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일기 (9) - 상벌점-
결국 상벌점 카드를 꺼내 듭니다. 쓰레기 버리면 몇 점, 수업시간 떠들면 몇 점 이런 식인데, 요게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왜냐하면 벌점이 21점이 넘으면, 자치법정에 서야 하거든요. 자치법정이란 학생들 스스로가 처벌을 하는 제도입니다.
물론 법정이니까, 검사도 있고 판사도 있는가 하면 변호사도 있습니다. 그 애들이 벌을 청구하기도 하고 선고하기도 하지요. 벌이야 청소를 하거나 혹은 영어단어 몇 백 개 쓰기 정도라 큰 것은 아니지만, 자존심 상하게 법정에 서서 처벌을 받는다는 게 죽도록 싫은 일이거든요.
오냐, 쓰레기 버리는 놈들 혼 좀 나봐라. 벌점을 준다고 열심히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그 소문이 퍼지니까 저만 보면 도망갑니다. 설사 걸리더라도 아예 생떼를 씁니다.
“쌤, 제가 이거 안 버렸어요. 진짜예요. 정말이에요. 하늘에 맹세할 게요. 진짜 진짜아!”
생떼 이기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붙잡지 못하는 이상, 설사 현장에서 잡는다 해도, 씩 웃으며 도망가면 그만. 그러면 좋다. 그래서 묘안을 낸 게 녹색봉사단을 동원한 겁니다. 무조건 쓰레기 버린 놈 잡아라. 그러면 너희는 상점을 준다.
오, 아주 효과적입니다. 자기들끼리는 절대 다투거나 싸우지 않습니다. 같은 여우들이라 수법도 아주 잘 압니다. 쓰레기 버리는 타임과 장소를 기막히게 잘 알지요. 하루 수십 명이 걸려듭니다.
그렇구나. 여우는 여우가 잡는 거구나. 호랑이는 호랑이가 잡는 거고,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가 연마를 하는 것. 그 다음부터는 학교가 깨끗해지기 시작합니다.
벌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잘 아는 아이들은 그 다음부터는 상점을 받으려고 애를 씁니다.
“재학쌤, 어디 청소 할 것 없어요? 저 청소 좀 시켜주세요.”
아주 공개적으로 사정을 합니다.
“없어.”
“왜 없어요. 왜요? 교문 앞이 저렇게 더러운데.”
교문통 오르막길에 벚꽃이 떨어져 있습니다. 화사한 그 벚꽃잎이 낙화되어 떨어져 내리면 얼마나 예쁜지 모릅니다. 꽃비가 내리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게 더럽다는 겁니다. 그리곤 시키지 않아도 쓸어댑니다. 대충 쓸고는 곧 손바닥을 들이밉니다.
“쌤, 상점!”
“몇 점?”
“많이많이 주세요.”
“2점.”
“안 돼요. 벌점이 벌써 10점을 넘었단 말이에요. 3점 주세요, 이이잉.”
“안 돼. 남 준만큼 줘야지. 너만 많이 주면 나는 어쩌라고.”
그 애만 많이 주면, 저는 그 즉시 성토의 대상이 됩니다. 쌤이 누구한테 많이 주고 누구는 차별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눈이 흘겨지고 따지고, 자기도 그만큼 주라고 그런 야단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상과 벌에 대한 기준은 엄격해야 합니다.
상점으로 재미를 본 저는 그 다음부터는 대상을 넓힙니다. 주둥이 빨갛게 칠하고 다니는 놈부터 수업시간 자고 있는 놈이며 수업 방해하는 놈, 대들고 따지는 놈까지 풍성하게 줍니다.
한번은 상벌점 월말 통계가 있는 날인데, 교내가 시끌벅적거리더라구요. 어떤 놈이 무려 67점 벌점을 기록한 겁니다. 박수치고 노래하고 축하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오고, 난리가 났습니다.
“다 쌤 때문이에요, 잉.”
실은 그 벌점 절반은 내가 준 거거든요.
“그러게, 청소 하라고 했잖아.”
“지금이라도 줄 거예요?”
“그러엄, 가서 빨리 청소해봐.”
그렇게 되어서, 급식실 앞 풀도 다 뽑혔습니다. 학교가 한결 깨끗해진 것도 깨끗해진 것이지만, 그 소동이 지나고 난 뒤, 이 녀석이 아주 얌전해졌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못된 버릇은 어느 정도 잡아갑니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 아이들이 숙녀다운 몸가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것들을 어떻게 하면, 곱고 우아한 아가씨들로 만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