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하 윤석열)의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은 노무현의 강금실 법무장관 임명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 잘해야 검찰총장 정도로 생각했던 대다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한동훈은 윤석열의 남자였다.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받을 때 여타 국무위원들과 달리 한동훈은 당당한 자세로 간단명료하고 논리정연하게 되받아쳐 질문한 야당 의원을 아닥하게 만들었다. 싸울 줄 모르는 여당 의원 100명을 뛰어넘는 재주였다. 장내에서는 한동훈이 장외에서는 진중권이, 이재명과 민주당을 상대로 시원하게 한방 먹이고 있었다. 한동훈은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여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동훈에 환호하고 있을 때 대한민국 대통령관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남편은 극우 유튜브에 빠져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신했고 마누라는 밤늦도록 잠 안 자고 좌파 나부랭이들과 카톡하고 전화질이었다. 끝내 김건희는 명품백으로 국민밉상이 되었다. 국민들, 특히 여론은 진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카더라’라는 막연한 인식에 따라 움직인다. 진실은 늘 한참 지난 후에나 밝혀지고 진실이 밝혀진 후는 이미 늦다. 김대업이 그랬고 최서원 태블릿피시가 그랬다.
김여사 얘기가 나올 때 한동훈은 국민 눈높이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그랬다. 적어도 김건희 문제에서만큼은 한동훈이 옳았다. 김건희 리스크는 한동훈이 윤석열과 척을 지는 빌미가 됐고 총선을 말아먹는 원인이 됐다. 그 결과는 대통령 파면.
아무런 준비도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격적이면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비상계엄은 두 시간 만에 해제가 결의됐고 한동훈도 앞장섰다. 거기까지였다. 한동훈을 쉴드치고 이해할 수 있는 정치여정은 딱 거기까지였다.
대통령 탄핵에 가담하여 끝내 대통령을 파면당하게 한 한동훈은 도저히 쉴드칠 수 없다. 윤석열의 남자에서 윤석열 배신자로 전락한 한동훈은 국민만 보고 한 결단이라고 했다. 자당의 대통령을 탄핵하는 반역질은 이제 보수의 전통이 됐다.
박근혜를 수사하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으로 보수를 아작낸 윤석열.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어디가 좋아서 찍었던가? 저 종북쓰레기집단 민주당과 인간말종 이재명에게 나라를 내줄 수가 없어 찍었을 뿐.
한동훈이 대통령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한동훈의 딜레마는 배신자라는 딱지다. 아무리 스스로 그게 정의롭다 강변해도 자당의 대통령을 탄핵한 반역질은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다.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 한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 사람에게서 사람 냄새가 나야지 정치하는 기계 냄새가 나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다면 또 다시 우리는 그를 찍을 수밖에 없다. 한동훈 뭐가 이쁘다고 찍겠는가. 단지 저 종북쓰레기집단 민주당과 인간말종 이재명에게 나라를 바쳐서는 안 된다는 그것 하나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