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 한동훈
사기(史記) 평원군 열전에 나오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 한 토막. 전국시대 말엽의 일이다. 진(秦)나라의 공격을 받은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은 동생 평원군(平原君)을 초(楚)나라에 보내 원병을 청하기로 한다.
원래 평원군은 자신의 집에 식객(食客)3000을 둘 정도로 명망이 높은 인물이었고, 그 중에 밥값 좀 시킬만한 인물20명을 선발하여 가기로 했다. 그런데 19명은 선발이 되었으나 1명이 모자랐다. 그는 늘 자신의 식객 중에 출중한 인물이 많음을 자랑했는데, 3000명씩이나 되는 인물 중에 쓸만한 인재1명이 없다고 한탄할 때, 모수(毛遂)라는 식객이 자천(自薦)하고 자신을 함께 데려가 달라고 나섰다.
평원군이 그를 바라보니 요즘말로‘듣보잡’이다. 은근히 뿔이나“무릇 현명한 사람의 처세는 비유컨대 송곳이 주머니 속에 들어 그 끝이 보이는 것과 같다. 이제 선생이 나의 문하에 삼 년이 되었다 하나, 내가 아직 들은바가 없으니, 이는 선생이 가진 재주가 없음이라.”라고 하자, 모수 대꾸하기를“신은, 이제 오늘 주머니에 넣어 주시길 청하는 것입니다. 일찍 주머니 속에 넣어 주셨다면, 이내 자루까지 나와 있었을 것이니, 비단 송곳 끝 뿐 이겠습니까?”그 말을 들은 평원군은 두 말 없이 모수를 수행원으로 뽑았고, 초나라에서 모수 덕분에 일을 잘 처리 할 수 있었다는 고사이다.
채근담(菜根譚)에 이런 얘기가 있다.
너무 높은 지위에 있지 말라. 너무 높으면 위태롭다.
능숙한 일이라도 힘을 다 쓰진 말라. 다 쓰게 되면 쇠퇴한다.
행실을 너무 고상하게 하지 말라. 너무 고상하면 비방과 욕설이 돌아오나니…… 각설하고.... [사설] 韓이 공 세울까 마이크 못 주겠다는 비겁한 與, 못난 野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6/09/12/4K5EHJB37NFXNKL4T5T4G2OJ4M/
주머니 속 송곳은 감출 수 없고, 사향은 싸고 싸도 그 향기를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국민은 그 향기를 맡는다. 지금의 정치 현실은 바로 이 고전적 진리를 증명하고 있다.
김승원을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주가조작 피해자들이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에서 부적격 의견이 43%에 달하는 상황은 국민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당은 후보자 검증 대신 한동훈 의원을 공격하는 데 몰두하며 청문회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청문회는 권력의 인사를 검증하는 자리이지, 정쟁의 무대가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야당의 태도다. 권력을 견제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야당이 침묵으로 일관한다. 장동혁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조용하다. 국민은 묻는다. 이러고도 야당이라 할 수 있는가? 권력의 부패를 막아야 할 야당이 침묵한다면, 그 침묵은 곧 공범의 자리로 전락한다.
정치의 본령은 진실 규명이다. 여당은 의혹을 덮으려는 태도를 버리고, 야당은 침묵을 깨고 국민 앞에 서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격렬한 투쟁과 울분의 외침이다. 국민 앞에 떳떳하게 서서 진실을 규명하고, 권력의 방패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이미 분노하고 있다. 청문회가 권력의 방패막이로 전락한다면,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책무는 무너진다. 낭중지추의 진실은 결국 드러나고, 사향의 향기는 끝내 퍼져 나간다. 국민의 분노가 정치권을 휩쓸 때, 그 침묵의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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