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새벽 1시 안팎 시간대에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제주시 중앙로(법원 인근) 도로에 인접해 있는 한 음식점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분식점 앞을 지나다 한 남성이 술에 취해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자위행위하는 모습을 봤다는 여고생 신고를 접수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지목된 김 전 지검장을 체포했다. 그런데 김 전 지검장은 경찰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조사과정에서도 동생의 이름으로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보도되고 시선이 집중되자 전격 사퇴했지만, 그럼에도 음란행위 혐의만은 강력하게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발빠르게 의원면직시켜 감찰면피용 의혹을 받으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수창 전 지검장은 처음에는 “경찰이 사람을 오인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서울 고검에서 기자회견으로 배수진까지 쳤다. 하지만 알리바이나 CCTV 등에 나타난 모든 정황으로 볼 때 사실일 가망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업자득에 따른 사면초가일 듯 싶다. 안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선악(善惡)의 구분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마음의 명암은 조그만 뒤로 물러서서 관찰한다면 금방 알 수가 있다. 악(惡)한 것은 대개 지름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자신의 바람이나 기대에 따라 다른 기억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보다는 현재의 영향력이 기억 내용을 결정짓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게 할 수도 있다.
김수창 전 지검장이 서울 고검에서의 돌발 기자회견 심리도 어쩌면 그 연장선에 있을지도 모른다.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노출되면서 본능적으로 집단에 소속하기를 갈망하고, 때로는 그 집단에 숨어 보호 받기를 원한다. 이유야 어쨌튼 지역에서 일어난 개인적인 일탈행위를 서울까지 가서 조직에 SOS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보기는 좋지 않다. 그만큼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일까? 사회 구성원들 간에는 엄연히 룰이 존재한다. 그 룰이 보편적인 가치를 부여 받고 공감대를 형성 받으려면 출처진퇴(出處進退)와 시시비비(是是非非)에 대한 구분이 분명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간의 룰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호불호(好不好) 때문에 무너진다면 공감대는 형성되기가 어렵다.
김수창 전 지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버지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나 아버지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유럽속담도 있다. 제주지검장이라는 자리를 기준으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격 조건은 무엇일까? 말할 것도 없이 상식과 규범에 준한 원칙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흔들리지 않은 것이 없다. 문제의 일탈행위에 대한 진실여부는 조사하면 밝혀질 일이다. 무엇보다 남의 신분까지 도용했다는 사실은 비록 대상이 동생이라 해도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지검장은 말 그대로 지역의 법을 다스리는 수장(首長)이다. 사안의 경중(輕重)을 떠나 지위와 장소의 특성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큰 자리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책임지는 모습이 아쉽다. 한 번의 실수로 변명하기에는 그 자리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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