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는 탱크보이를 먹는다
광주에서는 잊을만하면 희한한 일이 생겨난다. 이번에는 스타벅스다. 스타벅스가 5.18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것이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스타벅스는 5월 18일에 제품 가격 10%를 할인하는 ‘탱크데이’ 행사를 개시했다. 그런데 5.18측에서는 이름에 ‘탱크’가 들어갔다고 시비를 걸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에 트집을 잡다니. 이런 할인 행사는 대한민국에서 수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자고 일어나면 생기는 것이 할인 행사다. 그 이름도 다양하다. 당근데이, 얼리버드세일, 블랙프라이데이, 멤버쉽데이, 내 지갑 지키기 대작전 등등 이름도 다양하다.
행사 기획자들은 세일 행사를 열면서 머리를 쥐어짠다. 이름을 잘 지어서 소비자의 머리에 한 번에 각인되게 하고, 한 번 들으면 잊어먹지 않는 이름으로, 그 한 단어를 만들기 위하여 코피를 흘리며 밤샘까지 한다. 그래서 언어유희 같은 이름도 등장한다. 춘향전(春向展), 반값습니다, 선착순 줍줍 마켓, 게릴라 반짝 세일 등등.
그런데 춘향전(春向展)이라고 했더니 남원시에서 전화가 와서 춘향이를 비하한다고 항의한다. 반값습니다로 했더니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한다고 한글학회에서 팩스가 왔다. 게릴라 이름을 넣었다고 재향군인회에서 전화가 와서 재향군인회를 모독할 의사가 보인다고 항의한다. 광주 사람들아, 그 고귀한 5.18 민주투사들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게 나라냐! 고작 이럴려고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이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전두환 보고 놀란 가슴 탱크데이 보고 놀란 건가. 여성 성기를 닮았다는 조리퐁 논란은 이것에 비하면 약과였다. 탱크데이를 트집 잡은 측은 그 거창한 ‘민주’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커피는 쓰지만 전 세계 시민들이 사랑한다. 그러나 민주화라는 이름은 달콤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쉽게 정을 주지 못한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마트에 가면 6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뭉텅이로 사다 놓고 먹는다. 그중에는 탱크보이도 있다. 탱크보이는 해태제과에서 만든다. 해태제과는 오랜 세월 전라도 지역을 연고지로 했다. 탱크보이는 괜찮고 탱크데이는 안되는 건가. 그렇다면 5.18측의 탱크 시비는 ‘우리끼리’는 괜찮은 쪼잔한 전라도 지역주의의 발로이며, 탱크라는 용어보다 스타벅스를 타켓으로 한, 역겨운 반미주의의 소산일 뿐이다.
탱크데이 논란은 국민의 가슴 속에 왜 광주5.18이 민주화운동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화단체라는 간판을 달고서 가장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이며 음산한 행태를 보여줬다. 5.18 단체들도 이제는 햇빛 아래로 나오라. 탱크데이면 어떻고, 전두환데이면 어떤가. 이제는 그 열등감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는가.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