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북한의 전격 회담 제안에 남한은 불과 7시간 만에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9일 예정인 실무접촉 장소를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갑작스런 한반도 대화 분위기 조성에 얼떨떨하다. 박 대통령의 원칙있는 대북 강경정책에 북한이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북 당국의 대화 공세에 즉각 호응할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 북한당국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진정 원하는 걸까?
이에는 한마디로 No! 부정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죽어가는 놈을 살려줬더니 칼을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악당이 바로 오늘날 북한정권이 아닌가. 상식과 이성이 전혀 통하지 않는 막가파 불한당을 그리 섣불리 상대할 가치가 있을까. 살려줬다간 오히려 괜한 어리석은 짓에 주위로부터 불만을 사는 건 아닐까.
북한의 속내야 어떻든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어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유도, 한반도 평화를 조성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도는 충분 이해하지만, 상대에 따라 또 상대의 형편에 따라 어떻게 추진하느냐 과정과 방법상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북한은 여러가지 난관과 딜레마에 빠져있다. 최후의 맹방인 중국마저 ‘핵 포기가 없는 한, 더 이상 지원도 없고 우방 관계도 아니다’는 대북 초강경 기조에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 왕따 신세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은 북한 계좌를 동결하고 대북 원유공급 라인을 폐쇄함으로서 북한 경제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렇듯 애송이 김정은의 어설픈 정책으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하자 북한내 불만과 동요가 심해지면서 김정은 체제가 더욱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북한당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핵 포기 밖에 없는데도 핵 보유는 김정일의 유언에 따라 끝까지 사수해야할 제제유지의 최후 수단으로 인식하는 김정은이다. 이런 처지를 감추고 위장하기 위해서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화 공세를 벌이고자 하는 것이 이번 북한의 회담제의 배경이다. 쉽게 말하면, 두 정상회담을 통해 가해질 대북 압력을 완화시키는 물타기 꼼수다. 더불어 끊어진 자금 줄을 당장 챙기고자 하는 부수적인 목적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장식품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북한에 맞서 우리는 뭐가 그리 다급해서 7시간 만에 북측 제안을 덜컥 무는 속사정은 무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난망이다. 다가오는 장마철에 개성공단의 장기간 방치로 공장 기계들의 가동이 불량해질까 염려돼서 그랬을까 아니면, 박정희 전 대통령때 합의된 7.4 남북공동성명 기념행사를 제안해온 북한의 꼼수에 감격해서 그랬을까? 이외에는 우리가 그토록 전격 수용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중국의 대북 핵 포기 압력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닐까. 우리로선 다급할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핵 문제가 남아 있는 한, 미중 정상회담과 박 대통령의 방중 후에 고려할 문제”라고 북측에 응답했다면, 중국을 그토록 믿고 의지하는 한국에 중국은 고마운 나머지 감격하지 않았을까. 그런 중국은 대북 압박 고삐를 더욱 강하게 조이지 않을까? 북핵 해결을 돕겠다는 중국의 정책에 결과적으로 김빼기를 한 것이 이번 우리당국의 성급한 대북 화답이라는 점에서 유감을 감출 수가 없다.
국제정치를 전공한 바 있는 필자로선, 국제관계도 개인 간의 관계와 똑 같다는 사실이다. 모든 개인이나 국가들은 예외없이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불한당 같은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 이익에 얼씨구나 호응해줄 필요가 어디 있는가. 지금이라도 6/9일 열릴 예정인 실무급 접촉 선에서 도발 사과요구 및 재발방지 협의로 시간을 벌면서 한중 정상회담 이후 7월 중에 본격 대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중국 시진핑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죽어가는 북한 독재정권 애송이 김정은에게 힘을 실어주느냐? 지금은 궁극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할 때지, 일정상 촉박한 6.15 및 7.4 남북성명 공동기념행사 제안에 현혹될 때가 아니다. 그 어는 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일까 우리당국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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