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한동훈, 누가 더 나쁜가.
며칠 전 논객넷 게시판에서 한동훈에 대한 지지와 비판이 오고 갔다. 그때 내가 예전처럼 게시판에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선거철이 돌아 올 때마다 선거철 과열을 염려하여 항상 회장으로서 ‘빠돌이 경계령’을 잊지 않고 내리곤 했다.
빠돌이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유명했던 박빠 명빠가 나온다. 처음에는 지지자였다가, 다음에는 열혈 팬으로 진화했다가, 거기서 더 나아가면 빠돌이가 된다. 빠돌이가 되면 오로지 주군만이 최고이고, 존엄이고, 주군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다 적으로 상정하여 때려죽여야 할 놈으로 치부한다.
빠돌이가 위험한 것은 선거철에 나타난다. 자기 주군을 위해 선거운동을 해야 하건만, 고작 선거운동이라 하는 게 자기 주군과 경쟁했던 당내의 인사들, 당내의 다른 계보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욕설과 근거없는 비방으로 세월을 보낸다. 그 사람들과 자기 주군이 같은 당에 있어서 같은 편이라는 건 안중에도 없다. 빠돌이가 뱉었던 욕은 결국 자기 주군과 그 당까지 한통속으로 말아먹는다는 것이다.
논객넷 초창기에도 아주 강력한 빠돌이가 있었다. 필명은 기억나지 않는데 글빨도 좋고 논리나 열정도 넘쳐났다. 그런데 그의 글 8할이 박근혜에 대한 비방이었다. 논객넷에서는 빨갱이 만세만 빼고는 다 쓸 수 있는 게시판이었으므로 놔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거철에도, 그의 논조는 변하지 않았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선거철에 보수우파 정치인 개인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보수우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선거철에 빠돌이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그건 더욱 최악의 상황이다. 빠돌이 싸움은 평소에 하다가도 선거철에는 칼끝을 좌익 쪽으로 돌려야 한다. 그게 빠돌이와 논객의 차이점이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윤석열과 한동훈의 이야기를 해보자. 둘 중에 누가 더 나쁠까. 여기서 나쁘다는 말은 무능하거나, 실수를 했거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뉘앙스들이 다 들어있는 말이다. 계엄에서 탄핵, 선거 패배에 이르는 이런 상황을 책밍져야 할 사람은 한동훈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그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탄핵 후 선거에 비교해 보면 이번 선거 결과도 민심은 윤석열에 대해 비호감이었다. 윤석열의 계엄으로 촉발된 작금의 상황은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한동훈은 살아 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한동훈에게 전혀 책임이 없을까. 나라가 망했을 때는 그 나라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게도 패망의 책임이 있다. 그런데 윤석열의 최측근이었던 자가 자기에게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참으로 비겁한 일이다. 이 망쪼의 근원은 윤석열과 한동훈의 불협화음에서 잉태되었고, 그 뱃속에서 망쪼의 개새끼들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윤석열과 한동훈 중에 누가 더 나쁘냐고 하는 것은 코미디이다.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두고 오십보 백보, 라는 말이 생겼다. 오십 보 도망간 자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너는 백 보나 도망갔잖아 하면서 비웃는 것, 집안을 말아먹은 자가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너는 가게를 말아먹었잖아 비웃는 것, 이게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어쨌든 한동훈이 살아 돌아온 것에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쫄딱 망한 보수우파 중에서 그나마 그에게라도 희망을 가져보겠다는 일말의 민심이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다. 좋든 싫든 그는 보수우파라는 범주 안에 있고 민주당의 대척점에 있기에 그에게 약간이라도 힘을 보태어 밀어보겠다는 심사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서 승리의 관건은 단결, 단합이다. 이번 선거만큼 국힘당이 오합지졸, 각자도생의 선거를 본 적이 없다. 유니폼 색깔도 제각각에 결국 패배했다. 모두가 당대표를 무시하고 제 잘난 척한 결과다. 앞으로 단합하지 못하는 자는 보수우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보수우파가 단결해야 승리할 수 있고, 승리해야 윤석열도 사면될 수 있고 한동훈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철에는 논객넷 게시판도 저렴했다. 일반 네티즌과는 달리 좀 더 고품격의 칼럼을 서비스하고자 게시판을 만들었건만 싸구려 욕설만 난무하고, 빨갱이 좌익들 때려잡자고 게시판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민주당 도우미 역할만 하고 말았다. 보수우파가 망하면서 논객넷도 망해가고 있다. 망하더라도 품위 있게 망하고 싶다. 앞으로 싸구려 욕설은 일베에 가서 쓰고 우파에 대한 욕지꺼리는 딴지일보에 가서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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