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말이든가? 70년대 초든가? 나훈아 히트곡 중에‘두 줄기 눈물’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대는 가고 없어도...로 시작해서, 아련히 떠오르는 희미한 옛사랑”으로 끝이 나는. 신파조의 가사가 어울리는 우리 특유의 뽕짝 노래다. 마누라랑 연애할 때 이 노래를 구성지게 잘 불러서 마누라의 마음을 샀던 것으로 기억 되지만, 목적을 달성(?)한 후로는 한 번도 이 노래를 다시 부르거나 기억해 내지 않았다. 다만 그 때 하도 간절히 불렀던 관계로 위와 같이 첫 소절과 마지막은 아직도 기억 한다.
이와 같이 아련하기만 한 추억의 노래 제목이 갑자기 생각났던 것은 조닷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서다. 나는 그 기사를 읽으며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콧날이 시큰해지며 눈가가 촉촉해짐을 느꼈다.
첫 번째 눈물.
잘못된 판단으로 사법부가 국민에게 사죄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피고인)"
"국방의 의무는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합니다.(재판장)"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는 종교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백종건(30·40기) 변호사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백씨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011년 초 입영을 거부해 기소됐다. 연수원 동기들과 4주간만 훈련을 받으면 법무관이 될 수 있지만 그는 "신념 때문에 총을 들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56)도 양심적 병역 거부로 2년간 복역했다고 한다. 백씨는 지난 공판에서 "(병역법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사법부가 국민에게 사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날 전주혜 재판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모든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장은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은 다른 어떤 의무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하는 본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떳떳하다"고 했다. 사실 백씨와 전 재판장은 사법연수원에서 교수와 제자였다.(하략)
두 번째 눈물.
위의 기사가 먼저였는지? 이 기사가 먼저였는지 확실한 기억은 없다. 그녀가 TV의 화면에 비춰지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저 그런 뉴스로만 치부했었기에 그냥 대충 넘긴 신문기사였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은 날 오후 뉴스에 그녀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나는 하염없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몸으로, 어떻게 살신성인의 모범을 보일 수 있을까? 내가 그 순간을 맞이했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아니 더 솔직 하라면 못 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 들었고 한 생명을 구했던 것이다.
얼음이 깨져 개천에 빠진 초등학생을 구한 용감한 임산부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0살 김 모 군은 친구와 함께 여기서 놀다,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졌습니다. 김 군이 빠진 곳은 어른 허리 정도의 깊이였지만, 김 군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 의식을 잃었습니다. 주변에 있던 어른 5명이 달려왔지만 119 신고만 할 뿐 들어갈 엄두를 못 내던 사이, 근처를 산책하던 임신 6개월의 정나미 씨가 곧바로 물속에 들어가 김 군을 구해냈습니다.
"임산부라 망설이긴 했는데 애기(물에 빠진..)가 위급해서..."
의식을 되찾은 김 군은 곧 퇴원 예정이고, 진료 결과 임산부 정 씨와 태아 모두 건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하략)
세 번째 눈물.
某종편 중에‘젠틀맨’이라는 프로가 있다. 뭐랄까? 연예프로가 약간은 가미된 그러나 마냥 웃기에는 부담(?)스러운 시사성이 짙은 사회고발 프로이다. 재미(?)난 것은 소위‘몰카’이기에 시청자의 관심을 충분히 끌 수 있는 것이다. ‘몰카’자체가 일종의 관음증(?) 아류가 아닐까?
아무튼 프로의 제목에서 보다시피‘젠틀맨’이기에 어떤 사건(사태)를 설정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신선하고 멋있고 정의로움이 묻어나는 그런 시민(사람)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대가에 대한 얼마간 위로의 포상(표창)을 하는, 혼탁한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그야말로 정의사회구현(종교를 빙자한 짐승만도 못한 개 쉐이들과는 구분되는...)을 위한 프로다. 성추행 범에 대한 우리 시민들의 반응, 어린이 유괴범에 대한 같은 또래 어린이들의 반응, 자해 공갈 현행범에 대한 대처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범죄에 대하여 시민들의 반응과 태도를 시험하는 프로다.
내가 눈물을 펑펑 쏟은 날의 사태(사건)는 어떤 시각장애인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 편의점에 들려 기천원에 불과한 물품을 산 뒤 5만 원짜리 지폐를 지불하면 편의점 종업원은 4만여 원의 거스름돈을 주어야 함에도 4천원만 거슬러 준다. 그것이 연출인 줄 모르는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과정이다.
사실‘젠틀맨’이라는 타이틀의 모든 프로가 그렇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위법, 탈법, 부정인 줄 알면서도 인상만 찌푸리거나 아예 못 본 척, 어떤 이는 연출된 범법자들의 위협이나 공갈에 도망을 치듯 현장을 빠져나가고, 응징을 하고 싶지만 두려움을 극복 못하는 이, 나 스스로 TV를 시청하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거나 아니면 몹시 부끄러운 장면들이 다양하게 연출되지만, 그러나 모든 경종과 고발성 프로의 끝에는 아슬아슬 하지만 정의의 사도가 나타난다.
정의의 사도들의 특징은 하나 같이 두려움을 모른다는 것. 비록 가녀린 아녀자나 소녀일지라도 또박또박 자신들의 정당한 논리를 전개하며 불법에 맞서는 그런 모습들이 진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는 최종 멘트는“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그런 위험 또는 위기에 몰렸을 때 그런 정의로운 행동을 했을 겁니다.”라는....겸양지덕까지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어찌 감동을 안 받고 눈물을 아니 흘릴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가 막가는 사회 같지만, 자신의 제자뻘임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뒤로한 채 비이성적이고 비애국적 행위에 철퇴를 내리는 여판사님, 임산부의 몸으로 엄동설한에 차디찬 물속으로 용감히 뛰어들어 한 생명을 구해낸‘정나미씨’의 정의로움, 자신의 신변이 보장되지 않는 어떤 범죄현장 또는 불의에 정의를 위해 감연히 뛰어드는 이름 모를 소시민이자 우리들의 이웃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영원할 것이다.
내일이 설이다. 민족의 대이동이니 뭐니 하는 수사는 빼기로 하겠다. 이곳의 모든 벗님과 그분들의 모든 가정에 행운과 행복이 만당하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부탁하건데 울고 또 울어 눈물을 너무 흘려 두 눈이 짓물러도 좋으니 내 눈 따위는 어떻게 되도 상관 없는, 세 줄기 눈물 이상의 감동을 주는 기사나 사연이 매일 매일 올라 왔으면 좋겠다. 그런 사회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설 잘 쇠시고 또 뵙기를 바라오며, 모든 논객넷 벗님들께 이 촌로 큰 절 올립니다. 절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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