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4) - 사춘기 -
수업을 45분 다하는 선생님들은 인기가 없습니다. 한 30분 열심히 하고, 이야기를 들려준다든지 아니면 재미있는 다큐를 보여준다든지 해야 합니다. 그냥 수업만 하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까 잡니다.
한번은 그런 짜투리 시간이 되어서 자연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틀어주었지요. 두꺼비들이 산란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초봄, 웅덩이에 산란을 위해 모여든 두꺼비들. 암컷 한 마리에 수십 마리 수놈두꺼비들이 모여듭니다. 어떤 놈은 등에 올라타고 어떤 놈은 다리 붙들고 어떤 놈은 발로 차고, 왼다리 오른다리 그런 야단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참 징그러운 장면이지요.
그런데 우리 애들은 다릅니다. 대부분 입을 ‘헤에’ 벌리고 있는 모습이 징그럽다는 표정이 아니라, 아예 눈빛마저 몽롱해지는 겁니다. 누군가 혼잣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메, 부러워라.”
뭣이여? 그 소리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어서 다른 말도 들립니다.
“나였으면...”
나였으면 얼마나 졿을까. 수십 마리 수놈, 수십 마리 두꺼비 같은 남학생들. 그리고 사랑의 고백을 듣는 나. 아이고 얼마나 좋을까.
얼씨구? 기가막힙니다. 그 꼴 보기 싫어서 컴퓨터를 확 꺼버립니다. 드디어 꿈에서 깨어납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아따아, 선생니임!”
한창 좋은데, 왜 끄냐 그겁니다.
사춘기란 ‘봄을 생각하는 시기’, 춘정이 오르고 이성이 그리워질 때를 말합니다. 그 시기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항을 하는 것이지요. 반항한다는 것은 떠나고자 하는 몸짓입니다. 사랑하는 이성을 찾아 부모로부터 떠나간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불쾌해야 할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학교는 문제가 됩니다. 여학생들에게 있어서 남선생님은 선생님이자 이성이 됩니다. 특히 잘생긴 남선생님은 아이들의 로망이지요. 별놈의 일이 다 생깁니다. 시기부터 질투, 배신과 호소가 난무하고, 선취특권을 주장하는가 하면, 양보의 미덕이 생겨나는 곳도 여학교입니다.
“야, 너 다 가져라 가져. 엉엉”
한마디로 사회에 나가기 전, 미래의 인생을 미리 경험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움을 단련하는 곳이 여학교인지도 모릅니다. 남선생님들은 그 연습 대상 혹은 실습물인 셈이지요.
TV화면, 웅덩이에 모여든 수놈 중에는 움직이는 거라면 무조건 달려드는 놈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토막을 껴안고 있는 놈도 있지요. 암컷을 차지하지 못하고 나무토막이라도 껴안고 있는 수놈을 보면, 우리 애들이 보입니다. 누구든, 나무토막이든 수놈이든 우선 껴안고 보는 것이 사춘기 아닐까요?
우리 선생님들은 절대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연습대상이라는 점. 그러므로 혼자 샐쭉하게 빠쳐있거나, 숙제 안 해 왔으면서도 “아잉, 선생니임.”하면서 몸을 비비꼬아 보이는 것도 이성을 홀리기 위한 연습이니, 속지 마세요.
어? 이렇게 하면 되네? 그렇게 깨닫게 되면, 우선 아양부터 떤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붉은 루즈 두툼하게 바르는 것도, 누군가에게 효과를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절대 잘못된 일을 칭찬하면 안 됩니다.
반면 여선생님들에게는 그런 짓 안합니다. 어떤 물정 모르는 녀석이 여선생님 앞에서 아양을 떤다?
“아잉, 선생니임.”
반응이 즉시 튀어나옵니다.
“너, 어디 아프냐?”
그 녀석,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현실을 인정합니다. 몸속에 같은 ‘여우 DNA’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사춘기는 건강한 사춘기여야 합니다. 모쪼록 중심 잡으시고, 속아서는 안 됩니다. 저는 가끔씩 우리 애들에게 이렇게 복창하라고 가르칩니다.
“우리 학교에는”
“여우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나는 너희들이 여우라는 것을 알고 있음을, 그리고 절대 속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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