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국시대 위(魏)나라 문후(文侯)때 서문표(西門豹)라는 충신 얘기를 옮긴 적이 있었지만, 그 서문표에게 이런 일화도 있었다.
그가 위 문후의 명으로 어떤 지방의 방백으로 부임해 보니 성안의 거리가 한산하며 왕래하는 백성들이 많지 않았다. 어느 날 주민회를 열고 그 연고를 물었더니“하백(河伯:水神 즉 물귀신)이 부인을 취하는 바람에 우리가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라며 하소연을 한다.
고을 가운데는 큰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를테면 하백은 그 강을 다스리는 수신(水神)이고 예쁜 여자를 좋아하여 매년마다 여인을 한 명 씩 골라 부인으로 받아들이는데 여인을 하백에게 보내주면 해마다 풍년이 들고, 여인을 보내지 않으면 하백이 노하여 파도가 일어인가를 덮치거나 농사를 망친다는 것이었다.
서문표가 뒷조사를 해본즉 이런 행사를 처음 시도한 것은 고을의 호족과 무당 그리고 아전들이었다. 그들은 매년 백성들에게 수십만 전의 세금을 걷어 하백의 부인을 찾는 비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자기들끼리 나누어 갖는 것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하백의 부인으로 점지된 처녀의 부모는 딸을 살리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뇌물을 바쳤고 그렇지 못한 부모들은 야반도주를 하거나 딸이 강물에 던져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그해의 행사 날 서문표도 직접 참관하기로 했다. 엄중한 행사에 서문표는 무당과 그 제자들 그리고 그동안 행사의 주관자들인 호족과 아전들을 도열시킨 뒤, 처녀를 하백에게 바치려는 순간 그날의 희생양이 된 처녀의 얼굴이 곱지 않다며 무당에게 명한다. ‘아름다운 처녀를 구해 다시 바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백에게 전하라며 강물로 들어가라고 한다. 결국 버티는 무당을 강제로 강물에 집어 던졌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당의 제자와 호족 그리고 아전들을 모조리 강물 속으로 수장을 시켰지만 그 해는 대풍이 들었고 집집마다 태평가가 절로 흘러 나왔다. 그 소식을 듣고 도망쳤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큰 고을이 되었던 것이다.
지진으로 폐허화 된 네팔의 상징 중 하나엔‘쿠마리’라는 살아있는 여신 제도가 있는 모양이다. 쿠마리라는 말 자체가‘살아 있는 여신’이라는 뜻이란다. 이들은 4살 정도의 나이에 여신으로 선정되어 힌두교 사원에서 7-8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초경을 시작하면 다시 일반 여자아이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쿠마리를 선출하는 과정 또한 이색적이다. 32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대충은 얼굴이 미인이어야 하고 몸에 상처나 천연두 자국이 없어야 하고 이가 고르게 나있어야 하고 머리카락과 눈의 색깔이 짙은 검은색이어야 한다. 그리고 겁이 없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걸 테스트하기 위해 쿠마리 후보들 한명씩을 죽은 물소, 돼지, 소 ,닭 등의 머리가 가득 있는 곳에 밤새 가둬둔다고 한다. 그 때 아이가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나오면 탈락인거고 그대로 밤을 새면 쿠마리로 선정된다 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쿠마리로 선정된 아이들의 미래였다. 신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굉장히 불경스럽게 생각하기에 초경을 시작하면 쿠마리로서의 신분을 잃고 쫓겨난 그 아이들은 집으로도 돌아가지도 못하고(가족에게 불운이 온다...) 결혼도 못하고(남편이 일찍 죽는다는....) 멀리 떠나서 결국 국경근처의 창녀촌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아무리 종교적 가치와 문화적 차이라고 하지만 21세기라는 문명사회에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세상에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 받다가 창녀가 된다는 허무맹랑한 사태가 신성한 신의 나라 네팔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제 某종편을 보는데 ‘쿠마리’에 대한 얘기를 보여 준다. 순간 네팔, 지진, 쿠마리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함께 헤엄친다. 그리고 생각나는 단어‘일부함원오월비상(一婦含怨五月飛霜)’ 한 여인네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데....수천 년 이어 온 어린‘쿠마리’들의 한은 어디로 표출 되었을까?
네팔의 지진이 과학적 근거에 의한 지각운동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네팔에도 서문표 같은 인물이 하나 나왔으면 .....하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