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당(自黨)의 선거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새민련의 동교동계 의원 70여명이‘이번 4.29 재보선 선거 지원 없다’는 내용을 투표로 만장일치 결정했다는 보도는 경악스럽기도 하지만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130여 명의 제1야당 의원의 절반이 당 대표가 알아서 선거를 치르라고 사실상 전선이탈을 한 것이어서, 이번 4월 재보선 선거는 결과의 문제가 아닌 당(黨) 분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야의 경쟁 구도에서 친노, 비노의 격전이 바야흐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 성 싶다.
한 때 유머 프로그램이었던 봉숭아 학당은 그대로 국민에게 웃음과 낭만을 선사하는 쏠쏠한 재미라도 있었건만 어쩌다 새민련이 이렇게 까지 망가지게 됐는지, 그 동영상을 감상하는 국민들은 그저 참담할 뿐이다. 선거 혁명은 오간데 없고 기념비적인 추태로 고인이 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예컨대 옛 동교동계의 거물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의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반대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조치여서 침묵의 시위를 넘어 사실상 문재인 대표를 향해 총성 없는 쿠데타다.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부터 줄기차게 거론됐던 경선 불협화음의 최종 선고가 이런 식으로 나타 난 것이고, 이런 일연의 과정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홀로 날뛰며 당(黨)을 독선으로 이끄는 문 대표의 자업자득이요, 과유불급인 것이다. 여야를 통 털어 역대 어느 정당에서 소속의원이 무더기로 선거운동 불참 선언을 한 정당이 있었는가. 참으로 부끄럽고 쑥스럽다. 이유가 어찌됐건 이번 사태는 당 대표의 무능과 독선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며 독불장군 근성의 아집(我執)이 빚은 결과물로 뒤늦게 긴급 원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차단에 나섰으나 바람막이가 될 수 없다.
사실 문 대표는 친노, 비노 가릴 것 없이 소속 위원들을 추스르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뒤따랐고, 그 차가운 시선을 의식하여 홀로 우클릭도 해 보고 좌충우돌 부딪치며 나름 뛰어다니는 척 했지만 때 맞춰 나타나는 정청래, 설훈의 망국적 한풀이 발언에 국민들은 치를 떨고 있고 비노 의원마저도 새파랗게 질려있다. 당 대표가 천안함은 북의 소행으로 폭침이요, 라고 외치면 박수는 못 치더라도 당 대표에 반기를 더는 막말 화상(畵像)들이 떡 버티고 있는 정당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이면 문재인 대표는 이미 당 대표로서의 동력(動力)을 상실한 것으로 보여 진다. 자당 다수 의원들이 반기 들 것을 예측 못했다면 당 대표로서의 자질도 문제요 당의 혁신과 개혁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이번에 입증된 셈이다. 지난 대선 때는 마누라를 빼고는 어떤 것도 모두 개혁과 쇄신을 하겠다고 장담했으나 허구였고, 당 대표가 된 후 매일 부르짖는 혁신 또한 미사여구에 불과한 쭉정이이어서 당 내분 가속화는 지금부터다. 따라서 4월 재보선 선거는 아이러니하게 그가 부르짖는 현 정권 심판론이 아닌 문재인 대표의 심판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이같은 자중지란은 전적으로 문 대표의 책임이다. 정동영, 천정배 두 전직 의원을 보듬지 못한 원초적 책임에서부터 친노 세력에 포위되어 비노 의원들과의 소통부재가 이런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지지도 1위에 현혹되어 표만 의식하는 정치를 펼치다보니 자당 의원들보부터 직격탄을 맞고 쓰러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툭하면 국민 운운하는 문 대표의 결정적인 패착은 자당의 내분 수습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과 소속 의원들을 너무 얕봤다는 데 있다.
이제 국민들은 선거전 보다 새민련의 분열에 더 관심을 가질 게 명확해 졌다. 누가 보더라도 절반에 해당되는 의원들이 선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는 것은 노선 변경의 의미로 보는 게 틀림없다. 그 동안 새민련의 당 대표는 친노의 끈질긴 훼방으로 단명의 고배를 마셨지만 어쩜 문 대표가 가장 초라하게 물러나는 비운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교동계의 동물적 감각인 달팽이 촉수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것이 옛 민주당의 뿌리 찾기 운동으로 확산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인사는 당연히 문 대표다.
망상장애에 허덕이다 현실 정치에 눈이 멀어 정치 생명을 잃는 경우를 문 대표는 잘 알아야 한다. 수족이 다 잘려나가고 난 뒤 가슴을 치며 통탄한들 무슨 소용 있는가. 그래서 초짜 정치인은 수신제가가 우선이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과 덕목부터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지혜를 익혀야 되는 법이다. 3년 여 남은 대선기간에 나 홀로 대선운동에 전념하는 문 대표가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정치를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