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 번식의 본능은 발정(發情)에서 출발 짝짓기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런 흐름이며 원론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렇다. 한국 정치에 있어 정당의 보호 본능과 번식 본능을 관찰해 보면 어떨까. 매우 흥미 있기도 하거니와 그 동물적 감각의 짝짓기 본능은 과히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현란했다. 지난 좌파정권 10년이 그랬듯 발정난 정치인의 짝짓기 산물로 태어난 정권이었음이 잘 말해 준다. 그리고 바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과 안철수의 짝짓기 과정을 지켜보며 야권의 단일화 발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얼마나 메케하고 불쾌했나. 그것을 또 하자고 엊그제 김한길과 안철수가 밀폐된 장소에서 스킨십한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왜, 발정의 냄새를 풍기며 그 유혹에 끌려 사투를 벌이는 것일까? 앞서 말한 대로 보호본능과 종족번식이 이유일 수 있으나 정치적 발정은 그런 것을 뛰어넘어 추악한 야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저께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모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밀폐된 밀실로 배석자 없이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을 보고 개선장군들 회동이나 된 듯 하니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 정치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습을 지켜 본 다수 국민들은 틀림없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과 안철수의 음식점 회동을 떠 올렸으리라. 다만 짝짓기 상대가 문재인에서 김한길로 바뀌었을 뿐 벤치마킹하는 장면이 영락없는 그 패러다임이다.
기초공천체와 특검수용이 회동의 주제라면, 둘만 비밀리에 만날 이유가 없을 터인데 그것부터 모순투성이요, 그런 제스처로 국민들이 속는 걸로 아는 모양이다. 위의 두 문제로 회동할 거 같으면 굳이 두 사람이 만날 필요도 없고 민주당의 원내대표와 안철수의 새정추 공동위원장 누구 한 사람이 능히 해결할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문제로 1시간 10분 간 회동했다면 최소한의 실행방법 등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는 게 상식임에도 결과는 없지 않은가. 이런대도 대국민 사기가 아니라고? 밀애는 했지만 몸은 썩지 않았다고 항변하는 꼴이 너무 어설프고 유치하다. 그게 무슨 대수(臺數)라고 두 사람이 골방 음식점에서 비공개로 회동하는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안철수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마음은 저러다가... 또 일 내지! 하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의 통 큰 형님의 뀀에 빠져 초죽음이 될 정도로 당했으면 정치 생리를 적정선 깨달았을 것인데, 또 밀실 야합의 유혹에 빠져 몸을 썩는다. 사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의 집요한 밀실 회담에서 이미 패한 거나 다름없을 정도로 단단히 엮여 끌려 다녔다고 보는 게 정설이었고, 그렇게 혼쭐이 나고서도 또 민주당의 찰거머리 같은 거미줄에 또 엮여 민주당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고 있으니 이 인간이 무엇 때문에 정치판에 뛰어들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특히 안철수처럼 저렇게 귀가 엷어서야 무슨 큰일을 도모할 것이며 새 정치가 가능할지, 정치인은 때로 서릿발 같은 기개도 필요하고 나름 카리스마도 번뜩 일 때가 있어야 조직을 다스릴 수 있다. 색깔도 없고 철학도 없는 자가 무엇으로 일국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지 삭수가 노랗다는 건 아는 사실이지만, 갈수록 그 도가 지나쳐서 하는 말이다. 밀실 회담 결과는 보나마나 6월 지방 선거 시 서로간의 윈-윈 전략의 일환으로 짝짓기 내지는 빅딜에 관해 의견 교환을 했을 것이라는 쪽의 유추가 지배적이라, 이 자들이 무엇이라 궤변을 늘어놓아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것인데, 안 그런가?
민주당은 본시, 불리하면 북한처럼 유화책을 쓰며 접근 대화하자고 하는 게 상투적 수법이요 그렇게 상대에 환심을 싸고 돌아서서는 가차 없이 뱉어버리는 속성을 가진 정당임을 누구보다 잘 터인데, 안철수가 또 프레임에 말려들고 있으니 반 푼수 집안 망친다는 옛말이 하나 안 틀린다. 잘 알다시피, 지난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돕는 조건으로 신당창당의 전권을 요구하고, 문 후보에게 직접‘미래의 대통령은 안철수’라고 언급하도록 요구했다는 주장을 문재인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이 자신의 비망록을 공개한 것이 좋은 예다.
이게 민주당의 본성이요 이용가치가 없으면 뱉어버리고 무덤까지 갖고 갈 것 같은 비밀스런 밀담도 그대로 공개하는 것으로 읽지 못하는 안철수가 한없이 서글프고 안쓰러운 것이다. 훗날 또 이번의 김한길-안철수 회동의 밀담이 언제 또 모두 까 발라질지, 이를테면 서울시장은 양보 할 터이니 어느 지역은 안철수 측에서 요구했다는 설(說)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 그런 개연성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어쨌거나, 민주당과 안철수 간의 야합 밀실 회담이 불을 지폈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기도 전에 벌써 물이 흐릴 대로 흐려 지방 선거의 앞날이 과히 맑지 못한 것이 이런데서 기인한 것이다.
민주당의 패거리들은 종국(終局)에 가서는 선거연대만이 살 길이다. 라고 외치는 이유와 안철수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면 으레 더럽고 추악한 선거연대가 또 한 바탕 스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갈 것이 분명해 졌다. 문제는 국민들의 표심의 향방이다. 선거 때마다 우리 정치가 이런 홍역을 치러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메시지를 이번에는 국민들이 던져야 한다. 정치 선진화를 구축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중요한 선거인만큼 우리 모두가 냉철해 져야 하고 깨어있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선거 때만 되면 발정을 일으키는 정치인은 이제 싹을 모두 땅속에 묻어야 한다. 유행병처럼 번지는 조류독감(AI)이 왜 무서운가.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모두 살 처분하지 않는가.