등대처럼 빛나는 글들을 투고해 주신 논객님들과, 논객넷에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회원님들과, 그리고 익명의 후원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논객넷은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논객넷은 진로가 불확실한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비추는 꺼지지 않는 등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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