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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임금 때의 일이다. 국고(國庫)에서 은을 훔친 혐의자가 잡혀 들어왔다. 포도청에서 아무리 조져도 고백을 않는지라 그의 열두 살 난 아들을 잡아와서 조진 것이다. 겁에 질린 아이는 결국 아비가 연관된 사건의 전말을 이실직고 하며, 포도청에 잡혀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자초지종을 고백 말라는 제 어머니의 다짐까지 자백을 받아 냈다.
당시 이 사건을 두고 법리(法理)를 주장하는 포도대장과 도리(道理)를 우선하는 형조판서 사이에 일대 논쟁이 벌어져 끝이 나질 않았다. 이에 인조 임금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여 정치철학을 피력했으니,“국고의 벽을 뚫고 훔치는 것은 작은 일이나(其事之小), 아들을 다그쳐 아비를 고발케 한 것은 강상(綱常:삼강과 오상 즉, 사람이 지켜야할 근본적 도리)을 어지럽혔으니 큰 일(其事之大)에 해당 된다”하며 도리론(道理論)에 힘을 실어주고 손을 들어 주었다. 여기서 도리라는 것은 법보다는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일 게다.
漢헌제는 동귀비(董貴妃)를 끔찍이도 아꼈다. 동귀비에게는 동승이라는 오라비가 있었다. 당시 조조는 황제가 안중에 없을 만큼 제 마음대로 국권을 농단하고 있었다. 동승은 어떻게든 조조를 죽이고 국권을 바로 세우려고 유비를 비롯한 여러 대신들과 거사를 모의 하는 중이었다. 동승에게는 진경동이라는 가노(家奴)와 운영(雲英)이라는 애첩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달 밝은 밤 진경동과 운영이 거시기를 찐하게 하다가 동승에게 걸렸다. 동승이 당장 두 연놈을 물고 내려 했으나, 그 부인의 만류로 몽둥이 찜질만하고 냉방에 가두었는데 놈은 그 밤에 탈출 하여 조조의 부중으로 달려가 동승이 유비 등과 조조를 죽이려 모의를 한다며 밀고를 하여 동승의 전 가족을 몰살 시킨 일이 있었다. 조조의 뒤처리였다. 조조는 진경동과 운영을 불러서 상급을 주는 대신 주인을 배반한 어긋난 도리(道理)론을 앞세워 처형을 했다.
위와 비슷한 얘기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역시 인조 임금 때의 일이다. 이미 소개한 위의 사건이 있은 후 나라에 반란을 꾀하는 대역 사건이 고발 되었다. 사건의 고발 자는 어떤 고을의 아전이었고, 고발대상은 자신의 매제였다. 사실 이 아전은 자신의 누이동생의 부탁을 받고 한 짓인데, 이 대역사건을 상주 받은 인조 임금은 노발대발 했다. 반역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아무리 미천한 계집년 이기로니 어찌 제 남편을 고발할 수 있겠는가 하고 통탄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계집은 포상을 받기는커녕 강상을 범한 죄로 잡혀 들어갔다. 국가의 대역죄를 고발했지만 인간의 도리를 어긴 죄를 물은 것이다.
이즈음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그렇다. 어떤 놈이 잘하고 잘 못 했는지? 문고리의 호가오위를 탓해야 할지 아니면 문고리의 전횡과 국권농단을 고발한 자를 탓해야 할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변명하는 것이 옳은 건지 그른 건지? 퉁퉁 털어 어떤 것이 기사지대(其事之大)인지 기사지소(其事之小)인지? 나아가 무엇이 법리(法理)이고 도리(道理)인지 헷갈리는 나날이다. 어쨌거나 공명정대한 법리와 인간적 도리도 지키며 명명백백히 밝혀졌으면 한다. 명백마?(明白嗎?)
덧붙임,
우리가‘브라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요? 축구? 펠레? 코파카바나 해변? 저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따봉’이라는 단어입니다. 오래전 어떤 광고카피라이터에서부터 시작된‘따봉’의 의미는 최고를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틀린 의미는 아니더군요. 중국어를 조금 이해 할 줄 알면 중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단어가“行 不行 또는 可 不可”입니다. 의역을 한다면 “돼 안 돼? 가능해 불가능해?”하는 식으로, 상대방의 의사를 타진해 보는 말입니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영어의 ‘OK'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가령‘OK?'하며 약간의 강요적 의문을 나타내는 경우와 단순히’OK.'하며 긍정 내지 수긍의 의미도 있을 것이고, “O~K!"하는 식의 아주 긍정이 넘쳐 희망적인 표현도 있을 것입니다. 썰이 또 장황 했습니다마는, 브라질에 갔더니 그 사람들‘따봉’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더군요. ‘따봉’이 무조건 최고라는 의미가 아니고, ‘따봉?’하면 ‘OK?'하는 식의 의사를 물어 보는 것입니다. 만약 그 질문에 긍정적 대답을 한다면’따봉.‘하며 엄지손가락을 추겨 세워주면 의사가 소통 된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 껴안고’따봉‘하며 엄지손가락을 고추 세웁니다. ’따봉‘이라는 단어는 정말 쓰임새가 많은 단어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 본 썰의 맨 마지막“명백마?(明白嗎?)”라는 관용어 역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써 먹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명명백백(明明白白)이라는 말을 가끔 씁니다마는 중국인들의 “밍빠이(明白)”이라는 의미는 ‘따봉’과‘OK'와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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