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곧 출간될 안티다원의
철학관련 칼럼집의 인삿말 부분입니다-
인삿말
저는 어렸을 때 그렇게 나를 아껴주던 손위 누나의 죽음을 목격했답니다. 학교서 집에왔더니 어머니가 누워있는 누나의 시신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고 누나의 몸은 노란색으로 변해 있었답니다. 부모님은 늘 다투시느라 화목지 않었기에 누나는 나의 안식처와 다름 없었답니다.평소 동생이 누구에게 조롱을 당하거나 맞았다면 바로 달려가 복수해줬고 동생에 대한 사랑은 부모님보다 더했다고나 할까요. 이런 누나의 죽음은 어린 저에게 천지진동할 사태였습니다. 장례하기 전 동네에서 총각으로 죽은 영혼과 영혼 결혼식을 하는데 초등학생인 제가 상복입고 상주 노릇했죠 그리곤 누나를 무덤에 묻었답니다. 저는 머리가 앗질거리며 땅이 빙빙 돌면서 제정신일 수 없었답니다. 그때부터 이유없이 기운도 의욕도 없는 그냥 시들어가는 아이였답니다. 그것을 제주도 방언으로 *유울어간다* 고 합니다. 중학교 진학도 못하고 그 유울어 가는 아이를 어머니가 등에 업고 산에가서 빌고 바닷가와 강가에 가서 빌곤 해도 아이는 시들어가기만 했답니다.
간신히 다음해에 중학교엘 들어갔지만 시들어가는(유울어 가는) 병은 더해만 가자 할 수 없이 이모가 당신이 다니는 중문 천주교 성당에 나를 집어넣고 신부님께 이 불쌍한 아이 살려달라고 애원하여 신부님과 같이 살며 심부름하게 만들었답니다. 물론 학교는 집어친 상태였구요 그렇게 한학기를 신부님 가족으로 살면서 조금 힘을 얻게 됐답니다. 신부님의 사랑과 기도 덕이었을까요 옛날이라 그렇게 장기 결석한 아이도 받아주던 시절이어서 다음 학기에 복교를 했지만 한하기 결석한 애가 어떻게 수업을 따라갈 수가 있나요 힘든 학교생활였고 늘 공부 못 따라가는 열등감으로 고생 했답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죽음의 문제는 나의 가슴에 새겨진 좌우명처럼 머리를 떠나지 않은채 나를 괴롭힙니다.
더불어 죽음의 문제에서 시작된 존재전반에 대한 질문이 떠나지 않은 채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는 걸 알고 심한 절망감으로 *죽음이 답이다*라는 결론으로 죽음에 대한 시도를 하곤 했죠. 죽으면 가부간 답의 상태로 되는 것이고 어쩌면 누나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섞여 하루는 안덕계곡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절벽을 찾는데 마침 감산교회 윤계삼 전도사님이 지나가시다가 나를 붙잡고 "뭐하는거냐"며 끌고 내려와 교회당에서 장시간 만류해 간신히 죽음을 면하기도 했답니다.(이 부분은 21,2세에 있었던 일)
이런 애가 간신히 고등학교를 진학 했지만 공부 될 수가 없었습니다. 중학교 공부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따라기도 힘들었구요! 늘 머리속엔 "죽으면 그만인데 공부는 해서 뭐하고 결혼하고 돈 벌면 뭐하나 누나 죽은것 안 봤나 만사 헛된 거 아니냐! " 이게 메인이었습니다. 나의 머리속에서는 사람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답니다. "아니! 다 죽으러 가는 게 인생이고 죽으면 끝인데 왜 사람들이 저렇게 싸우고 발버등치며 난리란 말인가" " 아니! 죽을 애기를 왜 낳고 고생시려 하는가 죽을 것 아닌가 죽어 없어질 애를 애를 왜 낳냐구!" 이렇게 모든 게 궁금했고 그러다보니 존재한다는 자체가 온통 왈불가해曰不可解였습니다.
"도대체 공부는 해서 뭐하나 얼마 없으면 죽을 건데 결국 죽으려고 저짓들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마침내 결심했습니다. "아마 어딘가는 이 모든 천지만물을 다 깨닫고 도통한 도인이 있을 것이다. 대도시에 가면 분명 도인이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다. 도인을 찾아 결판을 내자! " "도인이 없거나 못찾으면 그때 죽든지 살든지 하자!" 결심 하고 동아일보 배달 알바하면서 신문구독료 받은것을 꼬부쳐 부산행 배를 타게 된답니다. 제주농고 일학년을 끝으로 하고! 이렇게 도인을 찾아 부산과 서울을 거치며 별별 방황을 다 하다가 1968년 채필근 목사님을 만나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되어 구원받은 영혼이 되었습니다. 예비해 놓으신 도인은 채필근 목사님이셨으니 하나님의 놀라운신 은혜요 신비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나중 목회자가 됐어도 철학적 사유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철학과에 들어가 적잖은 날들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스쳐간 사변思辯들을 펼쳐놓은 게 이책의 콘텐츠입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자 강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