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의 정치 목표는 이준석 정도였나?
전한길이라는 유명 강사가 정치판에 처음 등장했을 때 이런 두 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는 전도유망한 유명 강사가 자기 앞의 탄탄대로를 내팽겨치고 애국 운동에 나서는 것에는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일반인까지 민주당의 정치에 분노할 정도로 민주당 좌익 정치의 비정상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증거였다.
또 하나는 학원 강사가 과연 한국 정치의 바닥 속성을 제대로 파악은 하고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보수 정치판에는 재산깨나 있으면서 자기 현시욕과 과시욕으로 불나방처럼 정치판에 달려드는 정치인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돈도 많고 인물도 좋은데, 싸울 줄은 모르는 돼지들의 군상이 보수 정치판이었다.
전한길은 정치판에 들어와서 역시나 ‘초보’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치켜든 ‘깃발’은 주로 영양가 없는 것들이었고, 이미 철 지나 빛이 바래 길바닥에 버려진 ‘중고품’들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보수 정치인이라면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나, 소신이나, 결기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전한길의 가장 주요한 깃발 중의 하나인 ‘윤 어게인’은 코미디나 다름없다. 윤 어게인의 목표가 ‘다시 윤석열 대통령’이나 ‘윤석열 정신의 계승’이라면 더더욱 코미디다. 윤석열은 이미 그 효용과 사명을 다하여 퇴장한 정치인이다. 그리고 윤석열은 임기 중에 그 어떠한 보수적 ‘정신’을 보여준 바도 없다. 그래서 계승해야 할 정신도 없다.
자유우파에게 갑자기 능력이 생겨서 윤석열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다시 대통령’이 아니라 ‘윤석열의 명예 회복’이면 족할 것이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자유우파에게 다시 전직 대통령 중에 구세주를 하나 내려 주신다면, 윤석열보다는 박근헤나 이명박 중에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이고, ‘정신’으로만 따지자면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르짖었던 ‘박근혜 정신’만이 자유우파에게는 유용할 것이다. 차라리 윤석열보다는 5.18과 싸웠던 지만원의 정신이 훨씬 우월하고 계승할 만하다.
전한길의 또 다른 깃발인 ‘부정선거’도 고물딱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부정선거 주장이 처음 나왔던 때가 2020년이었다. 부정선거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배했다. 정황만 있을 뿐 결정적 증거 하나 제출하지 못한 기각 패배였다. 그리고 이 부정선거 주장은 국민으로부터 가장 비웃음을 받는 소재였고, 윤석열 정권과 보수우파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최악의 소재였다. 그리고 이번 부정선거 토론에서도 역시 결정적 증거 없이 6년 전의 주장만 반복했다. 출연 패널이 3대 1인 것도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며 이준석을 띄워주는 데 일조했다.
전한길이 다시 집어 들었던 ‘이준석 하버드 졸업 위조’도 마찬가지다. 이준석의 하버드 졸업 논란은 오랜 세월 닳고 닳은 소재라 전한길이 초보임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은 없다. 이준석의 하버드 논란은 그동안 인터넷에서도 많이 제기되었지만 모두 유언비어였다. 그리고 정치인의 학력 사항은 선거 출마에서 가려지고 걸러내기 때문에 위조가 끼여들 여지가 전혀 없다.
전한길의 이준석에 대한 시비는 명분보다는 인신공격에 가깝다. 이준석은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에 대한 시각에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정치인이다. 그래서 전한길의 공격은 일부 지지자들의 심기를 위로해 주는 이벤트는 될지언정, 자유우파가 지향해야 할 정치적 스탠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전한길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패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몰락은 이준석의 퇴출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윤석열도 이준석을 싫어하는 보좌진들이나 지지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준석을 내쳤다. 그 결과는 윤석열의 동아리패들이 유튜브와 햄버거집에서 추진했던 코미디 같은 혁명이었다. 윤석열에게 대한민국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소신이 없었기에 내부 투쟁에 매몰되어 자기 자신도 망치고 자유우파도 망치고 대한민국을 결딴낸 것이다.
윤석열이나 이준석이나 내부 투쟁보다는 민주당이나 좌익에 대항하여 협력하고 단결했다면 대한민국의 팔자는 달라질 수 있었다. 보수우파의 단점은 멀리 보지 못하고 넓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전한길이나 이준석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좀먹는‘좌빨’과의 투쟁에서 지원군이나 협력자가 될 수 있는 동반자적 관계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상호 노선 투쟁은 할 수 있겠지만, 인신공격이나 살수를 시전하는 것은 비겁하거나 무식한 것이다.
정치인 중에 가장 하찮은 정치인이 정치판에 나와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 큰 싸움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내부 투쟁의 밥그릇 싸움만 하다가 퇴장한 정치인이다. 윤석열도 그랬고 전한길도 그런 길로 가고 있다. 그런 정치인이 너무 많아서 국힘당은 배부른 돼지당이 되었고, 대한민국의 자유우파는 벼랑길로 내몰린 것이다. 비싼 밥 먹고 뭔가 해보겠다고 정치판에 나왔다면 큰 싸움을 해보자. 지금 대한민국 자유우파에는 그런 정치인이 절실하다.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