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의 심보 <8의 조합>
나보다 돈이 많다고 상대를 부정하다 할 수 없다.
나보다 지위가 높다고 찬스 출세라고 볼 수 없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쁜 자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합리적 의심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시기와 질투가 생기고 불협화음이 일어난다.
언제나 인간은 이러한 심리적 모순으로 갈등을 겪는 존재인가 보다.
종로 북촌로 길, 88년생 건물 한 채.
다소 펑퍼짐한 돌집이 무겁게 웅크리고 있다.
혹세무민한 이 말세에 어디 옳고 그름이 확연하랴만
해태란 놈은 제 갈 길을 몰라 어정쩡 서있다.
화마가 국토 수십 곳을 휩쓸고 간 뒤끝이라 이놈도 혼비가
되었나 보다.
마당 한쪽엔 비루한 인두겁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발가벗은
백송이 오늘따라 더욱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본채의 중앙 굴통을 따라 들어간다.
까만 하트 조각물이 덜 떨어진 어떤 자를 영접할 태세다.
바닥에 눈 붙인 여덟개 네모난 장식이 그들을 표징한다.
가을 바람에 새털같이 주체머리가 없는 넘(者)들을
기다리는 걸까?
제 딴에는 비장한 듯 짙은 감색 두루마기를 펄렁이는 괴판들.
멍청한 듯 까칠한 듯 제 각기 행색대로 거드름을 피운다.
'땡'하는 알람이 귓전을 때린다.
포청천이 된 듯 법대를 마주한 판새들.
올곧은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시커먼 침묵이 흐른다.
망나니 앞에 쭈구린 죄수처럼 숨죽이고 있는 멍든 가슴들.
그리 길지도 않은 날들이 조바심에 저린 탓일까 장구한
세월로만 느껴진다.
할퀴고 설킨 자욱들이 몹쓸 병폐들을
대변한다.
날선 칼날 위에 서있는 선무당 하나가 빼곡한 학습무당의
일기장을 펼쳐든다.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낸다.
끼어다 붙인 미사여구.
조율한듯 일사정연한 문체.
이설없이 통일된 숫자 8.
허공을 뿜는 의인의 단말마 하나.
데밋(Dammit)!!
에라이 ××놈들~
머릿발이 서고 눈에선 핏빛이 튄다.
무엇에 고마운건지 등짝을 쓰다듬는
그 놈(者)의 손길.
의미가 심장하다~~~.
어딘가 개운치가 않다.
뒤통수가 부끄러운지 홀연히 사라진다.
웅성거릴 틈새도 없이
그렇게 단막극은 끝이 났다.
잠언 한 줄 배운다.
'거짓말은 혁명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거짓말도
자주하면 진실이 된다"고.
<8의 조합>은 이제 트라우마로 남고
오늘은 진짜 감사를 잊은 하루다.
2025. 4. 4
카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