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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일기 (11) - 시 쓰기 -

작성자:

정재학

조회: 2939 등록일: 2017-06-20

<o:p></o:p>여중일기 (10) - 시 쓰기 - <o:p></o:p>좋다, 우리 김빨스타일들에게 시를 가르치자. 이렇게 생각한 저는 지역문인협회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활동을 했지요. 시화도 만들어 전시하고요. 그러자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o:p></o:p>“쌤, 수목원에 전시된 시화 중에 쌤 시가 있던데요. 그거 진짜예요?”“진짜여.“진짜 쌤이 쓴 거예요?”“그려.”“에이, 못 믿겠는데.” <o:p></o:p>시집도 한 권 줘 봅니다. 반응이 좋습니다.“와, 진짜네.”잠깐 우러러봅니다. 그러나 워킹은 변함없이 어그적어그적입니다. <o:p></o:p>지역행사 때마다 시화를 만들어 걸어보기도 하고, 신문에 글도 실어봅니다. 반응이 더욱 좋아집니다.“오메, 우리 재학쌤이 진짜 시인인갑다.”그냥 재학쌤이 아니라 우리 재학쌤입니다. 오케이, 뭐가 되어갑니다. <o:p></o:p>4월초 학교에 벚꽃이 만발합니다. 비가 내리고, 저는 창밖을 무심히 바라봅니다. 3학년 다홍이가 젖은 듯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저에게“쌤, 시 쓰세요.” 합니다. <o:p></o:p>“그럴까?”이렇게 남긴 한 마디가 숙제가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졸라댑니다.“쌤, 언제 쓸 거예요?”“언제든 쓰겠지, 뭐.”“안돼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쓰세요.” <o:p></o:p>금요일, 시를 받으러 옵니다. 시를 보더니, 희희낙락 어디론가 갑니다. 곧 방송이 울립니다. <o:p></o:p> <o:p></o:p>봄 비/정재학 <o:p></o:p> <o:p></o:p>사랑은 스며드는 것 <o:p></o:p>소리와 몸짓을 버리고 오직 갈망하는 눈빛의 의미만 남을 때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o:p></o:p>지난 겨울, 하얀 냉정이 얼어있는 들판혹은 가슴 속가볍게 두들기는 빗소리가 들과 밤을 지나간 뒤 <o:p></o:p>아침 젖어있는 눈빛에서스며든 사랑을 알았다. <o:p></o:p>네가어젯밤 빗소리와 함께 들어와 있음을 <o:p></o:p>사랑은 그렇게 스며들고 젖어오는 것이다.소리없이 내리고 간 봄비 <o:p></o:p>소리와 몸짓이 사라진 너를 위하여오늘 아침 목련이 피고 <o:p></o:p>벚꽃, 가지마다 다홍(多紅)이 흔들리는 것 <o:p></o:p> <o:p></o:p>2016.4.4.3학년 2반다홍이 찾아올 때 <o:p></o:p>시가 나가자, 수업하러 들어간 반마다 아이들이 감격에 젖어서 바라봅니다. 이젠 됐구나 싶습니다. 이제 시 쓰자고 하면 되겠네, 속으로 아주 즐거워집니다. <o:p></o:p>그러나 아이들은 30분이 지나자 하나둘 책상 위에 엎어집니다. 보다못해“야, 일어나!” 하고 꽥 악을 지릅니다. 꼼짝도 않습니다.“일어나, 일어나.“ 책상을 두들깁니다. <o:p></o:p>겨우겨우 눈 게슴츠레 뜨고 일어난 아이들,“오메, 뭔 시인이 저런대?”저희들끼리 돌아보면서,“시인도 악 쓰냐?”“순 가짜 아니여?” <o:p></o:p>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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