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1일 오전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장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선서를 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의 최측근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족에게 밝혔다”며 “처음에는 가족들이 반대했으나, 최 원장의 설득에 수용하는 쪽으로 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가족들은 단 한 번도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해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가 진흙탕 싸움이 난무한 정치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우려했다고 한다.
가족의 걱정에 한때 최 원장의 마음도 흔들렸지만, 최종적으로 가족이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 주기로 한 만큼 대선행 열차에 탑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번 대선 출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최 원장의 최측근은 “6월 말에서 7월 초 (최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했다.
최 원장이 대선 출마를 한다면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 분연히 맞서왔다는 점에서 야권 대선 주자로서 기본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훌륭한 개인적인 스토리도 있다. 고교 시절 장애인 친구를 업어 등교시키며 함께 서울대에 입학했고,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연이 있다. 두 딸을 키우면서 두 아들을 입양해 키운 스토리도 있다.
최 원장의 아버지가 이야기한 입양 사연이다.
“며느리(이소연씨)가 서울 동대문 근처에 있던 고아(孤兒)들을 기르는 기관에서 봉사를 했어요. 거기서 핏덩어리를 맡아 1년 정도 봉사 차원에서 키웠는데, 그때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그래서 결심을 한 거죠. 그렇게 받아들인 아이가 지금의 둘째 아들이에요. 내가 재형이한테 그랬어요. ‘네 나이가 이제 50줄에 접어드는데 괜찮겠냐’고요. 재형이 부부는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더라고요.”
최 원장의 아버지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6·25 때 해군의 첫 승전으로 기록된 대한해협해전의 영웅이다. 당시 백두산함 갑판사관이었다.
정권에 맞선 스토리와 개인 스토리를 모두 갖춘 최 원장이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들면 윤석열 전 총장 독주체제인 야권 후보 경쟁은 흥미를 더 할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최 원장과 윤 전 총장이 당 대통령 후보 전당대회에서 맞붙는다면 경선 흥행에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경선 흥행은 지지세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본 대선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실제 적잖은 국민의힘 의원이 최 원장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정권의 압박 속에서도 월성 1호기 사건을 원칙대로 감사하고 친정권 인사에 대한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하는 등 야권 대선 주자로서 기본을 갖췄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처음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친여(親與) 성향이란 선입견이 있었지만, 국회에 나와서도 원전 감사에 반발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에서 판사 출신답게 원칙론자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최재형 대망론’은 여권의 이간계?
보수 일각에서는 ‘최재형의 대망론’을 ‘여권의 이간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대세론’을 잠재우기 위해 강성 친박 지지자들이 지지하는 최 원장을 대선에 나오게끔 환경을 교묘히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작년 11월 최 원장을 고발한 사건을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가시화한 지금 시점에 수사하는 것을 ‘이간계’의 시발(始發)로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런 사건(최 원장 고발 사건)은 대부분 조기에 각하 처리한다”며 “의도적으로 질질 끄는 것이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최 원장의 등판을 원하는 주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다.
최 원장 대선 출마 시나리오도 이 세력에서 나왔다. 그들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낸 윤 전 총장과는 절대 같은 길을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 낸 건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이끌었던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내용을 근거로 국회의 탄핵 소추안이 의결됐다. 당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30년 구형을 때렸다.
물론 박영수 특검은 헌재 심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박근혜-최서원(최순실) 경제적 공동체론’을 흘리는 등 여론 형성과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윤 전 총장은 박영수 특검 수사4팀장(뇌물죄 관련 대기업수사 담당) 겸 총괄수사팀장이었다.
정리하면 윤 전 총장은 ‘박근혜 탄핵’에 직접 연관성은 없고 간접 책임론은 제기될 수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윤석열이 우리 대통령(박근혜)을 (감옥에)집어넣었다”는 입장이다.
최 원장이 이들의 지지만을 기반으로 대선에 나설 경우, 보수는 분열은 불 보듯 뻔하다.
당장 ‘박근혜 탄핵’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것이다.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은 지난 4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고 발언했다. 발언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급락했다. 대선 과정에서는 급락폭이 더 클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는 작은 문제에도 요동치는 게 여론이다.
박근혜 사면 카드 만지작
야권이 자중지란 할 때쯤 여권은 이간계의 쐐기를 카드를 꺼내 들 것이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실제 사면을 하지 않더라도, 곧 사면이 될 것처럼 군불을 지필 것이다.
사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39%)은 낮은 편이다. 매일경제와 MB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다. (이번 조사는 5월 11~12일 유무선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은 1007명,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한 부정적 기류는 정경유착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과 맞물리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으로 구속돼 있는데, 그만 사면할 명분이 부족하다.
뇌물을 준 사람은 풀려나고, 뇌물을 받은 사람과 경제공동체로 엮인 사람은 사면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에 어긋나는 탓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분석이다.
“정치권에서 사면론이 힘을 받는 것은 야당인 국민의힘을 친 박근혜계와 비박계, 대구·경북(TK)과 수도권으로 내부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탄핵 불복론’이 분출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비위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면론이 부각될수록 극우 세력이 다시 결집하고 ‘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8·15 사면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청와대를 나가는 날까지 곁을 지킨 측근의 이야기다.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오시게 된다면 윤석열과 최재형 둘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쉴 새 없이 받을 텐데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아도 본인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것이다. 결과가 뻔하지 않으냐. 치고받고 분열할 텐데 박 전 대통령을 이용한 이간계가 대선 전 반드시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해야 박 전 대통령의 명예도 회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재형 원장이 훌륭한 분인데, 그분이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 대선에 출마하시더라도 본인만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지, ‘당신은 무조건 박근혜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하면 보수의 귀한 자산을 잃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열은 패배의 길
분열은 패배의 길이다. 야권 분열의 싹은 자라기 전에 잘라야 한다. ‘윤석열 VS 최재형’의 매치가 여권이 원하는 길로만 가지 않는다면 흥행과 승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권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강성 보수층의 냉정한 전략적 판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