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5) - 이름을 불러줄 때 -
사춘기를 겪는 여학생들에게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관심과 사랑의 출발은 이름을 불러줄 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여자애들은 압니다. 그러기에 선생님들이, 그것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뚜렷한 증거이지요.
“오메, 우리 쌤이 내 이름을 불러줬어야.”
당장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는 서로서로 이름표를 눈앞에 들이댑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부를 때는 ‘야 야!’하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이름을 불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놈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돌아서면 그놈이 그놈 같고. 그리고 같은 이름이 어디 한둘이라야지요. 웬놈의 ‘슬기’는 그렇게 많고, ‘하늘’이도 많고, ‘예슬이’는 또 얼마나 많은지요.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너는 내개로 와서 꽃이 되고,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 것. 생각할수록 행복해지는 일일 겁니다.
송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얼굴과 이미지와 행동이 참 시골스러워서 ‘컨츄리 걸’이라고 하는 아이인데, 이름이 송이이지요. 제가 이렇게 말했지요.
“송이아, 쌤이 너의 색깔과 향기에 어울리는 이름 하나 지어줄까?”
“어머나, 정말요? 좋아요!”
“춘자, 어때?”
“네에?”
“춘자, 얼마나 독특하냐?”
“독특해요?”
“그러엄, 남 안 짓는 이름이 얼마나 창의적인데.”
“좋아요, 춘자.”
그 후로 저는 그 아이를 춘자라고 부릅니다.
오늘도 아침 교문 앞입니다. 송이가 옵니다.
“춘자야, 안녕!”
“네에, 선생님!”
싱글벙글 웃으며 신나게 갑니다. 춘자든 뭐든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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