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10) - 시 쓰기 -
좋다, 우리 김빨스타일들에게 시를 가르치자. 이렇게 생각한 저는 지역문인협회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했지요. 시화도 만들어 전시하고요. 그러자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쌤, 수목원에 전시된 시화 중에 쌤 시가 있던데요. 그거 진짜예요?”
“진짜여.
“진짜 쌤이 쓴 거예요?”
“그려.”
“에이, 못 믿겠는데.”
시집도 한 권 줘 봅니다. 반응이 좋습니다.
“와, 진짜네.”
잠깐 우러러봅니다. 그러나 워킹은 변함없이 어그적어그적입니다.
지역행사 때마다 시화를 만들어 걸어보기도 하고, 신문에 글도 실어봅니다. 반응이 더욱 좋아집니다.
“오메, 우리 재학쌤이 진짜 시인인갑다.”
그냥 재학쌤이 아니라 우리 재학쌤입니다. 오케이, 뭐가 되어갑니다.
4월초 학교에 벚꽃이 만발합니다. 비가 내리고, 저는 창밖을 무심히 바라봅니다. 3학년 다홍이가 젖은 듯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저에게
“쌤, 시 쓰세요.” 합니다.
“그럴까?”
이렇게 남긴 한 마디가 숙제가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졸라댑니다.
“쌤, 언제 쓸 거예요?”
“언제든 쓰겠지, 뭐.”
“안돼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쓰세요.”
금요일, 시를 받으러 옵니다. 시를 보더니, 희희낙락 어디론가 갑니다. 곧 방송이 울립니다.
봄 비
/정재학
사랑은 스며드는 것
소리와 몸짓을 버리고 오직 갈망하는 눈빛의 의미만 남을 때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지난 겨울, 하얀 냉정이 얼어있는 들판
혹은 가슴 속
가볍게 두들기는 빗소리가 들과 밤을 지나간 뒤
아침 젖어있는 눈빛에서
스며든 사랑을 알았다.
네가
어젯밤 빗소리와 함께 들어와 있음을
사랑은 그렇게 스며들고 젖어오는 것이다.
소리없이 내리고 간 봄비
소리와 몸짓이 사라진 너를 위하여
오늘 아침 목련이 피고
벚꽃, 가지마다 다홍(多紅)이 흔들리는 것
2016.4.4.
3학년 2반
다홍이 찾아올 때
시가 나가자, 수업하러 들어간 반마다 아이들이 감격에 젖어서 바라봅니다. 이젠 됐구나 싶습니다. 이제 시 쓰자고 하면 되겠네, 속으로 아주 즐거워집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30분이 지나자 하나둘 책상 위에 엎어집니다. 보다못해
“야, 일어나!” 하고 꽥 악을 지릅니다. 꼼짝도 않습니다.
“일어나, 일어나.“ 책상을 두들깁니다.
겨우겨우 눈 게슴츠레 뜨고 일어난 아이들,
“오메, 뭔 시인이 저런대?”
저희들끼리 돌아보면서,
“시인도 악 쓰냐?”
“순 가짜 아니여?”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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